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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복선화음가〉에 대한 종래의 시각이 ‘주체/타자(또는 대상)’의 이분법적 구도에 경도되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복선화음가〉가 제시하는 두 인물 ‘이씨부인’과 ‘괴똥어미’는 서로 다른 성격과 형상,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 작품의 제목이자 주제인 ‘복선화음’은 ‘‘괴똥어미’를 닮지 말고 ‘이씨부인’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를 명징하게 표출한다. 그러나 상징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주체도 타자도 아닌 ‘비체(鼻涕, abject)’ 개념을 작품에 대입하여 분석한 결과, 두 인물 모두에게서 특유의 비체적 성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씨부인’이 ‘물욕’이라는 비체적 욕망을 적절히 수용함으로써 시댁이라는 가부장적 질서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된 ‘살아남은 비체’라면, ‘괴똥어미’는 자신의 욕망을 모두 폭발시킨 결과로 가부장 세계에서 버림받은, ‘시체가 되어 승화된 비체’이다. 이처럼 ‘이씨부인’과 ‘괴똥어미’가 서로 다른 ‘비체’라고 할 때, ‘이씨부인’을 따르고 ‘괴똥어미’를 경계하라는 작품의 당부는 선악의 이분법적 선택지에서 ‘선’을 고르는 일이 아닌, 비체적 욕망을 다스리는 과정에서 그 ‘정도’와 ‘방법’을 조정하는 일이 된다. 이때 작품 속 인물이기도 한 ‘이씨부인’ 역시도, 그에게 ‘괴똥어미’가 그러하였듯 ‘아기딸’을 비롯한 작품의 향유자에게 ‘문학으로써 승화된 비체’가 될 수 있다.

〈복선화음가〉는 규방가사의 일반적 작법에서 벗어난 문제작이다. 특히 ‘복선화음’이라는 표준적인 교훈을 앞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이씨부인’과 ‘괴똥어미’라는 서로 다른 두 며느리 인물형을 병치함으로써 가부장적 질서를 뒤흔드는 비체적 힘을 내장하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실은 또 다른 며느리의 글, 또 다른 교훈적 텍스트에도 본고의 독법이 적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더 많은 규방가사 작품들에서 〈복선화음가〉와 같은 비체적 힘을 찾아낼 수 있다면, 나아가 이 같은 비체성을 보다 폭넓게 상정해 볼 수 있다면, 규방가사의 여성주의적/여성문학적 가치를 새로운 입각점에서 고찰하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권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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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명 저자명 페이지 원문 목차
<복선화음가(福善禍陰歌)> 속 ‘비체(鼻涕,abject)’의 형상과 욕망 = The shape and desire of the ‘abject’ in Bokseonhwaeumga 최규희, 김승우 p. 7-41

김인후의 실천과 균형적 문학관 = Kim In-hoo’s view of practice and balanced literature 강동석 p. 43-70

중국·조선 『精忠錄』 刊本의 變容과 수록 작품에 나타난 忠義 관념 = The transformation of printed editions of Chinese and Joseon 『Jeongchungrok(精忠錄)』 and the concept of loyalty reflected in the collected works 김기엽 p. 71-98

김정환의 시집 『황색예수 1 – 황색예수전』에 나타난 악과 부조리 인식 = Recognizing evil and absurdity in Kim Jeong-hwan’s poetry collection 『Yellow Jesus 1』 이찬희 p. 99-133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김석범의 『만덕유령기담』과 4·3의 재현 = Representation of Mandeok Ghost Story(만덕유령기담) and 4·3 by Kim Seok-beom, a Korean diaspora in Japan 고명철 p. 135-162

조선족의 문화대혁명 = The cultural revolution of the Korean-Chinese : focusing on Kim Hak-cheol’s novel “The Myth of the 20th Century” : 김학철 장편소설 『20세기의 신화』를 중심으로 이혜진 p. 163-199

‘인정투쟁’으로서의 ‘자기 서사’ = “Self-narrative” as a “struggle for recognition” : a study methodology for Chinese Korean-Chinese fiction through analysis of “the Period of Regulation”, “Beombawi”, and “Wind Flower” : 『격정시대』, 『범바위』, 『바람꽃』 분석을 통한 중국조선족 소설 연구방법론 모색 차성연 p. 201-230

‘같이’ 의미 분화의 통시적 고찰 = A diachronic study on the semantic differentiation of ‘같이’ 윤보영 p. 231-254

미래 세대를 위한 교양교육의 시대사적 역할에 대하여 = On the historical role of education of liberal arts for future generation : focusing on the relationship with Korean higher education policy and the thematic expansion according to social transformation : 한국 고등교육 정책과의 관계성 및 사회변동에 따른 주제적 확장을 중심으로 도승연 p. 255-286

조용필 노랫말의 문학교육적 의미 = The literary and educational meaning of Cho Yong-pil’s lyrics 허영진 p. 287-318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정(情) 문화의 단계별 교육 연구 = A study on education of “Jeong(情)” culture by stages for foreign learners of Korean language 설한봉, 최안나 p. 319-345

한국인 학습자를 위한 중국어교육 문법의 비교문 분석 = Analysis of 比较句 in Chinese language education grammar for Korean learners : focusing on the exploration of a standardized Chinese language education grammar system : 표준 중국어교육 문법 체계 방안 모색을 중심으로 위수광 p. 347-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