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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명/저자사항
소년 H. 1-2 / 세노오 갓파 지음 ; 오근영 옮김 인기도
발행사항
서울 : 페이퍼로드, 2009
청구기호
813.35 -9-14
자료실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형태사항
2책 ; 21 cm
표준번호/부호
ISBN: 9788992920322(1)
ISBN: 9788992920339(2)
ISBN: 9788992920315(전2권)
제어번호
MONO1200959966
주기사항
원표제: 少年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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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1430575 813.35 -9-14 v.1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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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430578 813.35 -9-14 v.2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 제공)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로 300만 부 베스트셀러를 낳은 일본 최고의 무대미술가
    군국주의의 과오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선 곤란… 기록·성장소설의 전범을 남기다


    “갓파 씨는 어쩌면 인생의 선택을 잘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애당초 소설가가 되었어야 할 사람이 아닐까? 본업인 무대미술이라는 직업이 없어져도, 저 독특한 일러스트가 곁들여진 수필집이 없어져도 『소년 H』는 남는 게 아닐까.”-논픽션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 「이 『소년 H』는 후세에 길이 남을 저서다!」

    일본 최고의 무대미술가로 유명한 세노오 갓파(妹尾河童)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1인칭 시점(소년 H)으로 쓴 자전적 소설 『소년 H』는 저자의 사진, 가족의 직업, 살았던 집의 주소지 주변의 상세한 지도가 게재된 이색적인 소설이다. 일본 고베 시에서 중일·태평양 전쟁(1937년~1945년)이라는 혼란의 틈새에서 소학교?중학교를 다니고 중등학교 5학년(고등학교 2학년)으로 졸업한 후, 미군정 치하에서 ‘간판집 일꾼’으로 17세에 독립을 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의 시작은 소학교 1학년 때부터. 소제목 ‘우동집 빨간판 형’에서 ‘피닉스 공방’까지, 소년 H의 유년 시절이 모두 50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졌다.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고, 골계미가 넘친다.
    그런데 세노오 갓파는 독학으로 일본 최고의 무대미술가로 성장했고, 또한 유려하고 섬세한 수필을 잘 쓰기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써본 적이 없는 소설을, 더군다나 반세기도 더 지난 ‘중일?태평양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1997년 고단샤(講談社)에서 묶어낸 까닭은 무엇일까?

    “‘이 전쟁은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나?’ 생각해보니 분명한 것은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끝날 때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은 ‘국체(國體)’라는 존재였다. …중학생이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전 국토가 불타고 국민 전원이 옥쇄를 해도 국체를 지키라고 했었다. …만약 그것은 천황폐하의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면 누가 책임자였던 것일까?”(2권 247~248p)

    (천황제 파시즘) 그 돌이키고 싶지 않은 시절이 점점 풍화되고, 잊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시절의 (일본 군국주의) 과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당시 일본에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그 시대에 살았고 전쟁을 체험한 사람이 다음 세대에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세노오 갓파는 ‘이대로 사라져버려서는 곤란한’ ‘중일·태평양 전쟁 시절의 소년 H’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공산주의에 물든 오빠로 말미암아 집안이 풍비박산된 6?25의 와중에서 오빠와 올케가 죽고, 그 조카아들 하나만 달랑 건져낸 인간 박완서가 6?25가 인간적으로 “벌레”였다는 증언을 하기 위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썼던 것처럼 말이다.

    “그야말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다. 증언할 게 어찌 이 거대한 공허뿐이랴. 벌레의 시간도 증언해야지.”(『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269p)

    또한 고등학교 3학년 때 6·25를 겪었고 월북한 아버지를 가진 작가 김원일이 그로 인해 고통스런 가족사를 경험한 후, 이 문제를 쓰지 않고는 어떤 작품도 쓰지 못할 것 같은 부채감에 시달리면서 고집스럽고 열정적으로 『노을』 『마당 깊은 집』을 쓰며, 전쟁의 허위성을 비판하고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결코 마멸되거나 쇠퇴하지 않는 인간성의 깊이를 증언하고자 했던 것처럼, 갓파 또한 중일·태평양 전쟁으로부터 기어 나온 “벌레 같은 시간”을 증언한다.

