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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명/저자사항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보이지 않는 세계 / 홍동원 지음 인기도
발행사항
파주 : 동녘, 2009
청구기호
741.6 -9-12
자료실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형태사항
296 p. : 삽화 ; 22 cm
표준번호/부호
ISBN: 9788972975960
제어번호
MONO1200951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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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413468 741.6 -9-12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1413469 741.6 -9-12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 제공)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뒤집어지도록 통쾌하고 눈물나도록 유쾌하게 파헤치는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보이지 않는 세계


    디자인 서울. 서울시에서 내놓은 이 다섯 글자의 슬로건으로 인해 서울은 지금 몸살 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한강 다리 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무지개 분수가 떨어지고, 평범했던 거리가 디자인 거리로 바뀌고, 공중전화 부스는 물론이고 급기야는 맨홀 뚜껑까지 요상한 모양으로 바뀌고 있다. 거리의 모든 구성요소를 통합적으로 ‘디자인함’으로써 문화와 소통의 요소를 함유하고 삶과 지역문화가 공존하는 거리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는 이번 사업으로 서울이 뭔가 ‘예뻐지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굳이 서울시의 요란한 사업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여기서도 디자인, 저기서도 디자인, 많이들 얘기한다. 사람들은 물건 하나를 골라도 “이건 디자인이 별로야.”라는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한다. 디자인, 근데 그거 정말 대체 뭐야?

    여기, 디자이너가 쓴 책이 한 권 있다. 친절하지 않은 말투, 거친 입담, 우리가 흔히 보던 책과는 얼핏 봐도 많이 다르다. 그 어렵고 복잡한 디자인을 자신의 경험을 듬뿍 담아 수다 떨듯 적어내려 간다. 투박하지만 정감 있다. 어딘가 평범하지 않다.

    홍동원을 처음 만나던 날
    이 책의 저자는 홍동원이다. 그 아리송한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다.
    디자이너…….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디자이너라는 사람의 모습은 깔끔하고 댄디한 수트 차림에 빨간색 외제 승용차를 몰며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길 것 같다던가, 그도 아니면 어느 유명 의상디자이너처럼 항상 하얀 옷을 입으며 혀 꼬부라지는 소리를 낼 것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그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 사람을 처음 만나면, 디자이너를 만나러 왔는데 웬 풍채 좋은 옆집 아저씨가 앉아 있나, 그럴 것이다. 수더분하다 못해 살짝 지저분해 보이기도 한다. 양말을 신지 않아야 작업이 잘 된다는 말은 나중에 들어서 이해한 것이지만, 때가 낀 맨발은 다소 불편하기도 했다. 그것이 이 사람의 첫인상이었다. 지내보니 말이 많았다. 정말로 말이 많았다. 한번 붙잡혀 앉으면 서너 시간씩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목소리도 크다. 십 리 밖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대기를 가른다. 이 책의 막바지 작업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그의 사무실을 찾을 때마다 100m 밖에서도 그가 지금 사무실에 있는지 없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디자이너 홍동원,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는 출판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아트디렉터.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공부에는 별 취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에센에서 편집디자인을 공부하던 그는 ‘문자와 언어를 다루는 편집디자인을 하려면 네 나라 문자로 연구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담당 교수의 질문을 곱씹으며 하던 공부를 때려치우고 다시 귀국했다. 지금은 ‘글씨’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어 두 팀장과 열심히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딸 승윤이가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어린이 그림 교육에 관한 책은 두 번 출간한 바 있지만, 자신의 디자인 이야기를 직접 풀어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글’도 그의 ‘말’을 닮아, 수다스럽다. 어느 부분에서는 키득키득 웃음도 난다. 또 읽다보면 그의 비장함이 전해져 자못 진지해지기도 한다. 홍동원은 스스로 이 책의 핵심 주제를 ‘페이소스’로 꼽았다. 아주, 작정하고 썼다. 디자이너로 살아오면서, 또 현재 살아가면서 느낀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 있다. 세월 속의 연륜도 그대로 묻어난다.

    노느니 글을 쓰겠다
    그가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단연코 함께 일하는 두 팀장들의 ‘개김의 시간’ 덕이었다.

