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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명/저자사항
깊은 밤, 기린의 말 : 김연수·박완서 외 소설 : 「문학의 문학」 대표 작가 작품집 / 박완서 [외] 지음 인기도
발행사항
파주 : 동화출판사 : 문학의문학, 2011
청구기호
811.3 -11-4
자료실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형태사항
382 p. : 초상 ; 20 cm
표준번호/부호
ISBN: 9788943103811
제어번호
MONO1201109322
주기사항
내용: 깊은 밤, 기린의 말 / 김연수. -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 박완서. - 이상한 선물 / 이청준. - 마디 / 이나미. - 퍼즐 / 권지예. - 한 구레네 사람의 수기 / 이승우. - 소금창고 / 윤후명. - 파종 / 조경란. - 제삿날 / 이명랑. - 국화 밑에서 / 최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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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_ 깊은 밤, 기린의 말
박완서 _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이청준 _ 이상한 선물
이나미 _ 마디
권지예 _ 퍼즐
이승우 _ 한 구레네 사람의 수기
윤후명 _ 소금창고
조경란 _ 파종
이명랑 _ 제삿날
최일남 _ 국화 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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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1604430 811.3 -11-4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1604431 811.3 -11-4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 제공)

    사람과 세상에 대한 눈썰미와 내공이 빛나는
    근래 보기 드문 완성도 높은 소설 미학!


    계간 『문학의문학』 창간호부터 3년 넘게 발표돼 온 ‘우리 시대 최고 대가들과 중견 작가들의 주옥같은 단편들’ 중 편집위원들과 4대 주요 서점 MD들의 추천을 거친 베스트 10편만을 엄선해 묶은 <대표 작가 작품집>이 출간되었다.

    수록 작가로는 박완서, 이청준, 최일남, 윤후명, 이승우, 권지예, 이나미, 조경란, 김연수, 이명랑 등 리스트만으로도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대가에서부터 묵직한 중견 및 신진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즉, 국내외를 아우르며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획득한 명실공히 ‘우리 시대 대표 작가’들의 문학성 높은 빼어난 단편들로 구성된 근래 보기 드문 작품집이 될 것이다.

    특히 『문학의문학』 창간호(2007. 가을호)에 실린 이청준 소설가의 <이상한 선물>은 작고 전 마지막 발표한 유작이 되었으며, 2011년 1월 22일 작고하신 한국문학계의 대모 박완서 선생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2008. 가을호) 또한, 2007년 《친절한 복희씨》(작품집) 이후 고인이 남긴 단 3편(<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빨갱이 바이러스>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의 유작 가운데 하나로, 주제 또한 ‘가족애와 물신주의를 풍자’한 귀한 작품으로 오랫동안 추억될 의미 깊은 단편이 될 것이다.


    『문학의문학』에 발표될 때마다 최고의 절찬과 뜨거운 감동을 받았던 소설 미학의 정수, 드디어 출간!

    『문학의문학』은 2007년 창간된 동화출판사(문학의문학)의 문학 계간지이다. 조정래 작가의 베스트셀러 《허수아비춤》을 연재하면서 큰 이슈가 되었고,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 문학잡지로 그 입지를 공고히 하였다. 창간호부터 우리 문단의 유수한 작가들의 작품을 수록하며 문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고, 장편소설 공모 등을 통해 인재 발굴에도 앞장선 바 있다.
    『문학의문학』이 창간된 지 약 3년여 만에 지금껏 발표됐던 단편소설 중에서 진수만을 엄선하여 작품집을 묶게 되었다. 작고하신 이청준, 박완서 작가의 유작을 비롯하여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확립한 권지예, 이승우, 조경란 작가는 물론, 최근 한국 문단의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르는 김연수 소설가, 유머와 풍자가 빛나는 웅숭깊은 명문장으로 작품성과 문학성은 물론, 문단 안팎의 모국어 장인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고 있는 최일남 선생 등, 말 그대로 원로와 중견 등 내로라하는 언어의 연금술사들이 펼치는 천의무봉한 상상력의 향연이 될 것이다.


    작품 소개

    모국어의 연금술사들이 펼치는 천의무봉한
    상상력의 향연!


    ▶ 김연수 _ <깊은 밤, 기린의 말>

    탁월한 감성과 깊은 통찰의 작가 김연수 신작!
    자폐아 가정의 절망과 희망을 담아내며 단편소설의 한 전범을 보여 준다!