    “그 시절 일본의 군국주의 정책은 아시아 여러 나라에도 많은 희생을 강요했고 또 사람들을 불행하게 했습니다. 동시에 일본 국내에서도 서민은 불합리한 지경에 빠졌고, 인간적인 삶을 빼앗겼습니다.”(세노오 갓파)

    “어른도, 신문도 거짓말쟁이다.”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만 쓴 리얼리티의 향연
    초등학생부터 전쟁 체험 세대까지 열독… 사실관계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도 불거져


    『소년 H』는 소설이다. 그러나 모두 사실이다. 고로 다큐멘터리이다. 전쟁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말해주지 않기에, “어른도, 신문도 거짓말쟁이다”라고 외치는 ‘소년 H(유년의 갓파)’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만 정확히 묘사했다. 등장인물도 모두 실명이고, 서술상의 착오가 없도록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쓰고 있는 도중에 원고를 보내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집필 중에는 논픽션 작가 사와치 히사에(澤地久枝), 다치바나 다카시 등등을 만나 수시로 작품 평가를 받았다. “후세에 남길만한 명작인 동시에 귀중한 생활자료”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기억의 고투’이자 ‘리얼리티의 향연’이었던 셈.

    “흥미를 끄는 뭔가가 있으면 빈틈없이 살펴보고, 자신의 머리로 느끼고 생각하고, 설사 위험이 따르는 비상시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솔직하게 의문을 던진다. 결코 대중의 풍조에 휩쓸리지 않고 어리지만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려 한다. 그런 소년의 눈에 비친 그 시대를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다치바나 씨도 사와치 씨도 간파하고 있었을 것이다.”-아카와 사와코(阿川佐和子) 「작품 해설: 소년 H였을 때의 모습 그대로」

    『소년 H』가 출간된 후, 일본에서는 소년 H의 유년을 통해 전쟁 중에 소년 시절을 회고한 사람들은 “맞아, 이랬어!”하며 감개무량해 했다. 전쟁의 어둠과는 동떨어진 해맑은 소년만의 시간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극단과 광기의 전쟁 통에서도 따뜻한 인간성을 찾아내고 감동했다. 그 결과 초등학생부터 전쟁 체험 세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누계 300만 부 이상이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극단 히마와리 등 여러 극단이 연극화를 했고, 후지TV에서는 1999년 개국 40주년을 맞이하여 드라마 <소년 H>를 제작해 문화청 예술제 우수상, 제28회 방송문화기금상 TV 드라마 부문상 등을 수상했다. 2000년 일본민간방송연맹상 최우수상도 받았다. 2002년에는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고, <소년 H가 본 전쟁>(25분, NHK소프트웨어)이 초등학교 교육 영화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전쟁과 군국주의,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교육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양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쇼와(히로히토) 천황 시기에 일본이 일으킨 중일?태평양 전쟁과 군국주의를 비판한 『소년 H』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 단행본 『소년 H의 맹점-잊혀진 전후사』(2001년), 『오점투성이 소년 H-후방 생활사』(1999년) 등이 출간되며 소년 H의 사실성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다. ‘자유주의사관연구회’를 위시한 보수 세력의 눈총이 따가웠다.
    가령 당시의 중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교문에는 “총검을 들고 허리에 탄창을 찬 상급생이 보초를 서지 않았다.” “‘고베 2중’에 다니는 소년 H는 쇼와 19년(1944년) 2학년 때부터 실탄사격 훈련을 했다고 하는 데, 그렇지 않았다.” “예비역 교관인 중위가 소년 H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다고 하지만, 당시엔 고작 꿀밤이나 몇 대 때리는 수준이었다.” “몰래 영화를 보다 들키면 정학 처분을 받았다고 하는데, 근신 정도였다.” “소년 H는 중학교 1년생 때부터 이 전쟁은 진다고 생각하고 종전이 되자 ‘전쟁이 끝나서 안심하였다’고 하였지만, 당시 사람들은 “분하다”고 말했다”고 하는 등등의 반론이 제기되었다.

