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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노동 경험에 관한 내러티브 연구 : 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일하는 일곱 명의 노동자 이야기 = A narrative study on the labor experiences of non-regular school workers : the story of seven workers at a vocational high school
이 연구는 2022년 개정교육과정에서 노동과 관련된 많은 내용이 삭제된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공식적 교육과정에서는 노동을 다루지 않거나 매우 제한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현실에서 출발하여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노동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으로 시작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직접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지는 않지만, 학생들과 매일 상호작용을 하는 존재로서 학생들의 노동과 관련한 인식과 태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들의 노동 경험을 분석하는 것은, 교육이 노동을 등한시하는 현실 비판의 심층적 측면을 비춰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국내의 교육학 논의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노동 경험을 질적으로 탐구하여 이해하고, 교육(학)적 맥락에서 함의를 발견하고자 한 내러티브 연구이다. 이에 따라 한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 7명을 심층 면담한 결과, 이 연구에 참여한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한편으로는 교육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지님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위계화된 노동 분업으로 인해 자본주의 체제의 노동자라면 누구나 겪는 ‘소외’를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주변화된 노동자로서 무시와 차별, 그리고 시혜라는 측면을 모두 포함하는 ‘타자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또한, 이 노동자들이 자기 노동에 부여하고 있는 의미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노동은 총체적인 사회적 관계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이들의 이야기는 자신들이 겪는 소외와 타자화가 이 세계의 ‘물화’에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 사회의 사회적 총체성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물화하여 그 안에 들어 있는 인간의 노동과 인간을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데, 이들은 자신들을 이 사회의 ‘유령’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이러한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첫째, 교육(학)이 노동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총체성을 인식하게 하는 교육적 계기들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제기하며, 둘째,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과 같은 노동자로 살아갈 대다수 학생의 목소리를 교육에 더 많이 통합해야 할 필요성을 함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