    김 팀장이 밤을 새면 나도 새야 한다. 밤새 한 번 물어볼까말까 할 질문을 기다리면서……. 사실 물어보지 않는 밤이 99%다. 그런데 그놈은 꼭 내가 같이 밤을 새지 않는 날 궁금한 것이 생기고, 확인할 것이 생긴다. 그리고 사고를 친다. 1%. 그 1% 때문에 하염없이 기다린다. 나는 당연히 그 99%가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노느니 장독을 깬다고 글을 쓰자.” (11쪽)

    그 기다림의 시간동안 손가락이 간지러워 컴퓨터를 똑딱거리며 만든 문장 경력이 벌써 6년이란다. 김 팀장을 따라 밤을 새던 수많은 날만큼 글도 탄생했다. 그 속에는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도 있고, 후일담도 있다. 그간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도 있고, 자신의 작업물에 대한 소개도 있다.
    “홍 실장, 독일서 디자인 공부 했다며? 디자인이 뭔지 한번 간단히 설명해 봐.”
    신문 기자를 하는 친구의 질문은 이 책의 첫 번째 발상이 되어 주었다. 열심히 침을 튀겨 가며 설명했지만 복잡하다고 투덜댔고, 국내에는 변변한 번역서 하나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 그로써도 답답했다. “그러니까, 도대체 디자인이 뭐야?”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글로 설명하려 했던 계획을 실현시켜 줄 좋은 핑계였다.

    당신은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본 적이 있나요?
    가만, 책 제목이 신기하다.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라굽쇼?
    대체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이 뭐야? 현재 디자인 사무실을 경영하고 있는 그는, 클라이언트라는 이름으로 터무니없는 디자인을 요구해올 때를 가리켜,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에 비유했다.

    나는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모른다. 아니면 세상이 희한하니까, 아마도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본 사람이 한 사람 정도는 있지 않을까? 내 여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지만,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려 달라는 사람은 많이 봤다.
    그 어떤 종류보다 압도적인 숫자가 ‘도깨비 방망이형 똥구멍’을 그려 달라는 주문이다.
    신발을 만들어달라고 했으면 신어봐야 하는 것인데, 머리에 써 보고는 모자가 아니라면서 고쳐달란다. 그래서 묻는다.
    “신발을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클라이언트는 당당하게 말한다.
    “내가 말이야, 갑인데, 갑한테 지금 덤비는 거야, 뭐야?” (218쪽)

    이미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널리 쓰이는 관용적 표현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기가 막힌 표현력과 상상력의 조합으로 탄생한 표현이지 않은가? ‘비둘기 똥구멍’은 그래서 우스꽝스럽고 조금은 불편한 단어지만, 그 속에는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디자이너의 애환이 담겨 있다.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비하인드 스토리
    이 책에서는 그간의 그의 작업물과 그 작업 배경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체 디자이너라는 사람들이 뭘 하는 사람들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작업물이 세상이 나오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그의 작업물로 소개한다. 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검찰 로고를 만들기 위해 천하의 홍동원이 바싹 얼어 금태섭 검사의 방으로 걸어가던 날의 묘사는 마치 만화책을 보듯 재미있다. 매년 만들고 있다는 ‘요일이 적혀 있지 않은’ 달력의 작업 과정과 공짜로 달라고 차를 몰고 찾아오는 사람 등 그 이후의 반응들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실어보내기 위해 만들었던 이미지로만 이루어진 ≪반가사유상≫ 책은 돈도 되고 시간도 되는데, 고증되지 않은 사실 하나 때문에 원하는 디자인을 접어야 했던 비화(?)도 소개되어 있다. 또 그는 언젠가 우리나라 자동차 번호판 디자인을 바꾸는 작업이 한창일 때, 그 작업에 뒤늦게 합류한 적이 있었다.
    “1자와 4자가 문제가 되니 글자를 고쳐 주시면 됩니다.”
    “그 정도 고쳐서 될 일이 아닙니다.”
    그리 말씀드리고 디자인을 고쳐 보려고 했지요. 이미 예산을 다 써서 제가 받을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것도 불만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을 ‘1자와 4자’ 고치는 정도로 받을 수밖엔 없다는 현실도 불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앞서 진행했던 사람들이 모았던 자료와 히스토리를 하나도 받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
    그동안 우리나라는 물건을 내다 팔아서 먹고 살았습니다. 외국에 내다 파는 물건들은 그나마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외국에 나가 경쟁을 해야 하는데, 디자인은 필수 조건이니까요. 그러나 나라 안에서 쓰는 물건들은 아무리 봐도 그렇게 디자인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이 보입니다. 차차 나아지겠지요. 그런데 나아지는 방법 중 하나로 ‘외국 잡지 쭉 찢어 베끼기’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건 어떤 경우에도 ‘벤치마킹’이 아닙니다. (270쪽)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자동차 번호판 리뉴얼은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완성되었고, 지금 우리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 달린 번호판은 그가 작업한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디자이너
    누구나 알고 있는 ‘I ♥ NY’ 로고. 이 책에서는 그 유명한 로고가 개똥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소개하고 있다. 뉴욕 길거리에 함부로 개똥을 누이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그러지 말라고 해도 소용이 없자 그 대신 뉴욕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로고를 만들어 낸 생각, 바로 그 중심엔 디자이너가 있었다. 게다가 그 디자인은 공공의 성격까지 지녔다. 마치 2002 한일월드컵 때의 ‘Be the reds!’가 적힌 티셔츠처럼 말이다.

