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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성폭력을 비롯하여 무력분쟁 과정에서 여성들이 경험하는 폭력의 피해는 전쟁의 역사만큼 오래되었으나,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이 무렵 한국에서는 성폭력에 반대하는 여성 운동이 전개되었고,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처음으로 제기되었으며, 1980년 5월 광주에서 자행된 국가폭력의 과거청산을 위한 이행기 정의 절차가 운영되었다. 이런 각각의 움직임이 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군사주의와 결합하여 무력이 동원된 국가폭력의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주로 자행된 성ᆞ재생산 폭력의 피해는 오랫동안 공론화되지 못한 채 정의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2018년에야 비로소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 조사가 시작된 ‘5·18 성폭력’ 역시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이 논문은 교차적 접근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정치적 갈등을 배경으로 무력분쟁 상황에서 발생한 여성에 대한 폭력의 개념적 위상을 이론적으로 논의하고, 피해자들이 경험한 역사적 피해의 의미를 되새겨보려는 시도이다. 무력이 동원된 상황에서 민간인 여성들에 게 자행된 성폭력은 ‘국가폭력’이나 ‘젠더폭력’의 어느 한 범주로 단순화되기 어려우며, ‘과거사’란 단지 오래된 사건이 아니라 피해자의 생애를 통해 침묵을 강요당한 트라우마의 역사이기도 하다. 본 논문에서는 국내외 문헌과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폭력, 젠더폭력, 과거사 폭력이란 세 가지 차원이 중첩되어 있는 억압의 교차성을 분석함으로써, 개별화된 폭력 행위의 의도나 양상으로 환원되지 않는 집합적 피해의 복합성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