    해학이 넘치고 따스한 아름다운 유년시절… 전쟁과 군국주의에 대한 조롱과 골계
    문학은 붙잡고 싶은 찬란한 기억 속의 유년… 그러나 전체주의가 빼앗아간 인간성


    “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니야. 조약돌이 하나, 둘 떨어지는 정도.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전쟁이 시작될 전조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는 거야.”-아카와 사와코 「작품 해설: 소년 H였을 때의 모습 그대로」

    1930년 6월 23일 생, “오줌싸개” 소년 H는 소학교 1학년 때부터 가슴에 ‘H, SENO’(하지메 세노오라는 뜻)라는 글씨를 짜 넣은 스웨터를 입고 다녔다. 소년 H의 본명이 세노오 하지메(Hajime)였기 때문에 어머니가 영문 이니셜을 따 새긴 것. 그래서 H로 불렸다. 강인하면서도 순수한, 자유분방하고 호기심?정의감이 왕성한 소년 H는 열렬 크리스천인 어머니 도시코, ‘고급 신사복 맞춤 세노오 양복점’ 주인인 아버지 모리오. 그리고 두 살 터울로 도리어 오빠의 좌충우돌을 걱정해주면서도 오빠에게 무척 기대는 귀여운 꼬마 요시코와 가족이다. 일본의 전통적 가족 풍경이 추억의 앨범처럼 잔잔하면서도, 때론 격랑의 파도처럼 넘실댄다.

    “사팔뜨기, 사팔뜨기, 어딜 보는 거니, 똑바로 쳐다봐!” 요시코가 소학교에 막 들어갔을 무렵 상급생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걸 보고 울컥 화가 난 H는 다짜고짜 그들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상대는 악명 높은 ‘건달 3인조’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길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몰매를 맞을 각오를 해야 했지만 그래도 여동생이 ‘사팔뜨기’라고 놀림당하는 걸 보고 H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1권 137p)

    히로시마의 시골에서 고베로, 혈혈단신 온 아버지는 양복 수선공부터 출발해 양복점을 연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152센티미터의 단신이기에 ‘병종’을 받고 군 면제를 받았지만, 전쟁이 격해진 후에는 소방관으로 근무한다. H가 내심 무척 존경하는 아버지는 리버럴하고 세상의 흐름을 현명하고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바라보며 가족을 지켜나간다. 원래 스님의 딸이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 18세에 원하지 않던 결혼을 하고 고베로 와, “죄를 지은 사람도 하느님께 기도하면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1권 33p)는 목사의 설교에 감명을 받고 열렬한 그리스도교도로 변신한다. 그후 “가두 전도의 선두에 서서 직경 30센티 정도의 탬버린을 치면서 기운차게 행진하는 전도 생활을 시작”(1권 36p)하고,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모든 일에 감사하라”(1권 36p)는 성경 구절을 삶의 신조로 삼는다. 소년 H의 집이 “아멘 집”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H로서는 조금 골치 아프지만 마음씨 착하고 박애주의자인 자상한 어머니이다. 2층에 세 들어 사는 조선인 청년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그녀의 열렬한 신앙심은 온갖 해프닝을 낳는데, 마치 오늘날 한국의 여느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2학년 때 ‘기미짱’이라는 여자아이가 과자를 주기에 다음날 H는 그 답례로 바닷가에서 주운 보랏빛이 섞인 예쁜 조개껍질을 종이에 포장해서 주었다. 그것을 본 친구가 “너 기미짱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묻기에 “응, 사랑하고 있어” 하고 대답했다. …기미짱은 울음을 터뜨렸다. H는 그때 교회나 자기 집에서 쓰는 ‘사랑’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다른 의미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1권 104p)

    그 시절로서는 보기 드물게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던 고베라는 독특한 항구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낸 소년 H는 그 시절로서는 매우 드물게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객관적인 시각으로 주위와 세계를 인식하려고 애쓰는 아버지와, 한없이 착하긴 하지만 고지식하다 못해 숨이 막히도록 답답하고 종교적으로도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어머니 사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고 자아를 확립해 나간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쓴 소설을 읽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작가를 자신이 발견한 듯이 좋아서 신이 나 어쩔 줄을 몰랐다”(1권 141p)고 하는 지경이다.

