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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흩날리는 비 : 기리노 나쓰오 장편소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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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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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드보일드의 전설 기리노 나쓰오, 그 위대한 원점!
제39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일본 문단은 물론, 영미문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 기리노 나쓰오. 그녀의 데뷔작이자, 제39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일본 미스터리계에서도 찬사를 받은 《얼굴에 흩날리는 비》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여성 작가가 창조한 여성 탐정이 활약하는 하드보일드’라는 문학사적 의의에 빛나는 《얼굴에 흩날리는 비》는, 인간 내면의 비열한 본성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남성 작가의 전유물로 여겨진 하드보일드 장르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격찬을 받았다.
이야기는 여탐정 미로의 친구 요코가 거금 1억 엔을 들고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돈을 잃은 폭력단은 친구라는 이유로 미로를 협박하고, 미로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사건 해결에 나선다. 비열한 인간들의 비정한 거리 신주쿠를 무대로 여탐정 미로의 전설이 지금 시작된다.


세계가 인정한 작가 기리노 나쓰오가 선사하는 하드보일드의 정점!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신주쿠의 뒷골목. 남편과 사별하고 전직 탐정인 아버지가 물려준 맨션에서 혼자 살고 있는 무라노 미로는 한밤중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그러나 바로 직전까지 자살로 생을 마감한 남편의 꿈을 꾸고 있었던 탓에 왠지 나쁜 기분이 들어 전화를 무시하고 다시 잠을 청한다.
다음 날 아침,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건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 우사가와 요코의 애인인 나루세 도키오. 전화로 요코에 관해 캐묻던 나루세가 미로의 집 초인종을 누른 순간 악몽의 1주일이 시작된다. 유명 논픽션 작가인 요코가 나루세가 맡긴 거금 1억 엔을 들고 잠적했다는 말에 아연실색하는 미로. 게다가 그 돈은 폭력단의 보스가 나루세에게 사업 자금으로 빌려준 돈이었다. 곧바로 이어지는 폭력단의 수색과 감시, 협박…. 다른 거대 폭력 조직에 관련된 일을 했던 아버지의 이름 덕에 험한 꼴은 간신히 면하지만, 미로는 단 1주일이라는 시한 내에 나루세와 함께 요코의 행방을 좇아 1억 엔을 찾아내야 된다.
갑자기 닥쳐온 거대한 사건과 협박 앞에 미로는 막막함을 느낀다. 하지만 탐정의 피를 이어받은 그녀는 곧 요코가 남긴 작은 단서들을 수집해 삶의 궤적을 좇는다. 말초적인 논픽션 취재로 유명세를 얻은 요코가 일류 르포라이터로 비상하기 위해 선택한 리스크. 독일 현지에서 인종차별과 네오나치즘을 취재하다가 조우한 일본인.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그녀의 삶을 서서히 잠식해 들어온 비열한 배신…. 요코는 과연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리고 1억 엔의 행방은?
2007년 비채를 통해 국내에 먼저 소개된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완결편 《다크》에서도 그랬지만, 시리즈의 첫 작품인 본작 《얼굴에 흩날리는 비》에 등장하는 배경이나 소재 역시 ‘이 작품이 정말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인가’ 하고 놀랄 만큼 무겁고 어두운 측면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도쿄의 대표적인 환락가인 신주쿠 2초메에 거주하고 있다는 설정부터 이 시리즈가 밝은 분위기로 진행될 리 없음을 암시하고 있긴 하지만, 등장하는 주변인물의 면면을 보면 폭력단원, 사기꾼, 동성애자, 이상성욕자, 마약중독자, 네오나치 등, 거친 어둠 속을 달려가는 인물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거친 주변인물보다 더욱 비정하고 어두운 내면을 갖고 있는 여탐정 무라노 미로. 기리노 나쓰오의 작가적 매력이 미로에 대한 냉혹한 묘사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여성적 감수성과 야수적 언어로 그려진 비열한 인간 군상

《얼굴에 흩날리는 비》를 통해 본격적으로 문단에 데뷔한 기리노 나쓰오는 이 작품으로 곧바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일약 일본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로 화려하게 자리매김한다. 그녀는 이후, 여탐정 ‘무라노 미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 연작을 잇달아 발표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공고히 구축함은 물론 기존의 미스터리의 ‘규칙’에서 탈피한, 자신만의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작풍을 확립했다.
실제로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에서는 기존 미스터리 문학에서 중요시되는 ‘탐정’의 인물상이나 ‘사건’의 구체적인 구조 같은 것들이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전형적인 웰메이드 스타일(Well-made Style)보다도, 기리노 나쓰오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메마른 본성에 천착하여 그것을 최대한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비정한 어둠을 단도직입적으로 꿰뚫어가는 데에 작품의 중점을 둔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그 안에서 호흡하는 인간들의 치부를 아프도록 후벼 파는 새로운 미스터리 문학. 이런 작가적 정신이 있기에 그녀는 일본인 최초로 에드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고, 수많은 문학상을 휩쓸며 ‘일본 하드보일드의 전설’이라고까지 추앙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개성적인 작풍을 완성하는 것이 그녀 특유의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언어다. 여성 특유의 감수성을 한껏 살린 인물의 내면 묘사와 냉혹하고 엄격한 시선이 느껴지는 주제 의식이라는 상반된 색깔을 한 작품 안에 공존시키는 그녀만의 소설 작법은 유례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독창적이다. 소설가 마쓰우라 리에코는 기리노 나쓰오를 ‘아름답고 영리한 언어의 야수’라고 표현하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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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비로소 그게 클랙슨이 아니라 전화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사적으로 침대 옆에 사이드테이블 대신 놓아둔 의자 위의 손목시계를 보았다. 오전 3시 조금 전이었다. 심장 고동이 가라앉아 땀이 쭉 솟았다. 그 사이에도 전화벨은 계속 울렸다.
꿈속에서 본, 히로오의 햇볕에 그은 뺨에 흐르던 눈물이 떠올라 도무지 전화를 받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한밤중에 걸려 오는 전화는 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계속 받지 않자 스무 번 이상 이어지던 전화벨이 뚜루루 하며 어중간하게 울리다 겨우 멈췄다.
자동응답으로 해 두어야겠다. 나는 침대에서 두 발을 천천히 내려 마루를 디뎠다. 맨발바닥에 마루가 달라붙는 듯한 이상한 습기가 느껴졌다. 밖에는 거센 비가 내리고 있다. 유난히 길고 비가 자주 내리는 장마다.
자동응답으로 바꾸고 음량을 줄인 다음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대략 한 시간쯤 지났을까. 깜빡깜빡 졸고 있는데 또 전화벨이 울렸다. 두 번 정도 울린 뒤 바로 자동응답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녹음 내용은 내일 아침에 들으면 된다. 좋지 않은 소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꼭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