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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지

목차

논문요약 10

I. 서론 14

1. 연구목적 14

2. 연구방법 28

II. 퇴계 산수시의 정치·문화적 배경 32

제1절 정치적 혼란의 발생과 유가적 隱逸 32

1. 조선 중기의 정치 상황 32

2. 유가의 進退觀과 퇴계의 身退 40

제2절 퇴계 산수시의 의의와 문화적 특징 51

1. 陶山隱居의 과정과 산수시의 성립 52

2. 산수시에 함의된 누정에 대한 인식 59

III. 퇴계 산수시의 철학적 자연미와 예술 경계 65

제1절 산수시에 함의된 자연관 65

1. 天理의 表象으로서의 자연 66

2. 天理·人欲의 상충과 觀物察理의 詩論 81

제2절 산수시의 文藝적 예술 경계 92

1. 周敦頤의 文以載道 93

2. 文以載道論의 文藝적 예술 경계 98

IV. 산수시의 氣象論과 인격 미학: 중화미감 103

제1절 산수시에 나타난 氣象論과 인격미 함양 103

1. 氣象論의 수양적 의미 104

2. 德輝를 통한 인격미 발현 114

제2절 산수시의 美善合一적 인간상과 중화미감 120

1. 典實簡淡의 중화미감 120

2. 玩物適情의 중화미감 125

V. 퇴계의 인생 지향과 天人合一적 순정미학 132

제1절 산수시와 性情之正의 樂 132

1. 중화미 실현과 山水之樂 134

2. 도산잡영에 나타난 肥遯적 삶 141

제2절 山水之樂의 인생 경지와 순정미 150

1. 四端발현의 山水之樂 151

2. 浴沂詠歸의 순정미 173

VI. 결론 182

참고문헌 191

ABSTRACT 204

표목차

표1-1. 퇴계의 생애와 관련된 사화연표 33

표1-2. 퇴계 연대별 저술목록 161

그림목차

그림1-1. 天命舊圖 153

그림1-2. 天命新圖 153

그림1-3. 『聖學十圖』 제6도 「心統性情圖」 160

초록보기

본 논문은 산수시에 나타난 퇴계의 사유를 자연미·인격미·순정미 차원에서 검토해 보고, 작품에 담긴 순수한 정감을 도출하여 그 예술적 가치를 산수미학적 관점에서 밝히고자 한다. 이를 통해 예술이 지향해야 할 본연의 모습과 적절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본 논문의 핵심 주제이다.

유가의 문인들은 학문을 증진시키는 방법으로써 경서(經書)를 통한 독서뿐 아니라 시(詩)·서(書)·화(畵) 등의 예술 창작활동을 통해 자신의 성정(性情)을 도야하는데 힘써왔다. 이 중 퇴계의 예술 활동은 주로 시에 집중되어 있는데, 시는 장르의 특성상 함축적인 어휘를 통해 작가의 정신과 감성을 담아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퇴계는 유학을 공부한 철학자지만 동시에 2천 편 이상을 창작할 정도로 시에 관심이 지대하여, 이를 자신의 심미의식을 고양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따라서 퇴계 사상의 진면모를 알기 위해서는 철학뿐 아니라 시를 위시한 그의 예술관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에 여기서는 퇴계의 산수시를 주된 탐구대상으로 삼고, 이를 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분석한 후 결론을 도출해보는 것이 본 연구의 핵심 목표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II장에서는 그의 산수시가 창작된 배경과 여기에 관한 특징들을 간략하게 조감해보았다. 16세기에 발생한 크고 작은 사화들은 그의 생애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이로 인하여 퇴계는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에 은거하게 되었다. 이에 반해 비슷한 시기 조광조와 같은 인물은 똑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지만 '지치(至治)'라는 실천 운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를 타파해나가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운동들이 결국 실패로 끝나 버리자 퇴계는 조광조가 보여준 처사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이에 대한 행장을 작성함으로써 '물러남'의 철학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일각에서는 퇴계의 학문이 흡사 세상의 문제를 저버리고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위아(爲我)'적 성향을 띠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퇴계는 속세에서 물러나 은거를 택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학문을 닦아나가는 과정 또한 치인(治人)의 한 과정이 될 수 있음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와 같은 사유는 46세 때 자신의 호를 '퇴계'로 고친 뒤 지은 『퇴계(退溪)』라는 시에도 잘 나타나 있는데, 여기서는 자신의 '물러남'을 '신퇴(身退)'라고 정의한 내용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된다. 퇴계의 이러한 처사는 성인의 학문을 임금을 거쳐 간접적으로 만민에게 전달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하기에 '왕이불반(往而不返)'하는 도가(道家)의 '신퇴'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III장에서는 산수시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자연미에 대해서 서술해보았다. 산수시는 자연의 산과 물, 나무와 풀, 짐승과 새 등을 소재로 하여 이로부터 체득된 미감을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한 시에 해당한다. 해당 장르는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부터 발현되는 서정성을 위주로 작성한 자연 산수시와 자연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인간의 도덕성에 투영[比德]함으로써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산수시로 나누어짐을 확인했다. 이중 퇴계의 산수시는 도덕적 산수시로 분류되어 산수를 통한 도덕적 수양에 목적을 두고 작성되었다. 이는 곧 퇴계 산수시의 창작 배경이 자연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리학적 사유에 따라 도덕적으로 설계된 자연의 형태를 띠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런 시적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본 논문에서는 퇴계의 자연관을 성리학적 관점에서 고찰해보았다. 이런 성리학적 사유는 퇴계의 산수시 창작에도 영향을 주어 자연을 자연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포된 이치를 궁리(窮理)하는 형태로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상(詩想)이 비롯되었다. 이것을 '관물찰리(觀物察理)'의 시학이라고 일컫는데, 퇴계가 차운한 이언적의『관물』이라는 시는 해당 이론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IV장에서는 퇴계의 산수시를 인격 미학적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를 중화미와 연결하여 탐구해보았다. 특히 여기서 해당 주제와 관련된 핵심 내용은 '기상론(氣象論)'과 '시품(詩品)' 이론을 적용하여 도출하였다. 퇴계가 산수시를 창작했던 주된 이유는 자연에 머물며 시를 짓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잘못된 기질을 바로잡음으로써 맑은 기운을 체득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사유는 유가의 전통적인 신체관인 '적덕(積德)'의 개념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마음을 올바르게 갈고 닦으면 내면에 있는 덕의 기운이 안으로 충분히 쌓이게 되어 결국 몸 밖으로 드러난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핵심은 '성현기상(聖賢氣象)'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도덕적 기운을 체득하고 보존하는 것에 있으며 그 실체는 '경(敬)'의 수양법에 있었다. 따라서 여기서는 퇴계의 사상이 함축된 산수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덕휘(德輝)라는 중요개념을 도출해내는 것이 본 연구의 핵심 주제이다.

