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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보기

본고는 판소리, 창극, 가면극 등 한국전통연희에 나타난 초라니의 형상적 특징과 의미를 고찰한 논문이다. 초라니는 본디 요사스러운 가면을 가리키는데 이들의 집합체인 초라니패는 남사당패, 솟대쟁이패 등과 더불어 조선 후기 대표적인 유랑예인집단으로 활동했다. 초라니는 한국의 다양한 연희 종목에서 발견되는데 본고에서는 판소리 〈흥보가〉, 〈변강쇠가〉와 창극 〈흥보전〉, 그리고 하회별신굿탈놀이·고성오광대·송파산대놀이 등의 가면극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전통연희에서 나타나는 초라니의 형상적 특징과 그 의미를 종합적으로 구명해 보았다.

2장에서는 초라니와 관련된 궁중의례인 나례의 문헌 기록을 통해 그 형상과 변천에 대해 살폈다. 궁중나례에서 축역의식의 주역이었던 초라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역자에서 축역의 대상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본고에서는 이 같은 역할의 변화가 인상에 대한 변화로 이어졌고, 이후 경망스럽고 요사스러운 초라니의 특징 형성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았다.

3장에서는 한국전통연희 중 판소리와 가면극에서 나타난 초라니의 형상적 특징을 살폈다. 먼저 〈수국사 감로탱〉의 솟대타기와 판소리 〈흥보가〉·〈변강쇠가〉, 창극 〈흥보전〉에서 나타나는 초라니의 모습을 통해 유랑예인적 면모, 필수 연행 악기인 장구의 착용, 일정한 의식성, 생계 유지를 위한 구걸 등 초라니로 표상되는 인물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판소리와 창극에서 발견되는 초라니의 연희내용을 통해 액막이 고사, 글자 타령, 구음, 반주 장단 등 초라니의 연행 양상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었다.

이어 하회별신굿탈놀이·고성오광대·송파산대놀이 등의 가면극을 통해 초라니의 형상적 특징을 고찰해보았다. 가면극에서 나타나는 초라니의 모습은 주변 인물과 합변 혹은 대체되는 현상으로 인해, 말뚝이나 방자와 같은 풍자형 인물이나, 체신 없는 어린 양반 등으로 희화화되었다.

종목에 따른 차이점도 주목되는 부분이었다. 판소리 및 창극 작품에서 나타나는 초라니의 형상은 당대에 활동했던 초라니 혹은 초라니패의 특징이 되도록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면극에서 배역으로 등장하는 초라니는 해학성과 풍자성, 그리고 약자라는 성격적 특징이 발견되나 형상적으로는 판소리 사설 및 창극 대본의 모습과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초라니는 한국 전통연희의 전승에 있어 뚜렷한 족적을 남긴 존재였다. 현재는 창극에서 파편적으로 출현하거나, 가면극 속 주변 등장인물과의 대체 혹은 합변되어 그 형태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본 연구를 통해 초라니의 인물 형상, 연희 내용과 연행 양상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