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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초등학독본』 검정청원본과 인가교과서인 『신찬초등소학』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교과서 검정 기준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와 교과서에 기술될 수 있는 내용과 표현의 허용 범위나 수준을 확인하였다. 실질적으로 교과서 검정제를 제정한 통감부와 교과서 검열을 주도한 일본인 사열원이 검정을 실시한 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 것은 ‘정치적 방면’에서 검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교과서가 많다는 것이었다. 일본이 말하는 정치적 기준에서 문제가 되는 교과서 중 하나가 바로 『초등학독본』이었다. 『초등학독본』 청원본에서 사열원의 삭제, 수정 및 재기술 요구는 제재상으로 주로 수신으로 분류되는 단원에서, 주제로는 군주와 황실, 애국, 군사와 관련한 기술에 남아있다. 수신이 아닌 역사, 지리, 일상 제재의 단원이나 전반적인 기술 내용이 충군의식이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충군, 애국, 독립, 자주 등의 용어나 표현이 있을 경우 역시 수정이나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검열 기록을 통해 한국의 교과서와 교육 내용을 어떤 방향으로 통제하려 했는지를 일차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 『초등학독본』과 『신찬초등소학』에서 동일 혹은 유사한 주제를 다룬 단원과 기술 내용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정치적 기준에서 ‘문제’가 많은 교과서가 어떤 교과서를 의미하는 것인지와 『초등학독본』을 불인가한 검정 기준을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초등학독본』과 『신찬초등소학』에서 공통적으로 군주와 황실에 관한 기술이 보이지만 후자의 경우 ‘개국기원절’과 ‘건원절’ 두 단원에서 다루는 데 그친 반면 『초등학독본』에서는 군주와 황실에 대한 충군의식을 강조하는 단원과 내용 기술이 전체 분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초등학독본』은 ‘충군’뿐만 아니라 ‘독립’, ‘자주’, ‘강병’ 등의 용어나 표현을 많이 사용하여 학생들에게 국가의 ‘독립’과 ‘자주’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했다. 사열원은 이처럼 정치적 내용이 기술된 단원이나 관련 표현, 용어 등에 대해 삭제 또는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초등학독본』은 검정 결과 최종적으로 교과서 인가를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