    소설 속 아이들은 동물원에 갔던 기억을 회상하면서 그날이 부모가 자신들을 버리려 했던 날임을 깨닫는다. 내성적 성격의 쌍둥이 자매와 자폐아 태호를 낳은 뒤 엄마는 좌절하고 그에 대한 돌파구로 시를 쓰기 시작하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시가 점점 난해해진다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가족이 우연한 기회에 애견센터를 통해 강아지 한 마리를 얻게 된다. 마음이 닫혀 버린 태호가 유독 동물원에서 본 ‘기린’이라는 이름에만 반응하자, 가족들은 강아지 이름을 ‘기린’이라 짓는다.
    깊은 우물 속에 빠진 듯 세상과 소통 불능인 태호가 유독 시각 장애를 앓고 있는 기린(강아지)과 의사소통을 시작하면서 이 가정에 따스한 불씨 하나가 되살아난다. 어머니는 자폐아를 키우는 어려움을 딛고 시인으로 등단하면서 자신의 중학시절부터 소망해온, 잃어버린 꿈에 한발 다가가며…… 절망 속에서 희망을 퍼올리는 법을 배운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가족의 균열과 화합의 메시지를 놀랍도록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는 수작이다.


    ▶ 박완서 _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故 박완서 선생의 유작 단편소설!
    가족애와 물신주의를 농익은 청춘의 글쓰기로 풍자한 수작!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는 노작가의 내공이 엿보이는 소설이다. 노령에도 불구 작가의 투혼이 빛나는 작품이고 그의 문학 세계가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방증하는 작품이다. 애석하게도 이 작품집 출간 준비 중에 박완서 선생이 타계하였고, 우리는 더 이상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박완서 선생의 유작 단편소설로, 그 가치가 더욱 소중하다 하겠다.

    ▶ 고부간의 게임론 _ 김윤식(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 <문학사상>(2008. 11월)

    박완서 씨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제목에 주목할 것. 서두에 이렇게 적혔군요.

    오늘 온종일 내가 무슨 일에 붙잡혀 있어야 하는지 최소한 남편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근하려는 남편에게 슬쩍 운을 뗀다는 게, 여보 나 왜 이렇게 울화가 치밀고 얼굴이 화끈거리지, 했더니 그가 한다는 소리가 갱년긴가 보군. 그래 갱년기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화상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지가 여자에 대해 뭘 안다고. 의학적인 답변으로는 나 지금 갱년기가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팔십 노인들이 모여 앉아 갱년기 타령을 하는 것을 참아내야 할 걱정으로 아침부터 우울증에 빠져 있는 아내에게 그건 할 소리가 아니지.

    네 가지 정보가 담겨 있지요. (A) ‘나’가 생리적 갱년기에 든 여자라는 것. (B) 출근하는 제법 근사한 남편이 있다는 것. (C) 생리적 갱년기와는 다른 정신적 갱년기도 있다는 것. (D) 오늘은 그 ‘정신적 갱년기’ 패거리의 시중을 들게 되어 있다는 것. 생리적 갱년기만 해도 지루하고 따분한데, 정신적 갱년기까지 넘보아야 한다면 그 얼마나 따분하고 지루하랴. 기나긴 하루일 수밖에. 그러나 참으로 기묘하고 다행하게도 이 작품은 지루하지도 따분하지도 않습니다. 너무도 요란하고 신바람조차 날 정도. 대가급 박씨의 솜씨. 노련함이나 세련성과는 담 쌓은 청춘의 글쓰기인 까닭. 박씨 표현으로 하면 ‘속에서 열불이 나’는 글쓰기인 까닭. 그런데 속에서 열불이 나는 글쓰기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렇게 물을 때 박씨의 창작 방법론에 닿게 됩니다. 속에서 열불이 날 때 이를 내면화할 수도 있고 혼자 끙끙 앓아 병들 수도 있고, 세상과 등질 수도 있지만, 그 열불과 맞서 싸우는 쪽에 박씨의 글쓰기가 서 있습니다. 이에는 이, 주먹에는 주먹식의 글쓰기라고나 할까. 어떤 시각에서 보면 수다스러울 수밖에. 그러나 여기에는 박씨 특유의 고도의 전략이 스며 있어 놀랍습니다. 겉으로는 영락없는 청춘의 글쓰기인데 내면에는 고도의 지적 전략 전술이 감추어 있는 글쓰기. 이를 게임론으로 보면 선명해집니다.
    어떤 게임도 규칙이 있기 마련. 이 규칙을 침범하지 않는 한도에서 결사적일 것. 이번 작품을 게임론으로 읽으면 어떠할까. 적어도 이 작품에는 두 가지 게임이 벌어져 있지요. (A) ‘나’와 시어머니 간의 게임이 그 하나. 지성과 감성 그리고 권위까지 갖춘 이 굉장한 구미호 같은 시어미와 맞서 게임을 벌이고 있는 ‘나’는 또 얼마나 굉장한가. 시어미의 전략 전술이 오묘하면 오묘할수록 이에 맞서는 ‘나’ 또한 얼마나 굉장한가. 그러니까 피장파장. 무승부일 수밖에. 이 게임을 지켜보는 우리 관객은 또 얼마나 즐거운가. 고도의 두뇌 싸움 구경이니까. 더구나 그 두뇌 싸움의 전략 전술이 우리의 일상적 삶 속에서 까맣게 잃어가는 고상한 인간적 법도(세련성)이고 보면 교훈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까.
    다른 게임의 하나인 (B)는 어떠할까. 이번엔 ‘나’와 며느리 세미와의 게임. 그런데 이 게임은 ‘사이비 게임’일 수밖에. 어째서? 세미는 ‘나’의 아들과 이혼했으니까. 관객인 우리에겐 재미가 있을 이치가 없지요. 기껏해야 젊은 세대 풍속도이거나 세상 고발 또는 한탄에 지나지 않는 것. 게임의 재미란 진짜 시어미와 진짜 며느리 사이에만 가능한 법. 그게 게임의 규칙이니까. 이혼한 며느리란 이 규칙에 위반되는 것. 진짜 게임일 수 없는 것.
    비평적 포인트. 고부간의 게임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나’가 이혼한 전 며느리 세미와의 게임에서 여지없이 참패하여 기진맥진한 장면을 남편은 이렇게 묘사했군요.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코 골며, 아, 아, 간간이 신음했다’라고. 그러나 남편이 ‘나의 꿈속’을 들여다보지 못했다고 단언함으로써 이 요란한 소설이 끝납니다. 대체 ‘나의 꿈속’은 어떠했을까. 관객인 우리는 이렇게 추측해 볼 수 없을까. 하나는 지옥 풍경. 다른 하나는 보살도. 유황불에 시어미도 세미도 처넣기 또는 연꽃 위에 시어미도 세미도 함께 올려놓기. 중요한 것은 이 중간쯤이 아니라는 것.


