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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이의 지역담론에서 ‘아시아’는 서구 제국주의 패권에 대항하는 ‘트랜스시스템적’ 정치체라 할 수 있다. 그의 아시아론은 지난 수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해 온 서구중심주의적 세계관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식 속에서 수립된 것으로, 그러한 비판에는 근본적으로 서구의 국가이성을 배태한 ‘계몽’에 대한 회의와 의심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1980년대 중국의 신계몽주의가 갖고 있는 역사적 의의에 부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그것이 중국 정부의 개혁개방 정책이 낳은 부작용을 간과했고 민주주의를 ‘제도적’ 차원에서만 볼 뿐 민중의 정치참여라는 차원을 도외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왕후이의 비판은 타당한 면이 많지만, 문제는 그가 서구 현대성과 계몽주의가 갖고 있는 다양성을 소홀히 여기고 단순화시켰다는 데 있다. 여기서 본 연구자는 중국과 일본의 현대성 문제에 깊이 천착했던 두 명의 사상가를 소환했다. 그들은 다케우치 요시미와 미조구치 유조이다. 다케우치 요시미와 미조구치 유조의 현대성 담론은 “현대란 무엇인가?”라는 오랜 물음과 관련되어 있으며, 특히 현대성과 ‘시간’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다케우치 요시미에게 현대의 시간은 부단히 전진하는 시간인 데 반해, 미조구치 유조에게 현대의 시간은 왕후이가 말하는 ‘시세(時勢)’, 혹은 ‘횡적 시간’에 보다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왕후이에게 현대성은 다원적인 것이지만, 문제는 그러한 현대관이 그가 오랫동안 중국 혁명의 의의를 특별하게 평가해왔던 것과 배치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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