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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dvent of the 20th century is accompanied by two radical philosophical attempts to give a fundamental explanation to the possibility of the 'sciences' at all. They are none other than phenomenology and the Marburg School of neo-Kantianism in Germany. Although their philosophical trajectory stands in opposite directions, they attempt to analyze and explain the 'sciences'-logic, mathematics, natural and human sciences-according to their own respective agendas, i.e. according to fundamental intuition (phenomenology) and non-intuitive logical possibility (neo-Kantianism). In doing this, fundamental questions of philosophy are posed such as 'transcendental philosophy and history' and 'what phenomenology is at all' and, in analyzing each individual science, abnormal sciences of the 20th century are explained in transcendental-philosophical ways such as non-Euclidean geometries, theory of relativity and quantum physics, new results of medicine and physiology. After all, these transcendental-philosophical analyses of the 'sciences' discover the human culture as the ground or as the condition of the possibility of the 'sciences' at all. The 'human culture' as a transcendental-philosophical concept is none other than life-world for Husserl and symbolic forms for Cassirer.

20세기 초 엄밀한 자연과학과 강력한 실증학문이 대두하자 진정 철학이 설 자리가 어디에 있는가하는 고민과 함께 전통적으로 절대적 진리 혹은 인식의 기준이라 여겨졌던 수학, 기하학, 뉴턴역학 등등을 무너뜨리는 변칙학문들(비유클리드기하학,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이 출현하자 철학자들은 인간의 인식을 근본지울 수 있는 더 깊은 성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이러한 지적 분위기 속에서 과거 데카르트, 칸트, 헤겔이 했던 철학적 사유시도, 그 중에서도 칸트가 행했던 선험철학적 사유시도를 단초삼아 후설(E. Husserl)은 현상학을 창시하고 발전시키며 카시러(E. Cassirer)는 마부르그 신칸트학파라는 철학적 운동의 영향아래 여러 엄밀학문들을 재검토한다. 후설의 현상학은 소위 추상적 이론이나 개념 이전에 근원적인 ‘현상’이 있어 이러한 근원적 현상으로 말미암아 학문이든 이론이든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을 편다. 다시 말해 ‘현상’을 탐구하는 현상학은 기타 모든 학문을 근본지우는 근원학문이자 제1철학인 셈이다. 더욱이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주어져있는 ‘현상’이란 우리의 의식의 지향성에 의해 맺혀있는 직관으로서, 방법론적으로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철저히 가정하고 환원해보면 ‘세계’라는 현상은 우리의 의식의 지향성에 의해 선험적으로 직관 혹은 구성된 대상에 다름 아닌 것이다. 따라서 논리학, 수학, 자연과학, 정신과학 등 기존의 학문들을 현상학적으로 탐구한다함은 그들의 근간이 되는 ‘현상’이 우리의 의식에 의해 어떻게 직관(구성)되는가를 탐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신칸트철학자 카시러는 근원적인 ‘현상’을 직관할 수 있음을 부정하고 모든 인식의 대상들, 심지어 가장 원초적인 감각까지도 고도의 논리적 관계와 기능을 통하여 구성된 산물이라는 주장을 편다. 따라서 카시러에게 있어서 수학, 자연과학, 정신과학 등을 해명한다함은 그들 각각이 가지는 고유한 선험적 관계-기능의 논리를 파헤쳐 규정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후설과 카시러 모두는 논리학, 수학, 자연과학, 정신과학 등등 학문들이 넓은 의미에서 인간의 의식 혹은 정신이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후설은 특히 ‘현상’과 의식에, 카시러는 ‘논리’와 기능/관계망에 역점을 두어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실제로 학문의 분석을 수행하며 후설과 카시러는 서로 반대되는 그들의 고유한 입장을 견지한다. 후설의 현상학은 가장 근원적인 현상에서 우선적으로 논리가 추출되며 그 위에 자연과학의 근간이 되고 인과율에 지배를 받는 원초적인 ‘물리세계’가 구성되고 또 다른 한편 정신과학의 근간이 되며 동기에 의해 지배받는 ‘인격적 세계’가 구성됨을 차례로 보여준다. 그러나 카시러의 신칸트철학적 연구는 학문에서의 작은 개념들 각각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기능적으로 얽혀있으며 결국 수학, 자연과학, 정신과학 모두가 각각 고유한 선험적 논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대한 관계망에서 기능적으로 얽혀있음을 논증한다. 해명이 불가능한 듯 보였던 20세기의 변칙학문들도 나름대로 현상학적 그리고 신칸트철학적인 방법으로 해명되어 정체가 밝혀진다. 후설의 현상학과 카시러의 신칸트철학은 학문의 분석을 계속하여 심도있게 진행해 나가며 더 깊고 더 넓은 지평과 만나게 되는데 ‘학문’일반을 도대체 가능하게 하는 이러한 지평이란 다름 아닌 ‘문화’이다. 물론 직관적인 현상을 강조하는 현상학은 문화를 우리에게 가장 밀접하게 주어진 ‘생활세계’로 포착한 반면 고도로 지적인 논리를 강조하는 카시러의 신칸트철학은 문화를 복합적인 ‘상징체계’로 포착한다. 그러나 이 둘은 결국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문화’의 서로 다른 이름일 뿐이며 학문과 과학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문화가 근저에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동일한 결론에 다다른다. 어떠한 과학철학도 결국 문화철학일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남기며 본 연구는 ‘선험적 문화연구(transzendentale Kulturphilosophie)’라는 새로운 연구지평을 우리에게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