    ▶ 이청준 _ <이상한 선물>

    故 이청준 작가의 마지막 선물! 가장 완벽한 소설 쓰기의 결정체!

    <소문의 벽> 《당신들의 천국》등 우리 문단의 거목으로 작품 활동을 펼쳐온 이청준 작가가 남긴 마지막 단편소설이다. 2008년 이청준 작가는 지병으로 별세하였다. 이청준 문학 연구자들과 독자들에게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동네가 사연을 만들고 그 사연을 잇기 위해 살았던 일화를 들으며 입은 웃지만 눈은 시리다. 그건 한 마을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다. 이청준 작가가 독자들에게 영면에 들기 전에 선물한 <이상한 선물>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우리 모두의 노력-한 마을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는 이야기들은 공동체가 주는 진짜 소설이다.

    ▶ 신화의 수준으로까지 깊어진 6·25의 민담화 _ 김윤식(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이청준 씨의 소설엔 유독 서두가 중요하오. 그야말로 뜸 들이는 방식을 취하는 만큼, 양파로 치면 맨 껍데기 층에 해당되는 것. 이로부터 겹겹으로 싼 글쓰기에는 양파와는 달리 알맹이가 있기 마련. 있되 아주 황금 조각으로 있기 마련. 이번 작품의 그 황금 조각은 어떤 것일까. 세 가지 점이 지적되오.
    (1) 씨자형(氏子形) 얘기라는 것. 〈황기태 씨〉를 내세웠다는 것. 책임을 작가가 지지 않고 황기태에게 맡기는 수법. (2) 보림사를 들러 옛 고향 찾아가기. (3) 날궂이 하는 위인을 내세웠다는 것. 문제는 ‘날궂이 하는 인물’에로 좁혀졌소. 이상하달까, 부정적인 인물을 두고 날궂이 하는 위인이라 부른다면 황기태 씨는 어느 편일까. 예순을 넘어 대단치도 않은 지방 공직에서 물러나 절간 사진이나 찍으러 다니는 황기태 씨는 날궂이 하는 인물이기는커녕 극히 범속한 인물인데도 민담의 주인공처럼 날궂이 하는 인물로 분류되며, 더구나 긍정적으로 평가된 곡절은 무엇일까. 바로 참주제가 깃든 황금 부분.
    독학으로 보통고시 합격. 중하위 공무원으로 시작, 도청 사무관까지 승진한 황기태 씨를 그의 고향에서는 최고의 출세 인물로 친다는 것. 그런데, 마을이 황기태 씨에게 마을이 지켜온 최고의 선물을 주었다면 어떠할까. 그 선물이란 고향의 최고 값진 것. 서당에서 사용하던 벼루였다는 것. 아이들 공부용의 원점, 공부 곧 출세니까. 황씨가 최고의 출세자이니까. 그런데 정작 그 벼루란 6· 25에 행방불명되었다는 것. 바로 이 대목이 작가의 노회한 솜씨가 깃들인 곳. 정작 마을이 황씨에게 준 것은 숫돌이었던 것. 벼루의 실물이 마음에 없는 만큼 그것이 바깥에 있다고 해야 온전한 법. 숫돌이지만 그것을 벼루로 알고 간수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범생이 황기태 씨라는 것. 숫돌=벼루란 깨침의 경지에서는 불교식으로 하면 불이법문(不二法門)이라는 것.
    비평적 포인트. 이 작품엔 6· 25가 언급되지만 별다른 구체성을 갖지 않습니다. 〈지하실〉(2005)에서 압도적으로 제시했으니까. 벌써 작가 이씨에 있어 6·25란 민화나 신화 수준으로 깊어지고 있었다는 것. 장편 《신화를 삼킨 섬》(2003) 이후의 일이지요.