    “H는 어이가 없었다. 악착같이 깎기로 했다. 이와나미 문고는 별표 하나가 20전이었으니까 별이 세 개 붙은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은 60전이다. 지드의 『좁은 문』은 별이 두 개니까 40전. 별 네 개인 스탕달의 『적과 흑』은 80전이나 했다. “열 권 합쳐서 1엔에 주실래요? 그럼 살게요” 하며 값을 후려쳤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의외로 “좋아” 하고 말했다. H는 책을 열 권 골라 ‘이제는 타지 않게 묻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언제 전쟁이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파내서 천천히 읽을 작정이었다.”(2권 166p)

    또 “이웃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았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남자 언니’와 항상 ‘천황폐하를 위하여’를 입에 달고 사는 ‘재향군인 아저씨’…가 있었다.”(1권 13p) 그런데 어느 날 동료의 밀고로 ‘우동집 빨간판 형’이 특고경찰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갔다. 빨갱이라서. 그러나 “오카다(岡田)라는 여배우와 스기모토(杉本)라는 연극 감독이 소련으로 도망쳤을 때는 신문들이 떠들썩하게 보도를 하더니 우동집 형에 대해서는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1권 21p) 우동집 형은 결국 군대에 끌려가고 “이웃 사람들은 아무도 형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게 되었다.”(1권 22p)
    1937년 남경 함락 축하 행렬이 있은 다음 동네잔치 때, 화장까지 곱게 한 얼굴로 여자 옷을 입고 춤을 추어, 주위의 어떤 여자보다 예뻤기 때문에 H가 ‘남자 언니’라는 별명을 붙여준 영사 기사는 빨간딱지(소집영장)를 받고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출정했지만 도중에 탈주하여 행방을 감췄다. “‘발견 즉시 신고할 것. 만약 발견하고도 알리지 않으면 도둑을 숨겨준 것보다도 죄가 무거울 테니 명심할 것’이라는 회람이 집집마다 돌았다.”(1권 46p) 그후 소년 H는 폐허가 된 주유소 변소에서 목을 매달고 죽은 남자 언니를 발견한다.
    이런 전쟁의 도가니를 소년 H는 어떻게 넘겨갈까? 물론 당시는 경제적으로 빈곤한 시대였지만 인정은 두텁고, 악동인 아이들도 솔직하고 순수했다. 하지만 유달리 반골기질이 강한 소년 H는 무언가 이상한 분노를 느낀다. “어른들도 이상하고, 전쟁도 이상했다.” 특히 전쟁은 소년 H에게 일본을 ‘바보’로 바라보게 하고, 그의 당돌하고 냉정한 눈에 비친, “정신력으로 물량공세를 이기자”는 ‘야마토 혼(大和魂) 정신론’은 웃기는 골계로만 보인다.
    가령 내무성에서 온 명령은 광기에 휩싸인 일본 군국주의의 비이성을 극명히 보여준다. 외국 문화 모방은 야마토 혼을 배양하는 데 방해가 되기에 외래어나 외국어 표현을 금한다는 것. 영어 추방 파문은 온갖 국면으로 확장되었다. 굴 프라이가 ‘굴튀김’, 사이다가 ‘분출수(噴出水)’, 자동차 핸들은 ‘운전원파(運轉円把)’가 되었다.

    “…친구들이 마치 힐난하는 눈길로 H를 쳐다보았기 때문에 순간 동요했지만 “H는 영어뿐 아니라 독일어에도 있는 글자야. ‘하일 히틀러’라는 거 알잖아. 하일은 ‘H’라는 글자로 시작하니까 H가 반드시 영어는 아니야”라고 말했다. H의 반격에 모두들 납득이 된 모양이었다. “글쎄 독일어에도 ‘H’가 있나? 독일은 우리 편이니까 H는 그냥 둬도 되겠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H는 이러면 안 되는데, 싶었다. ‘하일 히틀러’라는 건 히틀러를 칭송하고 충성을 맹세하는 말이었다. 궁지에 몰려 임기응변으로 둘러댄 말이기는 했지만 마치 자신이 나치스 독일과 동맹을 맺은 것 같은 말을 입에 올린 게 후회스러웠다.”(1권 180p)

