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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는 자신의 통치성 분석을 통하여 신자유주의의 합리성 및 체제로서의 우월성을 인정하였다는 비판적 평가가 드물지 않다. 반란의 실행보다는 ‘앎의 반란’을 추구했던 푸코가 적어도 신자유주의의 자기한계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사유하였으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푸코의 관점에서 자유주의란 국가이성에 대한 비판의 한 양식과 같다. 자유주의에서는 사물의 질서를 자유방임적으로 관장하는 경제적 이성이 확립되는 가운데,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내지는 경제과정의 바람직한 불투명성의 논리가 활성화된다. 이런 자유주의적 사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이해관계 관념인바, 이해관계에 기초한 통치의 방향으로서 자유방임은, 사물이나 사태를 저지하는 대신 자연적 조절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사물들의 질서와 순환계 전체의 동력, 계기로서 불가결한 것이 자유이며, 방임되는 동시에 관리되어야 하는 자연적 자유의 전개에는 불확실성과 위험이 동반된다. 이런 자유와 위험의 동반현상에 대해 자유방임적 통치가 최소불가결하게 개입하게 될 때 등장하는 것이 안전 메커니즘이다. 이렇게 자유, 위험-리스크, 안전장치가 연쇄적으로 작용하는 신자유주의적 통치에 있어서 사회적 리스크 분산적 안전장치의 전형이 보험 테크놀로지이다. 리스크 관념에 기초한 보험은 경제금융적인 테크놀로지를 넘어 정치적・도덕적 테크놀로지로서 작용한다.

적어도 근대 이후의 인간에게는 자유의 전개과정에 수반되는 리스크와 리스크 통치성을 벗어난 어떤 개체적 현존도 불가능하며, 그런 맥락에서 현대 생활세계의 인간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개체적 자유와 신용의 리스크’인 듯하다. 신용에는 다중적인 정념이 작용하는바, 이해관계의 무한추구라는 정념에서 출발하여 합리적 통치 및 사회윤리적 품행의 토대로 작용하는 보험-신용은 자유주의적 정의의 발명과 다르지 않다.

이런 자유-리스크-안전-보험 테크놀로지의 세계를 그려낸 푸코가 ‘자유주의를 아는 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와 동시에 그가 결코 ‘자유주의의 옹호자가 아니라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그가 기대했던 반란에는 물리력이 아니라 앎이 필요했으며, 그렇게 가장 집요하고 미세하게 추구된 앎의 전략적 대상이 자유주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