    ▶ 이나미 _ <마디>

    제15회 김준성문학상 수상작!
    실연과 상처를 딛고 새롭게 마디를 새기는 아름다운 ‘홀로서기’!

    이나미 작가는 이 작품 <마디>로 제15회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소설쓰기의 진수에 대해,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진검 승부해 간 작품으로, 이야기꾼으로서의 존재 증명에 성공한 수작이다. 강사 탈락과 실연이라는 상처를 딛고 삭발을 감행하며, 다기진 새출발을 옹골지게 다짐하는 주인공을 통해, 중견 작가의 내면 풍경을 오롯이 엿볼 수 있는 성찰적 주제가 눈부시다.
    ▶ 더 이상 버리지 않을 ‘나’ _ 서경석(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이나미 작가의 <마디>는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려는 40대 여성의 이야기이다. 익숙한 주제로 느껴질지 모르겠다. ‘나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올바르게 사는 것일까’라는 고전적 주제에 해당하며, 강요된 삶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90년대 소설들의 자유로운 여성 주인공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독서 과정 속에서 우리는 이런 예견들이 대체로 정확함을 확인하며 그 ‘익숙한’ 주제에 공감한다.
    그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주인공 ‘나’는 그간의 삶의 여러 곡절들이 만들어낸 현재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그 상황을 극복하는 어떤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자신을 구속하는 현실적인 굴레들을 벗겨내고 새로운 삶으로 내쳐가기 위해 ‘삭발’을 감행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40대 여인을 삭발로 내몬 삶의 곡절이란 실연과 실직이다. 무뎌져 왔던 사랑의 감정을 촉발시켰던 한 남성은 ‘나’의 절친한 동료와 관계하며 ‘나’를 배신한다. 늦게 얻은 인연이라 일주일간 밥 한 술 뜨지 못할 만큼 그 실연은 충격적이었다. 그 즈음 강사로 다니던 음악 대학에서 실직한다. 2년 단위로 계약하던 강사 자리를 다섯 번이나 재계약했으면 특혜에 해당한다는 전임교수의 발언과 지도교수의 무관심은 모멸감을 불러일으킨다. ‘너무 구차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숨이 막힐 지경에 다다르자 ‘나’는 ‘삭발’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먼저 충격 받을지 모를 노모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준비 작업으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 가꾸고 사진관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어두려 한다. 이어, 목욕을 하고 낯선 미용실에서 삭발한다. 삭발이란 세속적 욕망을 끊고 청정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불가의 생각을 떠올린다. 삭발은 의외로 수월했고 숨구멍이 트임을 느낀다. 이미 학교를 떠나 음악학원을 차린 선배에게 실직 위로 전화를 받고는 함께 꽃구경 가기로 약속한다. 꽃구경은 그간 바쁘게 앞만 보고 뛰어온 ‘나’의 삶에 대한 위로이자 반성이다. 나무도 전지 작업이 필요하듯 인간도 가지를 쳐내는 아픔을 이겨내야 제대로 성장하지 않겠는가. 불혹의 40대로 접어들며 ‘내’가 내린 삶의 깨달음이다. 이렇게 읽다 보면 이 작품의 주제는 분명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40대 여성의 성찰적인 깨달음인 것이다.


    ▶ 권지예 _ <퍼즐>

    작가의 지적 순수성과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빼어난 감각!

