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8세기에 창작된 것으로 판단되는 『太原誌』의 해양 군담소설로서의 성격을 밝힌 결과물이다. 그동안 『태원지』에 대해서는 주인공 일행이 숱한 표류 끝에 태원 세계를 발견하고 그곳의 황제로 등극하는 구성의 남다른 점에 주목하면서, 이를 조선 후기 중화체제 균열의 한 지점으로 파악하는 연구 성과 등이 나왔다. 다만 지금까지는 바다 밖 세상에서 태원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한 의미를 천착하는 데 집중했을 뿐 작품의 저변이나 해양 소재 서사에 대한 이해는 태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작품의 성격이나 주제 등이 마구잡이로 규정되곤 하였다. 이런 문제의식 아래 여기서는 『태원지』의 소재와 구성 등을 참작하여 『태원지』 서사의 ‘자기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먼저 작품 전반부에 배치된 표류 소재를 조선 후기 표류서사의 흐름과 연결하여 논의하였다. 초기 동아시아 서사에서부터 구현된 표류담은 단형서사체로, 조선 후기에 접어들어 다채로운 면모를 보인다. 그런데 『태원지』는 복수의 표류 소재를 끌어들이고 다양한 화소를 활용하여 장편의 해양 서사로 거듭났다. 이는 표류의 오랜 경험과 해양에 대한 지식이 축적된 결과라는 점에서 조선 후기 서사문학의 새 국면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작품의 후반부 임성 일행의 태원 세계 정복 과정을 군담 서사의 면모로 이해하고자 했다. 그들이 정복한 태원 세계는 해양 국가로써의 면모가 강하다. 따라서 『태원지』는 표류와 군담이 결합된, 지금까지의 서사 전통에서 낯설고 이채로운 위치를 점유하였다. 마지막으로 바다 밖 태원의 정복과 국가 건설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을 논란하였다. 분명 임성 일행이 건설한 태원은 왕도정치를 표방하였고, 이것이 작가의 최종적인 목표이자 이 작품의 한계로도 비춰진다. 그런데 왕조시대의 이상적인 정치체제를 상상할 때 어느 작품도 왕도정치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더불어 이 이상적인 정치체계를 육지 밖의 세계에서 찾으려 했다는 점이 종래의 육지 중심의 구도와는 결을 완전히 달리한다. 이는 중화체제의 균열이나 회의라는 차원을 넘어서 있다. 나아가 조선 후기 사람들의 세계 인식의 원심력 그 최대치가 이 작품에 구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