    아주 소박하고 평범한 생각으로 출발한 이 캠페인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럼, 밀튼은 디자인으로 얼마나 벌었을까? 누군가 액수가 궁금해 물었다.
    “프로 보노(pro bono).”
    밀튼은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공짜란 말이다.
    1929년 뉴욕의 변두리 브롱크스에서 재단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여느 천재들이 그러하듯, 학교 시험에 떨어지고, 장학금이 날아가고 미술로 장사를 하면 먹고 살 만할 수 있을지 아무런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 그가 미국의 디자인 시장에서 ‘20세기의 미켈란젤로’라는 칭호를 받으며 디자인한 ‘I ♥ NY’은 공짜였다. (47쪽)

    우리가 늘상 편리하게 이용하는 지하철 노선도는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우리는 살면서 수도 없이 지하철 노선도를 보아왔지만 어쩌면 우리는 한번도 그것을 ‘디자인’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디자이너의 눈에는 어느 하나 ‘디자인’이 아닌 것이 없다.

    1933년 8월, 지금의 지하철 노선 디자인의 전형이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땅위에 세상과는 관계없이 수직과 수평의 직선으로 그리고 일정한 사선으로 정리된 디자인. 사람들은 그 선들이 설명하는 정보에 대하여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정리되어 알아보기 쉽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거짓 정보로 지탄되며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었던 벡의 디자인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를 담은 디자인으로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특히 명품 디자인으로 살아남아 판매되고 있다. (60쪽)

    몇 해 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부인이 차고 나와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시계, 그것도 디자이너에게는 또 다른 이슈거리가 된다. 필자 홍동원은 국내 유수의 시계회사 로만손에서 만든, 게다가 통일 염원을 담아서 만든 시계가 묘하게도 프랭크 뮬러의 디자인을 닮았다는 주장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소위 ‘짝퉁’이라는 물건에 대해서도 언급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한 특징이 있다. 언젠가 신창원이 탈옥해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날아다닐 무렵, 사람들은 신창원이 입었던 알록달록한 ‘미소니’ 쫄티에 열광했다. 전국의 ‘미소니’는 삽시간에 동이 났다. 신창원은 의적으로 추앙되었고 남대문에서 신창원 쫄티의 짝퉁은 아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땐 미친 짓이겠거니 했다. 세상이 심심하니 범죄자의 옷 입는 것도 따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린다 김의 선글라스 신드롬은 미친 짓이라고 단정하고 넘기기엔 석연치 않은 내 나라의 국민성이 느껴진다. 죄를 짓고 법정에 출두하면서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쓴 안경알이 왕방울만한 에스카다 선글라스. 그 장면이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방영되고 에스카다 매장의 그 선글라스는 동이 났다. ‘명품’만 아니라 ‘짝퉁’까지도 없어서 팔지 못할 지경이었다. 얼굴이 반반하면, 죄목과 관계없이 대중의 인기를 끈다. 그러지 않고서야 선글라스가 갑자기 동이 날 리가 없다.
    그리고 이번엔 프랭크 뮬러다. (170쪽)