    <뱀장어 스튜>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우리 문단에 이름을 공고히 한 권지예의 작가의 단편소설이다. 모성이라는 숙명적 문제와 그것이 거세됐을 때의 갈등 구조를 섬세한 필치로 치밀하게 묘사해 낸 문학적 성취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전처의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한 여인이 거듭되는 낙태와 유산을 반복하면서 절망에 빠지는 모성 양상을 고도의 조탁된 언어로 풀어냈다. 작가는 이 풀리지 않는 갈등을 ‘퍼즐’이라고 명하며, 마지막 인생의 퍼즐 조각을 찾아내고자 한다.

    ▶ ‘들키지 않고 완전히 소멸되고 싶었던 여인’의 얘기
    _ 김윤식(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권지예 씨의 〈퍼즐〉. 결혼 18년 만에 남편도 딸도 몰래, 또 시어머니도 몰래 감쪽같이 그러니까 ‘들키지 않고 완전히 소멸되고 싶었던 여인’의 얘기.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세상에서 완전히 소멸되고 싶었을까.

    시어머니는 임신 10주 전후에 태아의 성별을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융모막 검사를 강권했다. 태아 성별 감별만을 위한 검사는 명백한 불법이었지만, 전처소생 딸은 하나 있으니 아들만 하나 얻으려는 속전속결하는 게 현명하다는 게 시어머니의 지론이었다. (……) 융모막 검사 결과, 두 번은 딸이었다. 결과를 통보받고 나면, 선택은 하나였다. 기껏 11주밖에 안 된 딸을 인공 중절시키는 데 대해 남편과 시어머니는 태연했다. 시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산부인과에서 간단히 처치했다. 악몽을 꾸었다고 생각했다.

    5대 독자 집안에 시집 온 여인이 있다. 그 집안에는 전처소생 딸이 있다. 그러니까 아들을 낳아야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수밖에. 씨받이 신세인 셈. 지극히 한국적 통속성이 아닐 것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아들만을 낳기 위해 시어머니와 남편의 강요로 태아 융모막 검사까지 해서 두 번씩이나 낙태했고 세 번째 역시 그러했다. 아들로 판명된 세 번째 경우도 바로 그 태아 감별 검사로 말미암아 실패한 것. 이 현대판 씨받이 여인이 마침내 폐경기를 맞았다면 어떻게 될까. ‘들키지 않고 세상에서 완전히 소멸되고 싶음’의 곡절이 여기에서 왔다.

    (A) 한때 퍼즐에 빠진 적이 있었다. 내 또래의 여자들은 그 나이가 되면 종교나 불륜에 빠진다고 한다. 종교를 통해서 구원을 받고, 불륜을 통해서 오르가슴을 얻는다면 퍼즐 또한 만만치 않은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나는 믿는다. 참다가 누는 오줌이 더 시원하듯이, 100피스 퍼즐부터 시작해서 1000피스 퍼즐까지, 조금씩 난이도를 높이면 만족감은 더해갔다. 화룡점정. 마지막 순간에 유일무이한 단 하나의 조각을 그 자리에 꿰어 맞출 때의 그 성취감이란!

    그 지적 분위기가 여지없이 작품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는 형국. 퍼즐이란 무엇인가. 완벽함의 대명사인 것. 하나라도 빠지면 무의미한 것. 지적 조각, 두뇌의 문제인 셈. 인생엔 ‘완벽함’이 없기에 더욱 부각되는 것.


    ▶ 이승우 _ <한 구레네 사람의 수기>

    인종과 차별의 벽을 뛰어넘는 인간 구원 문제를
    이보다 더 섬세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구레네 사람 시몬이 주인공이다. 시몬은 장사꾼이고 돈이 되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고 있다. 큰아들 이름은 알렉산더, 작은 아들 이름은 루포다. 원래 장사꾼에게 대목인 시기지만 아들과 예루살렘에 올라가기로 약속을 했다. 시몬은 알렉산더와 함께 유월절 행사를 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왔다. 이곳에서 시몬은 나사렛에서 온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이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는 자에 대한 소문을 듣고 직접 보러 성전으로 간다. 그 성전에서 상인들을 향해 쓴 소리를 하는 그 자와 눈이 마주친 시몬은 묘한 기운에 휩싸인다. 갈릴리에서 어부들을 불러 제자를 삼은 그 자의 나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자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시몬의 잠자리를 뒤숭숭하게 한다. “나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그리고 그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를 하다가 병사에게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를 만나러 간 시몬은 그곳에서 다시 그와 마주친다. 그가 말한 ‘나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의 제자란 자도 그를 부정했는데.
    예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사람, 시몬의 시선으로 본 유월절 예수의 행적이 담겨 있는 단편소설이다. ‘깜둥이 놈’이라는 차별받는 장사치에 불과한 그가 예수가 던진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깨닫게 되는 행보가 아주 쉽게 담겨 있는데, 그 속에서 우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성경의 인물을 자세히 만나게 된다.


