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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에 들어오면 여색에 초연하다고 자처하는 남성 인물들이 주변인의 공모에 의해 호색적 성격을 폭로당하는 내용의 ‘훼절소설’들이 등장한다. 공통적으로 훼절소설에서는 주인공 남성들의 이성애 섹슈얼리티가 확인되는데, 훼절한 남성은 처벌받지 않고 공동체 내부로 포용된다. 그러나 개별 작품마다 주인공의 구체적인 훼절 과정과 결말은 차이를 보인다.

먼저 〈지봉전〉은 이성애 섹슈얼리티를 거부하여 동성사회적 기준과 불화하는 지배적 남성인 지봉 이수광을 진정한 남성으로 교화시키는 과정을 서사화했다. 주인공은 다른 지배 계급 남성들과 여성 거래의 삼각 구도를 형성하며 이 과정에서 공적 관계를 맺는 지배 계급 남성들 간의 유대와 질서가 강조된다. 주인공은 훼절 과정에서 절대 비속해지지 않는다.

〈오유란전〉의 이생은 미성숙한 남성으로서 역시 이성애 섹슈얼리티를 거부해 동성사회적 기준과 불화하는 자다. 그는 가족이나 친구 등 사적 관계에 있는 남성의 공모로 훼절되며, 그 과정에서 알몸이 해학적으로 천하에 공개된다. 서사 말미에는 이생이 온전한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체현한 존재로 성장한 후 동성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후일담이 자세하게 제시된다.

〈삼선기〉의 초반부 서사는 세속적 욕망을 외면하는 지배 양반의 훼절을 그렸기에 〈지봉전〉과 유사해보인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주인공 춘풍이 훼절 이후 대안적 남성성을 실천한다는 점에서는 앞선 작품들과 구별된다. 춘풍의 젠더 실천은 남성 동성사회의 유지에 가장 큰 위협이 되므로 다른 서사와는 달리 그를 노골적으로 적대하는 반동인물이 등장한다. 결국 춘풍은 기존의 남성연대에 편입되지 못하고 다른 세계(신선의 공간)로 건너간다.

훼절소설군의 서사적 정형성에도 불구하고 개별 작품 속 주인공이 보여주는 젠더 실천들이 결코 단일하지 않는 까닭은,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하나의 이상일 뿐 현실에서는 남성적 규범을 제각각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삶들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선 후기 ‘복수의 남성성들’의 양상을 반영한 훼절소설들은 당대 헤게모니적 남성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물일 수 있다. 그러나 남성의 위기에 대한 서사가 꾸준히 창작되고 향유되어 오는 동안 가부장제는 언제나 성공적으로 유지되어 왔으며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기준들은 어떤 시점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남성 훼절 서사는 확고부동한 권력인 것처럼 보이는 남성성의 개념이 사실은 계속 도전받는 연약한 구성물뿐이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어 주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남성성 모델이 얼마나 깨뜨리기 어려우며 영향력이 큰지를 동시에 알려준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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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명 저자명 페이지 원문 목차
동계(東谿) 조귀명(趙龜命)의 자전적(自傳的) 운문 연구 = A study on the autobiographical verse of Donggye Jo Gwi-myeong 김민학 p. 5-46

유배일기 작품의 문헌서지적 특성 연구 = A study on the bibliographical characteristics of the diary of the exile. 1, Comparison of <Iminyugyo>, <Sungsanyusa>. 1, <임인유교>와 <星山遺事> 비교 조수미 p. 47-69

『윤지당유고(允摯堂遺稿)』에 나타난 삶과 실천적 글쓰기 = A study on life and practical writing in Yunjidangyugo (允摯堂遺稿) 임보연 p. 71-95

서녕 유씨 유서 연구 = A study on Ms. Seonyeong You’s will : focusing on the meanings of self-statement shown in virtuous women’s wills : 열녀 유서에 나타난 자기 진술의 의미를 중심으로 홍인숙 p. 97-125

한국 신화에 나타난 죽음 사건과 그 의미 = Death events and their meaning in Korean mythology : focusing on <Princess Bari> and <Chasabonpuri> : <바리공주>와 <차사본풀이>를 대상으로 김신정 p. 127-155

텍스트마이닝을 통해 본 구비설화의 지역 간 전승 경향의 유사성 = A study on the similarity of inter-regional transmission trends of oral tales using text mining 한유진 p. 157-188

가족관계 단절 문제에 대한 부모되찾기 설화의 문학치료적 역할 = The literary therapeutic function of folk tale of recovering parents for the problem of family relationship breakdown 박재인 p. 189-219

『대학』의 8조목과 팔선녀 관계에 대한 연구 = The research on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8 articles of ‘Daehak’ and the 8 celestial women 정치균 p. 221-259

조선 후기 훼절소설 속 ‘복수의 남성성들’과 남성 젠더 실천의 다층성 = Multilayers of masculinities and male gender practice in the ‘Hwejeol fiction(stories about men breaking his faith)’ of the late Joseon Dynasty 이채은 p. 261-300

국문장편소설과 로맨스 웹소설의 유사성 = A study on similarit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s and romance web novels 김은일 p. 301-335

웹소설 <조선여우스캔들>에 나타난 고전서사의 수용 양상과 그 의미 = The acceptance pattern and meaning of classical narratives in the web novel <Joseon Fox Scandal> 박혜성 p. 337-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