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조선시대 여성이 쓴 한글 제문 중 부러진 바늘을 대상으로 한 두 편의 작품인 〈조침문〉과 〈바날졔문이라〉에 나타난 의인화와 감정 서술의 특징에 대해 고찰한 논문이다. 조선시대 작품 중에는 부러진 바늘을 대상으로 하여 애도의 감정을 표하는 작품들이 다수 있으며, 선택한 장르 또한 제문, 민요, 가사 등 다양한 장르에서 발견된다. 본고는 조선시대 일상 생활문화 속에서 바늘 제문을 살피기 위해 조선시대 여성 노동으로서의 바느질과 당대 조선의 바늘 생산, 청나라 바늘 가게 방균점에 대한 정보를 검토했다. 또 바늘 제문의 특징을 살피기 위해 부러진 바늘을 소재로 삼은 민요와 가사 작품들과의 비교를 시도하고 또 고전문학에서 의인화 기법을 사용하는 대표적 장르인 한문 가전문학과 동물 우화소설에 나타난 비교도 시도하였다. 그 결과 여성이 쓴 한글 바늘 제문은 부러진 바늘을 소재로 한 민요나 가사 작품에 비해 글쓴이와 부러진 바늘과의 관계가 부각되면서 바늘이 단지 바느질 도구가 아니라 지은이의 바느질 행위에 함께하는 협력자로 서술되는 특징이 드러남을 밝혔다. 또 의인화 기법의 경우 동물 우화소설의 의인화는 한 번 의인화가 되고 나면 본래 동물의 특성은 거의 잊혀지고 인간적 요소가 부여된 등장인물이 부각되는 반면 바늘 제문의 의인화는 의인화가 되었어도 그 대상이 바늘이라는 사물임이 지속적으로 환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의인화를 해도 바늘이라는 사물의 특징이 지속적으로 환기된다는 점에서 바늘 제문의 의인화 기법은 한문 가전문학에서 사물을 의인화하는 방식과 유사한데 그러나 감정 서술의 측면에서 보면 한글 제문은 바늘에 대한 지은이의 애도와 상실의 감정이 깊이 드러나는 반면 한문 가전문학의 경우에는 의인화되는 사물에 대한 지은이의 감정 투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볼 떄 바늘 제문에 나타난 의인화 기법과 감정 서술은 특징적이다. 한글 바늘 제문에서 드러나는 이 같은 특징은 이 작품들이 인간과 사물이 관계를 맺는 방식, 사물을 대하는 인간의 시각 등 현재 중요하게 대두되는 인간중심주의 탈피의 논의와 관련하여 읽을 수 있는 단초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