    ▶ 윤후명 _ <소금창고>

    존재의 근원을 찾아가는, 기시감으로 충만한 환상적 소설!

    작가에게 있어 <소금창고>는 아름다운 환상이면서 문학의 모태이기도 하다. 작가는 ‘소금 창고’를 찾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존재의 근원을 찾는 행위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일상적 삶이 아닌 근원적 삶의 의미를 찾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윤후명, 그는 산업화 시대를 맞아 아직도 ‘외로움과 그리움을 찾아 황폐한 터전을 헤매는 낭만적 예술가’의 한 사람이다
    _ 유재엽(문학평론가)

    ▶ 소금창고에서 같이 살자고 했던 그 여자, 그 여자는 어디에도 없다!

    주인공 ‘나’는 협궤열차가 지나는 몇 도시의 사람들의 단체의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을 받는다. ‘나’는 지난 한 시절이 실려 있는 열차를 타고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망설이지 않고 수락한다. 인천의 동막에서 시작한 여행은 도시화로 인해 많이 변한 지역의 현재를 보게 하지만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나문재가 우거졌던 동막, 조개껍데기와 염전이 있던 오이도는 그 옛 모습을 잃었다. 그러나 시화호 호수 가운데 무인도가 아직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희망을 느낀다. 그제야 자신이 카메라에 저장해온 소금창고 그림을 들여다보는데 한 여자가 귀찮게 따라붙는다. ‘나’는 소중한 사람과 동죽조개 칼국수를 처음 먹었던 기억을 되살린다. 도통 그 소중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소래에 도착해서 옛 소금창고를 찾아가서 나는 옛 추억의 사람들 속에 묻혀 있는 한 여자를 떠올린다. 행사가 끝나서야 귀찮게 따라붙던 여자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 조경란 _ <파종>

    소설적 상징을 부리는 데 능란한 조경란 작가의 산뜻한 가족 소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우리 문단의 굵직한 문학상들을 섭렵하면서 우리 소설계를 대표하는 여류 작가로 우뚝 선 조경란 작가의 단편 <파종>.

    사유의 깊이와 인생의 비의를 담아내는 직조 기술이 날로 무르익어가는 조경란 작가의 <파종>은 무심히 송곳니를 작살처럼 상대의 몸속을 후벼 파듯 쿡쿡 찔러대는 우리 시대 가족들의 자화상을 상처와 연민 가득한 시선으로 보듬는다. 그를 통해 더 한층 성숙해지는 내적 자아와 가족 공동체의 새로운 파종을 지켜보게 한다.


    ▶ 이명랑 _ <제삿날>

    비인간적이며 몰가치적으로 변해가는 세태를
    신랄하게 꼬집는 능숙한 이야기꾼!

    《삼오식당》등으로 발랄하고도 재치 있는 글쓰기를 선보인 이명랑 작가의 신작 단편소설이다. 망자들의 영혼에 얽힌 우리네 가족들의 인생 이야기를 액자식 이중 구조로 절묘하게 짜맞춰간 실험적 소설이다.


    ▶ 다른 세대와의 불화, 또는 이기적 세태의 극한
    _ 김종회(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이명랑 작가의 <제삿날>은 경제적 이익을 미시적으로 따지며 책임을 벗어나려는 소시민적 비열을 그 시발점으로 한다. 이 소설은 두 가족과 그 가족 내부의 인적 구성원들이, 각기 어머니의 병원비 및 간병인비를 두고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비열한 사태를 매우 시니컬하게 그리고 있다. 작은 단락별로 스토리텔러를 달리하면서 그 발화자의 의중을 직선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상황의 전체적인 모습을 마치 퍼즐 조각 맞추듯 점진적으로 완성해 간다.
    그 이야기의 한가운데 있는 어머니와 할머니, 두 과부는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 기막힌 운명의 모습을 함께 공유한 사연 깊은 인물들임이 밝혀진다. 과거 신산한 시절을 함께 보내며 남남이면서도 한집에서 가족처럼 살아온 이들은, 서로 공통된 비극적 가족사의 주인공들이다. 그러한 사건의 일치와 심정의 연대가 이들을 강력한 정동적 유대로 결속해 왔으나, 그것은 그 당사자들의 문제일 뿐 자식들에게는 그다지 상관없는 일이 된다. 자식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실상에 있어서 이들은 모두 두 과부의 친자식들이 아니다.
    서로 다른 세대와의 가치관 차이나 그것을 부양하는 사회적 환경, 사소한 이익에 모든 것을 거는 이기적 세태나 그것을 북돋우는 숨겨진 진실 등은, 매한가지로 오늘날 우리 삶의 배경이 얼마나 비인간적이며 몰가치적인가를 보여 주는 소설적 바로미터들이다.