    홍동원이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디자인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가 만난 세상 이야기가 어찌나 생생한지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을 눈앞에서 직접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마치 서랍 속 감춰둔 일기장을 훔쳐보듯 진솔하면서도 흥미롭게 전개되는 그의 문투는 끊임없는 호기심을 자극해 책장을 덮을 수 없게 한다. 일상 생활에서 직접 자신이 부딪히는 현상들(본 것, 들은 것, 만난 사람, 먹은 음식)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의 번뜩이는 디자인의 원천은 바로 이런 관찰과 통찰력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홍익대 근처 주택의 차고지를 작업장을 개조해 사용하던 젊은 친구들에게서 프라이탁 가방을 만든 마르쿠스와 다니엘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어린 아들이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과제를 하는 모습에서 한글의 글자꼴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젊은이들의 빈티지 패션에서는 ‘미드 센트리 모던’을 읽어낸다.

    미니스커트의 다리가 아닌 낡아 뻥 뚫린 청바지 구멍 사이로 무릎이 보인다. 다리를 따라 눈길을 올려보니 애먼 데서 뒹굴다 왔는지 허벅지에도 구멍이 뚫려 있는 게 아닌가. 엉덩이는 비싼 베네통 가방으로 가려 어찌된 것인지는 상상으로 끝냈지만, 머리에 쓴 모자를 보니 전쟁을 한번 치룬 다 낡아 빠진 것이었다. 가방을 보면 가난한 친구는 아닌데, 모자나 바지를 보면 어디서 세게 한번 구르다 온 것 같다.
    의상디자인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요즈음 유행이 ‘빈티지’란다. 빈티 나는 옷차림, 빈티지!? 촌티 나는 옷차림, 촌티지!?
    ……
    ‘미드 센트리 모던’이란다. 20세기 최고의 문화를 향유하던 1950년대부터 오일 쇼크가 오기 전 1970년 초반까지의 물건들을 구하려고 난리란다. 그 여파를 몰아 전쟁이 없던 시절의 물건들도 덩달아 ‘미드 센트리 모던’에 합류한 것이다. 정말로 인류가 전쟁을 하지 않았으면 세상의 모든 물건들은 ‘미드 센트리 모던’이 될 것만 같다.
    첫 번째 유행이 빈티지다. 그리고 빈티지를 만든 ‘미드 센트리 모던’은 단순히 낡은 것이 아니라 사람의 숨결이 묻어 있는 나름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란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 동쪽 독일에 갇힌 서베를린 사람들의 비상 물자를 팔던 ‘알디’라는 상품점(3개월 동안 서베를린 비상품 창고에 두었다가 새 물건들로 바꾸면서 싸게 물건들을 파는 곳)에서 산 20년 된 가죽 가방을 가지고 있다. 그 가방 이야기를 서너 번 써서 원고료로 이미 본전은 챙겼다. 그리고 그 가방, 어디 책에 가방 모델로 나가 사진도 찍히고 모델료도 챙겼다. 빈티지는 그런 것이지 하룻밤 만에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해서 만들어 낸 구멍 난 청바지는 절대 아니다. (96-97쪽)

    하나 더 ‘홍동원스러움’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책의 본문 및 표지 디자인
    본문과 표지에 쓰인 일러스트 그림의 대부분은 홍동원 그 자신이 직접 그린 것. 특색을 살려 본인의 모습을 그려달라는 편집자의 요구에 그는 매우 부끄러워했다. 몇 번의 거절(?) 끝에 그림으로 탄생한 그 자신의 모습은 한 점의 과장도 왜곡도 은폐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홍동원, 바로 그 자신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그가 그린 자신의 모습과 그가 바라본 시각에서의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가장 홍동원스럽게 만들자’던 이 책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 주었고, 쏠쏠한 재미를 주는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특색 있는 이 책의 본문 및 표지 디자인을 맡았던 ‘글씨’미디어는 디자이너 홍동원이 실장으로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필자는 필자일 뿐, 편집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던 홍동원. 그의 사무실에서 두 팀장들이 표지 및 본문 디자인 작업을 하는 동안, ‘맨발의 청춘’ 차림으로 그들의 컴퓨터 뒤를 어슬렁거리며 목청껏 지르고 싶은 잔소리를 꿀꺽 삼키진 않았을까?
    그건 며느리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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