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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 도종환 산문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1008211 811.4 ㄷ325ㅅ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1008212 811.4 ㄷ325ㅅ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슥슥 칼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하얗게 살이 드러나는 칼날의 모습은 가뿐함과 신선함을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검은 때를 벗고 제 빛깔을 되찾으며 드러나는 그 예리함, 베어야 할 배추며 무며 고구마며 이런 것들의 살 속의 파고드는 부드러운 감촉, 팔놀림이 훨씬 수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가뿟한 어깨, 할아버지는 그런 것을 가져다주셨다.

나는 낫이나 칼을 그렇게 산뜻한 물건으로 바꾸러주는 숫돌을 들어 옮기면서 작지만 묵직한 숫돌을 늘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쇠로 만든 칼을 예리하게 벼리어 주는 돌이니 어찌 예사로운 돌이라 하겠는가. 쇠보다 단단하고 쇠를 갈아서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제 용도에 맞게 쓰일 수 있게 만들어주니 어찌 대단하다고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거기까지만 생각했지 칼니아 낫을 예리하게 벼리어 주는 동안 숫돌도 조금씩 닳아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쇠를 그냥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는 요술을 부리는 게 아니라 제 몸도 닳아 없어지면서 칼날을 세워주는 것이었다. 무딘 연장을 날카롭게 바꾸어주는, 쇠보다 단단해 보이는 숫돌도 보이지 않게 제 몸이 깎여져 나가는 아픔을 견디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 본문 143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