    ▶ 최일남 _ <국화 밑에서>

    고수의 예봉이 돋보이는 단편 미학의 정수!
    최일남 선생의 혜안이 빛나는‘메멘토 모리’에 대한 웅숭깊은 통찰!

    ▶ 연륜과 내공 _ 권성우(문학평론가·숙명여대 교수)

    최일남 작가의 <국화 밑에서>는 근래에 내가 읽을 수 있었던 가장 완성도 높은 소설이다. 올해로 여든에 가까운 이 노작가의 역작을 통해 나는 문학에서 연륜과 세월,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다져온 사람과 세상에 대한 눈썰미와 내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하루에 두 군데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상주와 대화를 나누거나 과거를 추억하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대화와 과거에 대한 추억은 주로 장례, 죽음, 시체, 염, 화장한 후의 뼛가루 등의 장례 풍속에 관한 것이다. 가령 다음 대목을 보자.

    그렇지. 지지난번에도 유가족들 사이에 끼어 심장병으로 죽은 친구의 입관식을 지켜보았는데 칠십 노인의 사안(死顔)이 어쩌면 그렇게 뽀얗지? 화장 빨 덕이 크겠지만 생시 때 저리 가라였다구. 숨을 죽이고 남편과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던 미망인과 아들딸의 눈이 환해지더만. 흐느낌을 멈추고 입을 감쌌던 손바닥을 조용히 풀며 지극히 편안한 사안에 마음을 놓은 기색이 역력했다네.

    위의 대목에서 볼 수 있듯, 죽음과 시체, 화장(火葬)을 둘러싼 풍속이나 다양한 지식의 향연은 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의 커다란 부분이다. 가령 레닌의 아내 크룹스카야가 레닌 시신의 영구 전시를 반대한 사실을 로버트 서비스의 《레닌 전기》에 기대 말하는 대목이라든가, 화장한 뼛가루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장폴 뒤부아의 장편소설 《이성적인 화해》를 예로 들어 언급하는 대목이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에 등장하는 죽음과 장례의 모습을 소개하는 대목들에서는 폭넓은 독서에서 배어든 인문적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종합병원 영안실이 장례식장으로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이전의 장례 풍속과 같은 반 친구인 봉수네 가족을 둘러싼 유년의 풍속을 묘사한 대목도 죽음과 연관된 세목을 얘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겹기까지 하다.
    <국화 밑에서>를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최일남의 절묘하고 웅숭깊은 언어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칙살스럽다’ ‘듬성드뭇’ ‘께복젱이’ ‘눈밑 살주머니’ ‘헤실바실’ ‘고릿적 얘기’ 등의 순우리말과 토착어가 <국화 밑에서>에서 절묘하게 사용되고 있다. 소설가를 우리말의 넓이와 깊이, 아름다움을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최일남은 그 영예로운 대열의 앞자리에 기꺼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고색창연한 토착어를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작가 최일남의 현실 감각이 고루한 세계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소설은 이즈음의 문화적 추세나 사회 변화에 대해서도 대단히 적극적이고 민감하게 수용하고 있다. 가령 일본 영화 〈오꾸리비리도〉가 언급되는 장면이나, 손상된 주검을 복원하는 특수 처리 기능을 담당하는 엠바머(embalmer)가 대화 소재로 등장하는 대목은 작가가 지금 이 시대의 장례 풍속이나 현대 문화에 대해 만만치 않은 정보를 지니고 있음을 인상적으로 보여 준다.


    수록작품 발표지면

    깊은 밤, 기린의 말 _ 《문학의문학》 2010년 가을호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_ 《문학의문학》 2008년 가을호
    이상한 선물 _ 《문학의문학》 2007년 가을호
    마디 _ 《문학의문학》 2007년 가을호
    퍼즐 _ 《문학의문학》 2007년 겨울호
    한 구레네 사람의 수기 _ 《문학의문학》 2008년 봄호
    소금창고 _ 《문학의문학》 2007년 가을호
    파종 _ 《문학의문학》 2009년 여름호
    제삿날 _ 《문학의문학》 2009년 가을호
    국화 밑에서 _ 《문학의문학》 201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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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속에서 (알라딘 제공)

    [P.14] 그런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우리는 두 개의 달처럼 어두운 가정의 한 귀퉁이를 맴돌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기필코 밝고 환해야만 한다. -14쪽

    여기 두 군데의 소아과에서 전반적 발달장애 의심이란 진단이 태호에게 떨어지고 난 뒤, 아빠가 쓴 행동 지침이 있다. 우리는 이 지침을 ‘우리 가족의 역사책’에 보관했다.

