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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지

국문초록

목차

서론 17

1. 연구 배경과 목적 17

2. 연구 범위 및 방법 19

Ⅰ. 생명의식 26

1. 동양 생명철학 27

1) 『주역』의 음양론과 주렴계의 「태극도설」 29

2) 『노자』철학의 만물생성 35

3) 불가의 연기설과 연속성 39

2. 서양 생명철학 43

1) 베르그송의 '생의 약동' 45

2) 들뢰즈의 『존재론』과 리좀적 생명성 47

Ⅱ. 성-욕망의 개념 고찰 56

1. 동양사상과 욕망 58

1) 순자의 성악설과 성(性), 정(情), 욕(欲) 61

2) 왕양명의 심즉리와 태주학파의 욕망 66

2. 성-욕망의 해석 75

1) 쇼펜하우어의 '삶에의 의지'와 프로이트의 욕망 78

2) 자크 라캉의 욕망론 87

3) 바타이유의 에로티즘 92

Ⅲ. 생명 욕망에 대한 예시작품 연구 97

1. 천경자 - 뱀, 꽃, 여인 98

2. 쿠사마 야요이 - 강박과 생명 욕망 106

3. 조지아 오키프 - 식물 생식기관 조형화 111

Ⅳ. 본인 작품 분석 120

1. 본인 작품에서의 생명 욕망 120

1) 생명의 생성과 변화 121

2) 불완전한 존재와 성욕 127

3) 결핍 충족을 위한 욕망의 작동방식 136

2. 작품 형식 분석 148

1) 반복된 형태와 구조 149

2) 반대색상의 배색 167

3) 이미지와 색의 중첩 179

결론 191

참고문헌 199

ABSTRACT 206

도판목차

〈도판1〉 천경자, 〈생태〉, 1951, 51.5x87㎝, 종이에 채색 100

〈도판2〉 천경자, 〈드로잉 No. 806〉, 1949, 32x63㎝, 드로잉 판화 101

〈도판3〉 천경자, 〈사군도〉, 1969, 198x136.5㎝, 종이에 채색 102

〈도판4〉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1977, 43.5x36... 102

〈도판5〉 천경자, 〈황금의 비〉, 1982, 34x46㎝, 종이에 채색 103

〈도판6〉 천경자, 〈꽃과 나비〉, 1978, 73x91㎝, 종이에 채색 104

〈도판7〉 천경자, 〈4월〉, 1974, 26x40㎝, 종이에 채색 105

〈도판8〉 천경자, 〈미모사 향기〉, 1977, 33.4x21.1㎝, 종이에 채색 105

〈도판9〉 천경자, 〈윤삼월〉, 1978, 137x96㎝, 종이에 채색 106

〈도판10〉 쿠사마 야요이, 〈Untitled〉, 1939, 23x23㎝,... 108

〈도판11〉 쿠사마 야요이, 〈Interminable Net #4〉,... 108

〈도판12〉 쿠사마 야요이, 〈Untitled〉, 1952, 40x30㎝, 종이에 잉크 109

〈도판13〉 쿠사마 야요이, 〈N0. 19 H.S.W.〉, 1956, 59.7x45.7㎝, 종이에 파스텔, 콩테 109

〈도판14〉 쿠사마 야요이, 〈Infinity net〉, 1965, 132x152㎝, 캔버스에 유채 109

〈도판15〉 쿠사마 야요이, 〈꿈속의 잔설〉, 1982, 오브제 110

〈도판16〉 조지아 오키프, 〈Drawing 13〉,... 113

〈도판17〉 조지아 오키프, 〈Music, Pink and Blue〉, 1918, 88.9x76㎝, 캔버스에 유채 115

〈도판18〉 조지아 오키프, 1928, 〈2 Calla Lilies on Pink〉, 101.6x76.2㎝, 캔버스에 유채 115

〈도판19〉 조지아 오키프, 〈Light Iris〉, 1924, 91.4x75.9㎝, 캔버스에 유채 116

〈도판20〉 조지아 오키프, 〈Black Iris〉, 1926, 91.4x75.9㎝, 캔버스에 유채 116

〈도판21〉 조지아 오키프, 〈Jack in the Pulpit 4번〉, 1934, 101.6x76.2㎝, 캔버스에 유채 116

〈도판22〉 게슈탈트의 집단화 - 근접성의 법칙(Law of Proximity)을 보여주는 형태 151