V장에서는 퇴계 산수시에 나타난 즐거움의 정감을 순정(純正)미학의 측면에서 서술해 보았다. 일본의 학자 다께우찌 도시오에 따르면 "순수하고 바름[純正]을 뜻하는 순정미학은 순수미의 한 측면으로써 미적인 것 일반의 특질이 가장 순수하게 구현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정의한다. 그는 더 나아가서 "이것은 동시에 예술에 있어서도 항상 현실 형태에서의 이상적인 면을 추구하기에 이상미라고도 일컫기도 한다"라고 기술하기도 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순정미학은 윤리적으로 바르고 감성적으로 순수한 상태를 나타내는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퇴계 산수시에서는 중화의 절제된 감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주로 미적 체험의 주체인 화자에게 올바름[正]을 의미하는 성정지정(性情之正)의 인격미로 설명된다. 이에 따라 기존의 많은 연구들이 퇴계의 시를 인격 수양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퇴계는 산수시의 궁극적인 지향점으로써 '산수지락(山水之樂)'의 '즐거움'을 제시하였고 이를 통해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지를 체현하고자 하였다. 물론 이러한 감성은 단순히 감각적인 차원에서 얻어지는 일반적인 형태의 감정과는 구분된다. 하지만 꾸준한 수양을 통해 체득되는 즐거움의 경지는 퇴계가 추구한 심미관인 '유어예(遊於藝)'에서 알 수 있듯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자연스럽게 공감될 수 있는 긍정적인 정감이다.

이상의 논의들로부터 필자는 퇴계 산수시에 함의된 자연미와 인격미, 그리고 순정미적 특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감성적 인식'이라고 명명되는 미학의 범주 안에서 그의 작품들을 고찰할 수 있는 근거들을 확인해보았다.

현대 사회는 대중 매체의 발달과 상업화로 인하여 일반 대중들이 예술에 접근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용이하게 되었다. 이런 측면은 예술을 특정 계층만 누릴 수 있던 시대에 비해 더욱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동시에 창작 과정에 있어 검토를 생략한 채 무수히 쏟아지는 자극적인 내용들은 예술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게 만든다. 반면 퇴계의 산수시에는 은일을 통한 여유로운 삶의 자세와 그가 추구한 절제된 미감이 작품에 융해되어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이런 이유로 독자들은 그의 시를 통해 '성현기상(聖賢氣象)'의 올바른 기운과 사단(四端) 발현의 순수한 감성이 가지고 있는 시적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따라서 본 연구의 핵심 주제인 산수미학 사상을 통해 '궁리진성(窮理盡性)'에 의한 올바른 성정을 함양하여 작품에 함의된 순수한 감성을 도출해 나간다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예술의 한 전형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