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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19세기 말, 20세기 초까지 향유되었던 〈권익중전〉의 서사 구조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이 시기의 대중문학으로서의 고전문학에 대해 고찰하고자 하였다. 19세기는 이미 사회, 경제적 성장에 따라 문화적으로도 팽창된 시기이다. 내부의 상업적 발전과 외부의 새로운 문화 유입을 통해 다양한 문화 양상이 공존하였다. 그 가운데 고전소설 역시 변화하던 당대 사회에 대응하며, 다양한 변화를 이루었다. 〈권익중전〉은 여러 서사 요소를 변주하고 혼종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보인 작품이다.

〈권익중전〉의 서사는 크게 전반부 권익중 중심의 애정담과 후반부 권선동 중심의 영웅담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두 서사가 병렬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기존의 도식화된 서사 전개에서 변주를 이루며 서로의 서사에 영향을 끼치며 결합한다. 전반부 애정담의 요소들이 후반부 영웅담이 개연성 있게 진행되도록 만들고, 권선동의 영웅서사가 전반부 애정담의 실현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완전한 서사를 이룬다. 그 과정에서 애정서사와 영웅서사 외의 진가쟁주, 재생 모티프, 두 세계의 결합을 통한 탄생이나 신물을 부여받는 등의 신화적 요소 등이 얽히면서 서사적 개연성을 만든다. 이때 결합된 서사 요소들 역시 기존의 서사가 지닌 목적이나 구조를 따르지 않고 변주되어 혼종되는 양상을 보인다.

서사 요소의 변주와 혼종은 서사끼리의 충돌될 수 있는 지점을 상쇄시키면서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권익중전〉은 가족 공동체를 중심으로 여러 서사의 결합을 이끌어낸다. 남녀 개인의 감정을 다루는 애정담과 국가 지배 체제를 수호하는 영웅담 사이에 가문ㆍ가족을 연결시켜 ‘개인-가족-국가’의 서사 연결을 맺는다. 또한 가족 공동체의 결속을 위한 내부적 존재로 권선동과 외부적 적대자인 옥낭목을 등장시켜 혼종된 여러 서사를 하나의 큰 사건의 과정으로 연결시킨다. 개인의 감정이 중심인 애정담과 공동체의 수호가 중심인 영웅담 사이의 타협점으로서 가족 맺기 서사를 완성한다. 가족 공동체를 중심으로 서사 요소가 변주되고 혼종되며 병렬적으로 나열된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완결성을 지닌 서사가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이뤄진 서사의 변주와 혼종은 결국 당대 대중들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사의 변주와 혼종은 시대의 빠르게 변화하려는 문화 흐름과 기존 지배체제를 견고하게 유지하려는 문화 흐름 사이에서 대중문학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중 하나이다. 대중화 전략을 통해 〈권익중전〉을 비롯한 고전소설은 당대까지도 향유되며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19-20세기 고전소설을 통속소설, 세태소설로 평가절하하지 않고, 근대화 속 변화하며 통속화ㆍ세속화를 이룬 대중문학이라는 재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