    어른들은 “과감하게 말하고 싶으면서도 눈을 가리고 있는 겁쟁이”
    정부와 군부는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것만” 알리는 거짓말쟁이


    연합군의 공습에 생과 사의 갈래를 넘나들기는 소년 H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전쟁은 뭐야?” 소년 H는 정직하고도 탐욕스럽게 계속 묻고 또 물었다. “어른들이 ‘천황폐하를 위하여…’라던가 혹은 ‘신국(神國) 일본은 불멸의 나라이므로 절대로 지는 일은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진심으로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중에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1권 337p)
    그러나 학교 선생님도, H가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어른들도 누구 한 사람 대답해주지 않았다. “…알고 있어도 말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헌병이나 특고경찰이 무서워서만은 아니었다. 입 밖에 내서 말하는 순간 자신을 지탱해주던 의지가 없어지고 모든 게 붕괴하는 것이 두려워서일 것이다. H는 어른들에 대해 ‘과감하게 말하고 싶으면서도 눈을 가리고 있는 겁쟁이’라고 생각했다.”(2권 191p) 하지만 “H는 소이탄을 떨어뜨린 적을 증오하기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가르쳐주지 않고 거짓말만 하고 국민을 우롱한 자들이 더 미웠다. 그것은 정부와 군, 신문이었다.”(2권 123p) 미국과의 전쟁에 돌입했던 1941년 12월 8일 이후 신문에서 ‘일기예보’가 없어진 것도 그중 하나였다. 아무튼 “신문에는 모두가 알고 싶은 사실이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정부와 군이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것만은 확실하게 게재했던 것”(2권 207p)이다.

    “H는 ‘국민항전필휴’의 ‘백병전투(白兵戰鬪)와 격투’가 실린 신문 조각을 땅바닥에서 집어 들고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총, 검은 물론 칼, 창, 죽창에서부터 낫, 망치, 손도끼, 식칼, 갈고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백병전투 무기로 이용한다. …일인일살(一人一殺)이라도 좋다. 어쨌든 온갖 수단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죽여야 한다. 사태는 이미 ‘내 살을 베어주는 대신 적의 뼈를 부러뜨리는’ 게 아니라 ‘적의 뼈는 부러뜨렸지만 자신의 뼈도 문드러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단연코 기백이 있으면 싸움은 반드시 이긴다.” …“정말 이렇게 해서 이길까? …소이탄을 양동이 릴레이로 끌 수 있다고 하더니 이제는 격투로 적을 죽일 수 있을까?”(2권 211~213p)

    이렇게 제국헌법 상 주권이 천황에게 있던 시절-천황제 파시즘 체제 아래에서 ‘국책사업’이던 전쟁을 당시 소년 H의 눈으로 엿보며 극명하게 검증한 게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참혹한 전쟁 상황임에도, 가능한 활기찬 삶을 살려고 하는 게 인간의 본능인가? 이 소설은 장르적으로 전쟁아동문학에 해당되지만 어딘가 촉감이 다르다. 전쟁의 비참함에 주안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 이른바 전쟁아동문학과 달리 전쟁을 일으킨 어른들의 어리석음에 대한 고발, 그리고 극단의 시대에도 유머와 인정미로 생의 정념을 불태우는 휴머니티가 에피소드마다 가득한 덕분이다.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가? 도조 히데키? 군부? 천황? 일본 국민?
    누가 전쟁을 책임질 것인가? 군부와 재벌? 일본인? 쇼와 천황…


