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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근대 초 한·중·일 3국의 국민국가 수립 과정에서 창가가 수행한 역할에 관해 검토한다. 여기서 창가란 서양 악곡의 선율을 차용하거나 서구식 음악 문법으로 쓰여진 노래를 지칭함과 동시에 노래 부르기, 특히 집단적 제창 실천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시기 도입된 근대적 교육 체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찬송가나 서양 민요 등의 서구식 선율에 문명개화, 부국강병, 애국과 자주독립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가사를 붙인 노래들을 대열을 이룬 학생들이 한목소리로 부르게 함으로써 근대적 국민의식 형성과 국민적 통합을 도모하는 이 새로운 노래 부르기 방식은 근대 초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 모두에서 나타났던 공통의 문화 현상으로, 일본에서 창가(唱歌, 쇼오카), 중국에서 학당악가(學堂樂歌), 그리고 한국에서 창가라는 이름으로 전개되었다.

메이지 일본은 창가 문화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 근대 국민 만들기의 도구로 집단 가창 실천을 활용하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냈고, 이것은 인접국들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1900년대 초 시작된 중국의 학당악가는 일본에서 창가 문화를 접한 중국 유학생 및 지식인들의 주도로 전개되었다. 한편 개화기 조선의 창가 운동은 개화파 지식인들이 중심이 된 『독립신문』과 독립협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독립신문』에 다양한 애국가류의 창가(가사)들이 게재되었고 이것들은 당시 유입된 찬송가의 선율들을 차용해 불리워졌다. 이 창가들은 독립협회의 주도로 개최된 각종 개화 행사 및 의식들에서 학생들에 의해 가창되었는데 배재학당과 같은 미션스쿨뿐만 아니라 관립 소학교 등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이 새롭게 제정된 국가의례에 동원되어 집단적 가창 실천을 수행했다. 그러나 개화기 창가 운동은 국가 주도로 전개된 교육제도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개입과 영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받은 것이기도 했다. 갑오개혁을 통해 근대적 학제가 수립되는 과정에 일본인들이 직접 관여하고 일본의 학제가 그대로 모방되면서 일본 창가 또한 개화기 학교 창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