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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저항’ : 두브라프카 우그레시치의 포스트유고슬라비아 에세이즘과 그 함의 = 'Loss' and 'resistance' : the implications of the essayism of the Post-Yugoslav essayistic writings by Dubravka Ugrešić
현대 크로아티아 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으로 2023년 초 숙환으로 운명한 두브라프카 우그레시치(Dubravka Ugrešić, 1949~2023)에게 에세이 문학은 그녀가 1990년대 초 정치적 망명을 떠난 이후 창작의 새로운 중심 영역으로 자리 잡은 중요한 장르이다. 우그레시치의 에세이즘을 아우르는 두 키워드는 ‘상실(gubitak)’과 ‘저항(otpor)’이며, 이는 구체적으로 다섯 개의 주제로 표현된다. 첫 번째 주제는 사라진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상실의 아픔, 유고연방 해체 후 발칸 서부에 새로 출범한 독립 국가들의 옛 유고슬라비아 역사와 문화적 기억에 대한 조작과 말살, 이 지역에 발흥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와 파시즘 정치에 대한 고발과 비판에 바쳐져 있다. 두 번째 주제는 포스트공산주의 시대 발칸 서부 사회의 현실에 대한 미시적 관찰과 관련되어 있다. 세 번째 주제는 옛 유고슬라비아를 포함한 동유럽과 서유럽의 관계와 상호인식, 그리고 망명, 난민, 이주노동 현상과 이로 인한 유럽 사회 내부의 변화에 대한 고찰에 바쳐져 있다. 네 번째 주제는 오늘날 문학의 달라진 위상에 대한 평가, 포스트공산주의 시기 발칸 서부 지역 문학과 작가의 동향, 보수적 민족문학에 대한 대안이자 새로운 문학적 흐름으로서의 트랜스내셔널 문학 현상에 관한 성찰과 관련되어 있다. 다섯 번째 주제는 크로아티아를 포함한 발칸 서부 지역의 남성중심주의와 여성혐오문화에 대한 페미니즘적 시각에서의 비판에 할애되어 있다. 이상의 주제를 다루는 우그레시치의 에세이즘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주요 서사적 장치를 통해 가벼운 문화비평에서 급진적인 페미니즘 비평과 신랄한 정치평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조와 스타일로 표현되며, 옛 유고 지역 사회를 구심점으로 전지구적으로 관찰되는 ‘후마니타스(인간다움)’의 위기를 비판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망명 작가로서의 실존적 체험에서 기원한 우그레시치의 에세이즘은 오늘날 여전히 진행 중인 전환기 포스트공산주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대안의 모색을 촉구하는 복합적 담론으로 정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