〈도판23〉 게슈탈트 집단화 - 연속성의 원리(Law of Continuation)를 보여주는 형태 153

〈도판24〉 좌: 기하학적 패턴으로 환원된 태극도, 우: 태극도에서 원심력ᐧ구심력의 작용 157

〈도판25〉 형과 바탕으로 나타난 두 곤옥의 형태 158

〈도판26〉 기하학적 패턴으로 환원된 삼태극 160

〈도판27〉 앵무조개의 성장 나선 곡선 160

〈도판28〉 앵무조개의 단면 조형 160

〈도판29〉 해바라기 두상화서의 나선구조 161

〈도판30〉 솔방울 나선구조 161

〈도판31〉 해바라기와 솔방울의 나선구조 방향 161

〈도판32〉 [작품31]의 상단 꽃 묘사 부분 162

〈도판33〉 [작품32]의 상단 꽃 묘사 부분 162

〈도판34〉 [작품31]의 상단 꽃 나선형 도식화한 부분 162

〈도판35〉 [작품32]의 상단 꽃 나선형 도식화한 부분 162

〈도판36〉 [작품22] 가운데 꽃 나선형 도식화한 부분 162

〈도판37〉 태풍의 후지와라 효과 163

〈도판38〉 나선형의 은하계 164

〈도판39〉 [작품17]의 좌측 식물 부분 164

〈도판40〉 [작품16]의 좌측 상단 부분 164

〈도판41〉 [작품14]의 상단 꽃이 표현된 부분 165

〈도판42〉 초대질량 블랙홀 COS-87259의 상상도 166

〈도판43〉 [작품6]의 우측 하단 물 표현 부분 169

〈도판44〉 권혜승, [작품4]의 우측 동물과 인간의 신체 결합 이미지 171

〈도판45〉 [작품1]에 표현된 반대색상 이미지와 배색띠 174

〈도판46〉 [작품4]에 표현된 반대색상 이미지와 배색띠 175

〈도판47〉 권혜승, [작품25]의 체세포 배열과 꽃 이미지의 중첩 확대한 부분 184

〈도판48〉 [작품5]의 상단 인체와 꽃잎이 표현된 부분 188

작품목차

[작품1] 권혜승, 〈Forest〉, 2018, 194x391㎝, 장지에 분채 122

[작품2] 권혜승, 〈Objects〉, 2019, 145.5x224.2㎝, 장지에 분채 124

[작품3] 권혜승, 〈Bloom〉, 2017, 224.2x145.5㎝, 장지에 분채 125

[작품4] 권혜승, 〈From Nature〉, 2020, 212.2x651.5㎝, 장지에 분채와 석채 128

[작품5] 권혜승, 〈Sense of Life〉, 2020, 180x130.3㎝, 장지에 분채와 석채 130

[작품6] 권혜승, 〈Garden of Wonders〉, 2021-2022, 194x596.9㎝, 장지에 분채와 석채 133

[작품7] 권혜승, 〈Feel Natura 5〉, 2022, 145.5x112.1㎝, 장지에 분채 135

[작품8] 권혜승, 〈Feel Natura 3〉, 2022, 145.5x112.1㎝, 장지에 분채 138

[작품9] 권혜승, 〈Feel Natura 4〉, 2022, 145.5x112.1㎝, 장지에 분채 139

[작품10] 권혜승, 〈Humming Natura〉, 2022, 46x52㎝, 장지에 분채 141

[작품11] 권혜승, 〈Humming Natura 3〉, 2022, 53x46㎝, 장지에 분채 141

[작품12] 권혜승, 〈Humming Natura 4〉, 2020, 53x46cm, 장지에 분채 142

[작품13] 권혜승, 〈Blooming〉, 2021, 91x117㎝, 장지에 분채 143

[작품14] 권혜승, 〈Blooming_Nest〉, 2022, 162.2x130.3cm, 장지에 분채 144

[작품15] 권혜승, 〈Blooming 2〉, 2022, 90x72㎝, 장지에 분채 145

[작품16] 권혜승, 〈Blooming 7〉, 2022, 91x117㎝, 장지에 분채 145

[작품17] 권혜승, 〈Blooming 6〉, 2022, 100x100㎝, 장지에 분채 146

[작품18] 권혜승, 〈Humming Natura 7〉, 2022, 90x110㎝, 장지에 분채 151

[작품19] 권혜승, 〈Wiggle Dance_Wave〉, 2021, 91x116.8㎝, 장지에 분채와 석채 153

