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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극단적인 희생 내지 신이한 행적을 강조하는 효담론 양식이 아닌, 가정 안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배경으로 효자(孝子)와 불효자(不孝子)를 화두로 하는 이야기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효자와 불효자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는 효의 극단적인 희생 내지 신이한 행적을 강조하는 효행담이 아닌, 민간에서 아버지와 아들에게 일어나는 일상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선택하고, 아들과의 관계에서 아들과 아버지의 특징과 관계 맺기 방식이 드러난 이야기를 선정하여 분석하고자 했다.

기왕의 선행연구에서는 주로 효자를 초점화하여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비인간적인 이데올로기와 사회 현실의 실상을 고발하여 그 의미를 드러내는 쪽이었다. 또한 부모를 위한 자식의 절대적인 효의 실행이라는 절대성을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무리한 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효를 강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민간의 평범한 가정 안에서 정의하는 ‘효/불효’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나아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 맺기 방식에 대한 시사점이 있다.

〈효자 불효자〉 이야기에서는 효를 행하는 주체인 아들, 효를 받는 대상인 아버지가 등장하는데, 불효자인 아들이 효자가 되려고 해도 효를 받는 아버지가 불효자의 행동을 받아주지 않아 결국 아들은 효자가 되지 못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한가지 모순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모순이란 바로 ‘효’의 ‘상대성’과 ‘관계성’이다. 이는 효자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관계는 어느 하나만이 잘해서 유지되는 문제가 아니므로 아무리 불효자 아들이 아버지에게 효자 노릇을 한다고 해도, 아버지가 아들을 받아주지 않으면, 아버지가 효를 거절하면 불효자 아들은 효자가 될 수 없었다. 즉 효의 모순이란 아버지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따라서 효의 상대성은 부자 관계, 인간의 관계성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포착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이야기는 전통적인 효 관념이 더욱 현실적으로 표현되어 나타난다는 점에서, 민간의 평범한 가정 안에서 정의하는 ‘효/불효’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뿐더러, 부모와 자식 관계 맺음의 영역 안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타인과의 관계 맺기 방식에 대해 확장하여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