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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등진 자’에 대한 필경 노동자 미타 교카의 찰나적 엠파시 : 1920년대 『조선급만주』 문예란 소재 미타 교카의 창작 소설을 중심으로 = Young journalist/writer Mita Kyoka's instant empathy for 'One Who Turned Their Back on Spring' : focusing on the creative novel of Mita Kyoka based on the literary field of Joseon and Manchuria in 1920s
이 글은 1920년대 “새도 건너지 않는 현해탄을 넘어”온 청년 기자/작가 미타 교카(三 田鄕花)가 재조 일본인에 의해 발간된 식민지기 최장수 일본어 종합 잡지인 『조선급만주』 문예란에 발표한 창작 소설에 관한 연구이다. 특히 1920년대는 식민지 초기와 1930년대 중·후반과 달리 문화 정치(文化政治) 및 다이쇼 데모크라시(大正democracy)의 영향 등으로 문예란의 확대 및 세분화를 통해 창작 소설 발표가 본격화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1920년대 재조 일본인들이 창작한 문학 및 창작자에 관한 세밀한 분석과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 글은 『조선급만주』 문예란의 변화 양상과 더불어 ‘필경 노동자(筆耕勞動者)’ 로서의 자기 인식을 문학적 글쓰기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사회부 기자 미타 교카와 그의 창작 소설에 관한 분석을 통해 1920년대 『조선급만주』 문예란에 담긴 ‘부분들’의 시선 나아가 식민지 문학의 일면을 고찰하고자 한다. 먼저 미타 교카의 창작 소설의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들 수있다. 첫째, 悲·薄倖·不運·不安의 숙명론을 담지한 미타 교카의 디스토피아적 단편들은 ‘조선오치(朝鮮落ち)’로 시작되는 자기 경험에서 비롯된다. 둘째, 오사카 아사히 신문(大阪朝日新聞) 경성지국(京城支局)의 사회부 말단 기자 미타 교카는 일본인으로서 피식민 조선 사회 ‘안에’ 있으면서 지배적 소수자에 속하지도 피지배층에 속하지도 않는 소외된 지적 프롤레타리아로서 자신을 의식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자기 인식은 悲·醜·惡·狂의 형상으로서 소설에 짙게 반영된다. 셋째, 무산의 계급과 어미 부재는 삶의 비관과 소외 의식 그리고 일그러진 연애관의 기원으로 작용하며, 그로 인해 주인공 ‘나’ 혹은 ‘나’에게 좌절과 패배를 초래한 대상은 광기와 자살이라는 장치를 통해 텍스트에서 소거된다. 문제는 그들의 광기와 죽음이 새로운 변화나 희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종결 방식은 문제에 대한 해결이라기보다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상실한 채 영구적으로 순환·반복됨을 나타낸다. 넷째, 넘을 수 없는 벽, 편입될 수 없는 자본·권력계층,극복 불가한 현실로 인해 소설 속 주체는 요동치는 반동적 감각, 즉 르상티망(ressentiment)을 내재함과 동시에 찰나적이나마 같은 ‘처지’로 보이는 조선인에게 심정적 공감(empathy)을 드러낸다. 이 글은 이러한 특징을 지닌 미타 교카의 창작 소설을 통해 그간 주로 논의되었던 ‘지배하는 일본인’에 의한 계몽형, 비판형, 교화형의 관찰자적 시선과는 다른 결로서 식민지기 일본어 문학을 독해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