[작품20] 권혜승, 〈Wiggle Dance_Wave 2〉, 2022, 91x72㎝, 장지에 분채 154

[작품21] 권혜승, 〈Wiggle Dance_Wave 3〉, 2022, 50x50㎝, 장지에 분채 158

[작품22] 권혜승, 〈Waltz of Camphire_Bird〉, 2022, 55x55㎝, 장지에 분채 162

[작품23] 권혜승, 〈Cygnus X-1〉, 2017, 130.3x162.2㎝, 장지에 분채 169

[작품24] 권혜승, 〈Lydia〉, 2022, 162.2x130.3㎝, 장지에 분채 171

[작품25] 권혜승, 〈Wiggle Dance_cell〉, 2022, 117x91㎝, 장지에 분채 176

[작품26] 권혜승, 〈Wiggle Dance 11〉, 2022, 91x72㎝, 장지에 분채 177

[작품27] 권혜승, 〈Wiggle Dance 12〉, 2022, 53x45㎝, 장지에 분채 178

[작품28] 권혜승, 〈Wiggle Dance 2〉, 2021, 91x72㎝, 장지에 분채 181

[작품29] 권혜승, 〈Wiggle Dance_Sunflower〉, 2021, 91x72㎝, 장지에 분채 181

[작품30] 권혜승, 〈Wiggle Dance 8〉, 2021, 91x72㎝, 장지에 분채 182

[작품31] 권혜승, 〈Wiggle Dance_Vase III〉, 2022, 91x72㎝, 장지에 분채 182

[작품32] 권혜승, 〈Wiggle Dance_Vase IV〉, 2022, 80.3x53㎝, 장지에 분채 182

[작품33] 권혜승, 〈Wiggle Dance 4〉, 2022, 73x53㎝, 장지에 분채 183

[작품34] 권혜승, 〈Wiggle Dance 5〉, 2022, 61x53㎝, 장지에 분채 183

[작품35] 권혜승, 〈Wiggle Dance 7〉, 2022, 53x45㎝, 장지에 분채 183

[작품36] 권혜승, 〈Wiggle Dance_cell 2〉, 2022, 50x50㎝, 장지에 분채 184

[작품37] 권혜승, 〈A Place of Noah〉, 2022, 130.3x162.2㎝, 장지에 분채와 석채 186

[작품38] 권혜승, 〈Time Apart〉, 2022, 129x157.5㎝, 장지에 분채와 석채 187

[작품39] 권혜승, 〈Something from Sleep〉, 2022, 45x50㎝, 장지에 분채와 석채 188

[작품40] 권혜승, 〈Unconsciousness〉, 2021, 145.5x112.1㎝, 장지에 분채와 석채 189

초록보기

 생명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유기체에 내재하는 현상으로 생성과 소멸의 순환과정을 반복한다. "생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각 학계의 관점에 따라 그 해석과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생명에 대한 정의는 다양했으며 하나의 의미로 생명의 본질을 수렴하기는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자연과학에서 다루는 생명에 대한 규정은 물리적, 화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 다룰 생명 개념은 화학적 기초 위에서 탄생되는 생명 개념이 아니다. 본 논문의 생명 개념은 본인 작품으로 표현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결핍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성-욕망'의 충족을 통해 완성되는 생명성을 철학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성-욕망이 새 생명을 창출하는 동력으로 작용함을 전제하고, 본인 작품에 내재한 생명 개념을 이론적 배경을 토대로 분석한 후 작품의 형식적 특징까지 논한 것이다.