    전쟁이 한창일 때 일본의 구성원인 국민들 속에서는 전쟁에 회의를 느끼고 전쟁으로 몰고 간 세력들에 반발이 심했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발각되면 ‘비국민’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테니까.”(1권 166p) 하지만 소년 H는 마이니치?아사히 신문을 읽으며 자신의 눈으로 직접 판단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좋은 것은 존경?열애하고 싫은 것은 비판.공격한다. 모든 사람들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전쟁을 받아들이고, 진심은 그렇지도 않으면서 짐짓 기쁜 얼굴로 징집영장을 받고 전쟁에 나가 ‘천황폐하 만세’를 부르며 죽어가고, 살아서 돌아온 사람들도 ‘패전의 책임은 천황폐하에게 있지 않다’고 강변할 때, 혼자서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가면서도 ‘왜? 왜 그런 거지?’ 하며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불경죄라는 말을 ‘不敬罪’라고 한자로 쓰지 못하는 아이라도 그 두려움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정말로 천황폐하에 대해 농담이라도 섞어 말했다가는 ‘불경죄’라는 혐의로 경찰에 끌려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H는 실제로 다이쇼스지의 약국 뒤에 사는 아저씨가 잡혀갔던 일을 알고 있었다. 소문으로는 근처 아이들에게 “천황폐하도 밥 먹고 똥도 싸겠지. 보통 사람과 똑같아” 하고 말한 게 경찰에 고발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H도 ‘정말 신이라면 똥을 싸지 않을 거야’ 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저씨가 말하는 게 정말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누가 밀고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천황폐하’에 대해서는 말조심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1권 160p)

    전쟁이 격해지자, 적군과 아군만이 존재하기 시작한다. 일본에서도 나치스 독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갑자기 늘었다. “특히 1년 정도 전 여름, 일본으로 히틀러 유겐트 일행이 오고 나서부터였다. …그들이 다녀간 효과는 컸고 그것이 ‘일·독·이 삼국동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1권 167~168p) 무솔리니?히틀러?히로히토의 3국 연맹 이후 미국이 일본에 석유 공급을 중지하자, 일본은 안정적인 석유 확보를 위해 동남아시아로 진격하는 동시에 진주만을 습격한다. 태평양전쟁의 격렬함은 중학생에게 여름방학을 빼앗고 군인과 동등한 군사훈련, ‘전 국민 수영 운동’을 표어로 걸고 수영 훈련을 하게 했다. H는 이런 모든 게 “복잡기괴하다”(1권 170p)고 생각했다.
    물론 『소년 H』는 전체주의로 인해 일본인 각자는 불만을 갖고 있지만 함부로 외부에 표현을 할 수는 없는 곤혹스러움을 대변해준다. 전체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의 이목을 두려워해서이고, 그들 개개인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이익과 안전을 먼저 생각해 겉으로는 천황폐하를 부르짖지만 전쟁은 군벌과 재벌의 놀음에 철저히 놀아난 결과라는 것. 하지만 자발적 복종의 기세가 드센 것은 여느 전체주의 치하이든 여실히 드러나기 마련이었다.

    “걸핏하면 ‘천황폐하를 위해!’를 연발하던 재향군인 아저씨는 종종 아이들을 모아놓고 “너희도 어른이 되어 군대에 가면 천황폐하를 위해 싸우다 죽는 거야. 그것이 나라를 위해 바쳐야 할 일본 남자의 본분이고 명예로운 일이지”라고 했다. …아저씨는 말끝마다 “천황폐하께서는…” 하는 바람에 그때마다 아이들은 ‘차렷!’ 자세를 해야 했다.”(1권 160~161p)

    2차 대전 때 일본군의 소총은 1905년에 만들어진 ‘38식 보병총’이었다. 카빈 소총(M1) 등 미군의 최신식 무기에는 아무래도 승산은 없지만 소년 H와 같은 어린 학생들까지 나서서 죽창이나 방석 폭탄으로 본토 상륙군에 저항하다 보면 미국이 진저리가 나서 화평을 요구해오지 않을까 하는, “참으로 어리석고 뻔뻔한 전쟁”이었다. 때문에 일본이 전쟁에 졌다는 것을 안 소년 H가 자기도 모르게 “정말 잘 됐어요” 하고 본심을 털어놓다가 학교 상급생에게 매를 맞는다.

