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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행록 중에는 기존 연행록을 출처를 표기하지 않고 轉載한 작품이 많다. 따라서 연행록 연구에서는 기존 연행록에서 유래한 요소와 해당 연행록이 창출한 요소를 구분하여 살피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특히 『老稼齋燕行日記』와 같이 전범으로 간주되어, 그 형식과 내용을 본뜬 모방작이 후대에 다수 출현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본고는 『노가재연행일기』를 모방한 연행록의 한 사례로 陶谷 李宜顯의 『庚子燕行雜識』에 주목하였다. 『경자연행잡지』 下는 『노가재연행일기』의 卷頭에 수록된 「山川風俗總錄」을 본뜬 연행록 중 하나로, 「산천풍속총록」과 형식이 동일할 뿐만 아니라 내용의 대부분을 그로부터 전재하였다 할 정도로 모방의 정도가 심한 작품이다. 그러나 저자 이의현이 부분적으로 수정한 요소도 적지 않은바, 형식과 내용의 미세한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이 연행록의 특징과 작가의식, 燕行錄史에서의 의의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분석 결과, 형식상으로는 체재와 문체의 변화가 주목되었다. 체재 면에서 『경자연행잡지』는 「산천풍속총록」의 동일 범주로 묶을 만한 기사들을 통합하거나 재배치하였고, 그 결과 「산천풍속총록」에 비해 더 체계적이고 응집력 있는 짜임새를 갖추게 되었다. 『경자연행잡지』가 보여준 ‘範疇化된 구성’에 대한 추구는, ‘見聞을 隨意的으로 기술’하는 雜識體에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紀事體로 변모해 가는, 18세기 연행록의 과도기적 면모를 보여준다는 데서 그 史的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한편 문체 면에서 이의현은 金昌業의 문장에 어조사를 삽입하고, 卑俗한 어휘를 典雅한 표현으로 교체했으며, 繁衍한 문장을 簡嚴한 스타일로 바꾸었다. 이러한 문체상의 변화는 平暢하고 전아하며 간엄한 문장을 선호하였던 저자의 문체적 지향이 연행록 저술에서도 관철된 결과로 해석되었다.

내용상 변개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淸國의 器物 및 기술에 대한 태도와 人文에 대한 태도가 찬탄과 멸시로 상반되게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산천풍속총록」이 淸國의 기물과 기술을 열린 자세로 관찰하고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데 주 관심을 두었다면, 『경자연행잡지』는 「산천풍속총록」의 성과를 온전히 흡수하면서도 조선의 기술적 열등성을 인정하고 淸國 기술의 우수성을 찬탄하는 데로까지 그 관심을 확장한 모양새였다. 본고는 淸國의 선진적인 기물과 기술을 향한 『『경자연행잡지』의 적극적인 관심에, 經世 문제에 무관심할 수 없었던 고위 관료로서의 이의현의 정체성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았다. 한편 기물이나 기술에 대한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경자연행잡지』는 淸國의 인문을 향해서는 노골적으로 경멸하는 시선을 보내거나 미묘하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었다. 김창업이 호의적이거나 최소한 객관적인 태도로 기록했던 淸人과 그들의 문화는 이의현에 의해 폄하의 대상이 되어, 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강화하는 쪽으로 그 내용이 탈바꿈되어 있었다. 본고는 이러한 내용상의 변개에서, 김창업보다 더 예민하고 엄격하게 문화적 華夷를 분별했던 이의현의 인식과 태도가 드러난다고 보았다.

권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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