본인 작품의 주제 분석을 위해 동양 생명철학의 도가사상에 주목하여, 만물 생성 원인으로서 기(氣)의 작용과 함께 『주역』의 음양개념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음양론에 영향을 받은 주렴계의 「태극도설」에서 무극(無極)과 태극(太極)의 개념을 바탕으로 본체론과 생성론을 고찰했다. 도가의 『노자(老子)』철학에서 생명의 본질은 도(道)이다. 도(道)는 혼돈(混沌)을 시작으로 만물을 낳고 생육하는 자연의 모체가 되기 때문에 도(道), 혼돈(混沌), 기(氣)의 작용에 대한 논의는 생명이 어디에서부터 기인했느냐에 대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불가의 관점에서는 연기설(緣起說)의 존재론과 연속성에 근거하여 상호 의존적인 생명 개념을 논하였다. 한편, 서양의 생명철학을 살펴보면 베르그송(Henri Bergson, 1859-1941)은 '생의 약동(Elan Vital)'을 통해 생명의 생성과 진화를 논하였다.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는 『존재론(Ontology)』의 전기 철학에서 잠재적인 존재자들이 현실화되는 '생명 분화 운동'을 제시하였고, 후기 철학에서는 노마디즘의 '리좀(Rhizome)'적 사유를 통해 존재의 생성 체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생명 개념과 더불어 주목해야 하는 본인 작품세계의 이론적 배경은 살려는 의지에 본능적으로 따르게 되는 인간의 욕망이다. 근대 이전 동·서양 사상사에서 인간의 욕망은 이성과 대립되는 감성적 측면으로 해석되면서 억압해야 할 대상이었지만, 이성 중심적 사유에서 벗어난 근대적 사유에서는 욕망이 인간의 본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중국 철학의 유가적 관점에서는 성(性)과 정(情)의 개념을 중심으로 욕망의 해석이 이루어지면서 절제, 소극적 수용, 긍정에 이르는 담론을 형성해왔다. 전국시대 순자(荀子)는 성악설에 바탕을 둔 성(性)-정(精)-욕(欲)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선천적인 것으로 해석하면서 생리적 욕망을 긍정하였다. 명 말기에 왕양명(王陽明, 1472-1528)은 심즉리(心卽理)를 통해 감성적 요소가 마음의 본질이며 이는 인간의 내면에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태주학파 사상가들은 인간의 심(心)을 구성하는 욕망의 측면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데, 이지(李贄, 1527-1603)에 이르러서 인간의 사욕(私欲)까지 긍정하게 되었다.

한편, 서양의 철학적 흐름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감성의 범주가 인간의 정신적 속성으로 인정됨에 따라 욕망이 철학적 담론의 대상이 되었다.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는 삶에의 의지에 따른 생의 긍정과 성적 충동을 직접적으로 연결시켰고,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정신분석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식구조에 따른 리비도적 성-욕망을 논했다. 인간 정신의 본질을 무의식과 욕망에 둔 철학적 사유를 본인 작품에서 인간의 생식-탄생을 성-욕망의 발현과 연결시켜 이해하는 근거 개념으로 제시하였다. 또한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1-1981)의 욕망론을 통해 주체적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재발견한 욕망의 성격을 알아보면서 결핍과 공백을 본인 작품에서 욕망의 발현 요인으로 파악했다. 마지막으로 바타이유(Georges Bataille, 1897-1962)의 에로티즘(érotisme)을 통해 금기를 위반함으로써 완성되는 성-욕망에 대한 해석을 살펴보았다. 욕망 중에서도 연속성 구현의 관점에서 인간의 성욕을 해석한 에로티즘을 생식작용의 일환으로서 성욕이 드러나게 되는 합리적 원인으로 제시함에 따라 본인 작품세계에서 성-욕망이 곧 생명 탄생의 기원과 직결되는 것임을 제시했다.

