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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재는 인천의 중구 신포시장에서 동구 배다리시장으로 넘어가는 언덕길이다. 경인철도가 개통되기 전에는 인천항에 내린 사람과 물자가 최단거리로 서울로 향하려면 모두 이 고개를 이용하였다. 싸리재에서는 인천항의 규모가 커지고 행인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객주를 비롯한 조선인 상인 자본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상권을 확장해 나갔다. 인천이 여느 도시에 비해 조선인 상인의 비중이 컸던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따라서 일제 지배하의 서울에서 일본인 상권에 맞서 조선인 상권을 유지했던 종로처럼, 그리고 종로를 둘러싸고 조선인 거주지가 형성되어 있었던 북촌처럼, 인천에서는 싸리재를 중심으로 조선인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고, 그 일대에는 기와집이 많은 조선인 거주지가 만들어졌다. 나아가 이 지역은 성시를 이루던 배다리시장 등 주변의 조선인 구역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자본이 풍부한 싸리재에는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인천으로 오는 노동자들도 자리를 잡았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서 새로운 문화와 사상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확산되었으며, 다수의 사회주의자나 민족해방운동가들이 거주하고 활동한 공간이기도 했다. 싸리재는 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와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지만, 조선인의 공간으로서 때때로 연대하면서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