    “H는 천황폐하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천황폐하를 위해서’가 모든 명분이었고, 천황폐하를 위해 싸우고 ‘천황폐하 만세’를 부르며 군인들이 전사했기 때문이다. 미·영을 상대로 시작된 ‘대동아전쟁’도 천황폐하의 칙서를 받음으로써 시작되었다. 천황폐하의 이름을 제외하면 이 전쟁은 시작도 종말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H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만일 천황폐하가 몸소 입을 열어 방송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도 조용하게 전쟁의 종결을 국민이 받아들였을 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H 자신도 오늘 천황폐하의 이름을 이용했다. …국민 대부분이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하고 천황폐하를 향해 아무런 호소도 원망도 하지 않는 게 신기했다.”(2권 246~247p)

    소년 H는 어느새 시대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막연한 불안을 품으면서도 위축되지 않고 여전히 씩씩하고 곧게 살아가려고 한다. 그 건강한 모습이 마음에 와 닿으면서 동시에 전쟁이라는, 야금야금 소리도 없이 다가오는, 심연을 알 수 없는 그로테스크한 공포가 소설 『소년 H』의 아우라이기도 하다. 고베 2중에 합격하기 위해 H는 “나는 참 나쁜 놈이야”(1권 336p)라고 생각하며 “일본은 아시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대동아공영권을 이룩하려고 했습니다”(1권 335p)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영악하게 군국 소년을 자처했다는 것에 H는 양심이 좀 켕겼다.”(1권 336p) 하지만 극우보다는 좌파의 시각을 지닌 ‘소년 빨갱이 H’의 천진함과 영특함이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웃음보가 터진다.

    “H는 머리를 숙이고 있는 동안 ‘영령(英靈)’은 ‘영국인의 혼’ 같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자어는 어렵고 복잡했다. 전에 친구들과 “‘영기(英機) 격추’라는 기사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가 추락당했다’로 착각하겠다” 하며 웃던 생각이 났다.”(1권 319p)

    “복잡기괴한” 전후 처리… 그로테스크한 전후 풍경
    현재진행형인 소년 H의 질문… 일본은 왜 그래?


    어느 날부터 소년 H의 집안이 너무 밝아졌다. 전등에 씌워놓았던 등화관제용 검은 천을 걷어냈기 때문이었다. H는 “‘그렇구나. 전쟁이 끝난 거구나. 이것이 평화의 등불이라는 말인가!’ 하는 실감이 비로소 솟았다.”(2권 249p) 그리고 전쟁 중에는 보도가 금지되었던 일기예보가 부활된 것도, 소년 H가 “더 이상 B29가 날아오지 않게 된 하늘을 쳐다보면서 ‘내일 날씨는 어떨까?’를 생각하게 된 것만으로도 ‘평화’를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2권 298p) 그런데 소년 H는 전쟁이 끝난 후의 풍경도 “복잡기괴하고 이상하기만” 했다.

    “집단 참배 금지 대상으로 이세 신궁(伊勢神宮), 메이지 신궁(明治神宮) 등 신사 이름이 명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궁성요배(宮城遙拜)는 지장 없도록’ 하라는 구절이 덧붙여져 있었다. H는 그게 너무나 이상했다. 점령 정책의 첫 번째 목적이 천황과 국가 신도를 이간시키는 것처럼 보였는데 천황에 대해서만은 전혀 다른 조치가 취해져 있는 것은 모순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2권 278p)

    맥아더 원수와 천황폐하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찍은 사진이 1945년 9월 29일 신문에 크게 실렸다. “천황폐하가 모닝코트를 입은 서양식 예복 차림에 똑바로 선 자세인 데 비해 맥아더 원수는 두 손을 허리 뒤로 돌리고 편안한 자세였고 복장도 옷깃을 여미지 않은 군복에다가 셔츠에 넥타이도 매지 않고 앞가슴 단추도 채우지 않은 가벼운 차림이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공개된 충격은 참으로 컸다. 특히 어른들은 머리를 쾅, 하고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쇼크를 받았다. 현재의 최고 권력자는 맥아더 최고사령관이지 천황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하게 가르쳐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맥아더 원수가 점령 정책의 골자로서 밀고 나가려고 했던 것은 천황을 정점으로 한 군국주의의 뿌리를 근절하는 것 …그러나 맥아더 원수는 ‘나 역시 천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라고 하기도 했다. ‘팔굉일우’ 정신에 대신하는 것으로 일본인에게 심어주려고 한 것은 ‘데모크라시’ 정신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H도 ‘그래, 바로 이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둔군이 하는 말에 ‘뭐든 분부대로 한다’는 분위기는 왠지 좀 억울했다. …특히 답답한 것은 기회주의로 뭐든 적당히 얼버무리려는 어른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학교 선생 중에서도 그런 협잡꾼이 몇 명 있었다. 종전하던 날까지 군국주의의 화신인 양 행세했으면서도 패전과 동시에 자기는 오래 전부터 민주주의자였다는 얼굴을 하고 선생 노릇을 계속하는 꼴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2권 301p)

