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복잡한 과학이론이나 예술작품 창조에 몰두하는가? 창조는 신경증이나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인가? 저자인 앤서니 스토(Anthony Storr)는 이러한 일련의 문제 제기를 통해 창조와 창조의 과정을 재조명하였다. 우선 책의 전반부에서는 창조에 대한 기존 이론이 창조 과정 전반을 설명하는 데 부적절하다는 점을 밝히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즉 창조는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소망을 가상적으로 충족시키거나, 금전과 명예 같은 실질적인 보상을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심리적인 방어기제로서 규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창조의 과정이 때로는 우울증?정신분열증?강박증 같은 여러 정신장애와 유사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 책의 많은 부분을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다윈, 모차르트, 아인슈타인, 카프카, 뉴턴, 발자크, 바그너 같은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인물들에 대해 탐구하는 데 할애하였다. 저자는 이러한 위인들 중 다수가 정신병리학적 증상들을 앓은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그것들을 생산적인 방식으로 활용하여 훌륭한 예술작품들을 창조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다고 주장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창조가 생물학적 인간과 사회적 인간을 매개하는 정신적인 과정이라는 이론을 펼쳤다. 즉 어린아이들의 놀이가 그러하듯, 창조의 과정을 통해 인간은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면서 자연적?사회적 환경에 보다 손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창조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용된 특권이 아니라, 자연적인 인간과 사회적인 인간을 매개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로서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주어진 정신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 앤서니 스토는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융(C. G. Jung)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창조와 창조의 과정을 둘러싼 정신분석학의 이론들을 매우 쉽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였다. 그래서 정신분석학을 처음 접하거나 새롭게 이해하려는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고, 나아가 기존의 실증적 심리학의 한계를 넘어서 인간을 이해하는 포괄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이론으로서 심리학을 생각해보려는 독자들에게도 유용하다. 물론 정신분석학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저자의 논지 전개와 결론에 대해서 여러 의문을 제기하거나 절충주의적인 분석에 불만을 느낄 수도 있지만, 저자가 인용하는 다양한 사례와 예리한 분석만으로도 충분히 일독의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