본인은 '욕망'의 심리를 회화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자연물 이미지를 재구성하거나 변형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작품으로 나타낸다. 이와 유사한 주제 및 방식으로 작업한 예시작품을 논하고 본인 작품과 비교·분석해보았다. 첫째로 천경자(Chun Kyungja, 1924-2005)의 작품에 등장하는 상징적 소재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그의 내면에 잠재한 생명성이 어떠한 형식으로 시각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의 작품 속 뱀, 꽃, 여인은 본인 작품 소재와 중복되며, 그 상징적 의미가 살고자 하는 욕망이라는 점 또한 유사하다. 잠재의식 속에서 바라본 자기 내면을 자연물로 표현한 그의 작품과, 이에 영향을 받아 내면의 욕망 덩어리들을 투영시킬 자연물을 선택하고 주관적으로 변형시켜 표현한 본인의 작화 태도 및 작품에서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1929-)의 환영을 바탕으로 작품 전반에 나타난 점과 선의 반복에 대한 의미를 알아보고, 그의 반복강박을 본인의 생명욕망과 연관 지어 설명했다. 본인 작품에 드러난 연속적 형태는 세포의 증식 작용과 같이 생존과 관련된 의미를 갖는데, 이 점을 자기소멸을 통한 구원과 영혼 회귀를 갈망하는 쿠사마 야요이의 생존 방법과의 연결지점으로 보았다. 또한, 식물체의 각 기관을 조형화한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1887-1989)는 대상화된 자기 몸에 대한 인식을 출발점으로 삼고 꽃의 생식기관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꽃으로 체화된 여성의 몸을 창조적 주체로 보고, 꽃의 구조를 해석한 그의 작업 의도와 방식은 본인 작품에서 새 생명을 건설하기 위해 기존 대상을 파편화시키고 확대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이로써 본인 작품에서 드러난 욕망 추구 방식과 조지아 오키프가 꽃을 조형적으로 추상화한 방식에서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본인 작품에 드러난 '생명 욕망'에 대해 논하였다. 시기별로 소재가 바뀌면서 변화하는 본인 작품의 소주제는 '생명의 생성과 변화', '불완전한 존재와 성욕', '결핍 충족을 위한 욕망의 작동방식'이다. 초기 작품에서는 운동성과 변화를 바탕으로 한 식물의 생성과 분화방식이 나타난다. 이후 생명의 근원에 대한 본인의 호기심이 증폭됨에 따라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탐구 대상 또한 동물과 인간으로 다양해졌다. 그중에서도 인간의 경우, 결핍에서 기인하는 성-욕망이 곧 생명의 모태가 된다는 명제를 전제하고, 작품에 표현된 결합 이미지를 통해 생명과 성-욕망의 필연적 관계를 설명했다. 결합된 이미지는 욕망에 대해 본인이 느끼는 감흥을 주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객관적 관점에서 분석한 욕망의 속성을 표현하고 싶었던 본인은 작품 소재를 꽃으로 제한하고, 반복과 해체의 방식으로 추상화하여 나타내었다. 이러한 본인 작품은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반복하여 채우려 하거나, 자아를 해체하여 인식하는 심리 기제와 연관되어 있다. 한편, 작품의 형식적 측면에서 보이는 조형적 특징은 원형과 나선형의 반복된 구조이다. 본인 작품에서 원형은 대부분 세포를 형상화한 것인데, 무리를 이루는 세포들의 배열과 유사하게 응집시켜 구성한 본인 작품에서의 원형 구조는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의 집단화 현상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나선형은 태극의 음양 형태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는데, 실제 자연물의 외형이나 물성에서 비롯된 등각 나선형 곡선, 방사선으로 이루어지는 나선 구조 등 태극 도형이 응용된 자연의 속성과 이를 표현한 본인 작품을 비교·분석해보았다. 그리고 집단화 현상과 나선형이 나타난 자연적 속성을 욕망과 연계된 이미지로 어떻게 조형화했는지도 살펴보았다. 또한, 본인 작품에서 반대색상의 대비는 주제와 관련하여 본인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다. 각 색감의 보편적 상징성을 살펴보고 본인 작품에서 반대색상 대비를 이루었을 때 도출되는 상징적 의미 및 주제와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더불어 최근작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이미지의 중첩과 중색 기법이 본인 작품에서의 욕망 표현 방식과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석하였다.

지금까지 생명의 탄생을 인간의 결핍·욕망과 관련지어 해석하고 그 연결지점인 성-욕망을 인간의 본성으로 인정해나가는 사상적 흐름을 이론적 배경에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본인 작품에서의 '생명 욕망' 개념과 조형적 특징을 분석해보았다. 본인은 생명 개념이 생리적 본능과 직결되는 근원적 성-욕망과 필연적 관계에 놓여있음을 전제로 이들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인간의 성-욕망이란 모체로부터 분리될 때 가지게 되는 영원한 결여와의 끝없는 투쟁을 일컬으며, 인간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결합 및 생존 욕구에 시달리게 된다. 본인 작품에서 성-욕망은 성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사회적 고정관념에 바탕을 둔 개념이 아닌, 생명의 모태가 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작품 또한 변화해왔다. 따라서 본 논문은 종합적인 생명 개념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 따라 변화하는 본인의 작품을 분석함으로써 생명 개념을 욕망과 연계하여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