    미국은 일본을 무혈점령하려면 천황으로 하여금 종전 선언을 하도록 만드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둔군의 점령 정책이 아무런 저항 없이 착착 진행되려면, 천황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소년 H도 그걸 간파한 것이다.
    소설 『소년 H』가 과연 일본만의, 또한 과거만의 이야기일까? 등장인물의 이름만 바꿔 놓으면 바로 한국인의 이야기인 듯싶다. “과감하게 말하고 싶으면서도 눈을 가리고 있는 겁쟁이” 어른들,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것만” 알리는 거짓말쟁이 정부와 신문들…, 북을 치며 가두 선교에 나선 어머니, ‘수상한’ 모임을 갖다가 잡혀간 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우동집 형, 징집영장을 받았지만 끝내 입대하지 않고 목을 매 자살한 ‘남자 언니’, 천황폐하를 외치며 “출정을 축하합니다!” 하는 재향군인 오모리(大森) 아저씨, 군국주의자이면서 학교에서 H를 괴롭히다가 종전 후에는 “손바닥 뒤집듯이 …너무나 뻔뻔하게 ‘보통 아저씨’로 변신”(2권 265~266p)한 다모리 교관, “만약 미군이 상륙하면 두세 명은 죽여버릴 거야”(2권 362p) 하고 외쳤지만 종전 후에는 하와이 음악에 넋을 빼앗긴 스미야마 이와오, 전쟁 땐 군국주의의 화신인 양 행세했으면서도 패전과 동시에 자기는 오래 전부터 민주주의자였다는 얼굴을 하고 선생 노릇을 계속하는 사람들, 전쟁의 폐허는 “천황을 수괴(首魁)로 하는 군벌, 재벌이 한 짓”(2권 324p)이라는 공산당의 노사카 산조… 하지만

    “H는 노사카 산조의 연설에 흥분하는 인파를 보고 압도당해 일본 사람들 모두가 이렇게 되면 무서울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예상했던 것보다 공산당이 표를 얻지 못하는 걸 보고 다시 놀랐다. 143명이나 되는 후보자를 내세우고 당선된 건 겨우 다섯 명이었다. 천황을 비판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공산당과는 반대로 ‘국체호지(國體護持)’를 전면에 내건 자유당과 진보당은 각각 141개의 의석과 94개의 의석을 획득했다. 전쟁 중 탄압을 받은 사람들이 많은 사회당도 93개의 의석을 얻었다.”(2권 328p)

    H는 이런 일들에 신경질이 났다. H는 계속 이런 식으로 짜증을 부리다간 큰일 내겠다 싶어 스스로도 짜증의 치료법을 생각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둔군 병원으로 가서 활달한 군인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초상화가 담배로, 담배가 쌀로 바뀌는 것도 짜증 치료에는 효과적일 터였다.”(2권 329p) 한국인에게는 ‘해방’ 혹은 ‘광복’이라는 복음으로 찾아온 종전이었지만 연합군에게 무조건 항복한다는 ‘천황폐하의 옥음’을 특별 방송으로 들으며 그동안 승승장구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일본의 패배를 받아들여야 하는 당시 일본 국민들의 마음은 36년간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는 한국인의 벅찬 감격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도 종군위안부 문제나 전범에 관한 처벌 등 태평양전쟁을 통해 여러 피해국들에 남긴 역사의 상처를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일본은. “패전의 책임이 왜 천황폐하에게 있지 않아?”라고 당돌하게 물은, 소년 H의 그 질문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까닭은.

    “이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정부)이 역사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역사 앞에 솔직하지 못할 때 그 국민들은 전쟁이라는 것이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억지와 한계 속에서 진행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도 대부분의 일본 국민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역사를 알지 못한 채 주변 피해국의 요구에 대해 마치 부잣집 문전에 와서 생떼를 쓰고 있다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다.”-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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