    ─ 완치 같은 말은 잊자. 그건 너무 아름다운 말이다. 너무 아름다운 건 진실하지 못하다.
    ─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확하게 얘기하자. 지금 태호는 깊은 우물 속에 빠져 있다. 우리 목 소리는 거기까지 가 닿지 않는다.
    ─ 이 이야기는 지루할 정도로 길어질 것이다. 아마 평생에 걸친 이야기가 될 것이다.
    -15쪽

    여러 개의 희망이라면 실현될 가능성이 많겠지만, 거기 단 하나의 희망만 남는다면 그건 돌멩이처럼 구체적인 것이 되리라. -16쪽

    깨달았다. 인내심이란 뭘 참아 내는 게 아니라 완전히 포기하는 일을 뜻했다. 견디는 게 아니라 패배하는 일. -20쪽

    “이 자리에서 고백하는 말이지만, 우리 아들은 마음이 닫힌 아이입니다. 아무리 큰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말해도 그 말들은 우리 아들에게 가 닿지 않습니다. 제게 말들이란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 모릅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말들은 외롭고 슬픕니다.” -35쪽

    _ 김연수 <깊은 밤, 기린의 말> 중
    [P. 15] 도깨비장난으로 생긴 돈을 도깨비한테 도로 빼앗기지 않으려면 땅을 사는 게 수라는 게 시어머니의 믿음이었다. 너희들도 어미 말 허투루 듣지 말고 잘 들어 둬라. 도깨비는 변덕스러워서 재물을 주기도 잘하지만 뺏기도 잘한단다. 귀찮다고 아무데나 부리고 간 재물을 돌려 달라고 나타나면 저기 있다고 재물하고 바꾼 땅덩이를 가리키면, 그 땅 네 귀퉁이에다 말뚝을 박고 거기다가 줄을 매고 밤새도록 영치기 영차 땅덩이 떼 가려고 용을 쓰다가 새벽에 지쳐서 가 버리고 며칠 밤 그러다 만다더라.

    노인네들이 식탐도 많고 예상했던 것보다 양도 큰 것에 놀랐다. 헌 부대에 곡식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옛말을 실감케 했다. 눈치 봐서 잘 잡숫는 것을 접시가 넘치게 덜어다 드려도 순식 간에 없어졌다. 갈비는 물론 노인네들이 잡숫기 어려운 대게나 가재도 미처 채워 드리기 전에 어찌나 잘 잡숫는지 아무리 뷔페라지만 너무 자주 드나들며 맛있는 것만 담아 오는 게 눈치가 보일 지경이었다. 당신들도 좀 움직였으면 좋으련만 처음 한 접시만 손수 덜어 오고 앉은 채 꼼짝 않고 맛있는 걸 마음껏 즐기시는 걸 보니 아무리 비싸도 돈이 안 아까울 것 같았다.

    세미가 들어오고 있었다. 딴 계집애들처럼 나풀대는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굽이 10센티나 될 것 같은 구두를 신고 모델처럼 또박또박 우아하게 걸어 들어왔다. 한때 며느리였던 여자
    와 마주 앉는다는 건 모르는 사람끼리 합석하는 것보다 더 어색했다.

    _ 박완서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중
    [P. 16] 말을 하고 나서 영감은 기태 씨 대신 네가 한번 말해 보라는 듯 상 한쪽에 앉아 말없이 시중만 들고 있는 조카아이 쪽을 건너다보았다. 하니까 녀석은 영감보다 외려 한술을 더 뜨고 나섰다.
    “당숙님 이야기야 한마디로 이 동네 전설이지요. 당숙님은 누가 뭐래도 이 동네 샛별이여요.”
    기태 씨로선 할 말을 잊을 지경이었다. 한데다 영감은 마지막으로 못을 박듯이 그를 어르고 들었다.
    “헌다고 지니지도 않은 물건 일로 애먼 덤터길 써 왔다고 날 너무 원망하진 말게. 오늘은 내 자네한테 진짜 물건을 전해 드릴 모양이니께. 이 보자기 속 물건 말일세…….”

    _ 이청준 <이상한 선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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