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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명/저자사항
안녕 다정한 사람 / 은희경, 이명세, 이병률, 백영옥, 김훈, 박칼린, 박찬일, 장기하, 신경숙, 이적 글 ; 이병률 사진 인기도
발행사항
파주 : , 2012
청구기호
910.2 -12-11
자료실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형태사항
355 p. : 삽화 ; 21 cm
표준번호/부호
ISBN: 9788993928525
제어번호
MONO120125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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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769091 910.2 -12-11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1769092 910.2 -12-11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 제공)

    10명의 다른 ‘호기심’이 하나의 ‘여행’으로 모이는 순간
    길 위에서 만난 그대들에게
    조용히 안부를 묻는다


    열 명의 각계각층 명사들이 각자 세계 각국으로 ‘테마가 있는 여행’을 떠날 채비를 했다. 그리고 한 명이 떠나고 돌아오면 바통을 이어받아 다음 사람이 떠나는 식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그렇게 한 달에 한 번씩, 그들은 차례대로 비행기를 타고 저마다의 여행을 떠났다가, 마침내 모두 돌아왔다. 첫번째 주자가 여행을 떠나고부터 마지막 주자가 여행에서 돌아오기까지, 총 일 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 말로만 들어도 근사한 프로젝트에 동참했던 사람들은 소설가, 시인 등 문인에서부터 뮤지션, 셰프, 영화감독, 뮤지컬 음악감독까지…… <안녕 다정한 사람>은 그들의 여행, 그리고 돌아온 걸음에 대한 기록이다. 소설가 은희경, 영화감독 이명세, 시인 이병률,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김훈,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셰프이자 에세이스트 박찬일, 뮤지션 장기하, 소설가 신경숙, 뮤지션 이적…… 이렇게 열 명의 명사들은 그렇게 각자 저마다의 호기심을 마음에 품고 ‘여행’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여기 모일 수 있었다. 그 열 번의 여행에는 모두 이병률 시인이 동행하여 사진을 남겼다.
    이 책은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좀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이들의 여행이야기를 기록했다는 데에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과연 살면서 이 열 명의 명사들은 실제로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맞댈 일이 과연 있을까도 싶을 만큼 다양한 영역의 직업군과 그 계통의 대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계절이 바뀔 때나, 해가 바뀔 때 또는 내 안의 나를 찾고 싶을 때. 여러 이유로 사람들은 여행을 한다. 여행을 하기 위해 이유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마음속에 떠나고 싶은 나라 하나를 품고 있을 것이므로.
    책 속에 겹겹의 선으로 이어진 그들의 나라를 들여다보며 우리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나라 하나를 떠올려보자. 머릿속으로 그린 지도를 더듬으며 손끝으로 나라를 상상해보자. 계절이 바뀌거나 해가 바뀔 때, 언젠가 손끝에 당신의 나라가 눈앞에 펼쳐지기를.

    열 손가락을 물었더니 코끝에서 향이 퍼졌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열 명에게 물었다. “어디로 여행 가고 싶습니까?” 그들은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세계지도를 떠올린다. 그중 어느 나라에 눈길을, 손길을 멈추었을까? 직업군만큼이나 다양한 대답들이 돌아왔다. 일본, 캐나다, 뉴칼레도니아, 홍콩, 태국, 핀란드 등…….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이스트를 삼킨 듯 마음이 부푼다. 그 이유도 가지각색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 추억을 찾기 위해, 이미지를 찾기 위해, 휴양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각자의 삶의 향기가 다른 탓이리라.2
    이 전혀 다른 열 번의 여행에서 우리가 그동안 익히 알아온 그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와 꿈, 기호, 바람 등을 가만히 엿볼 수 있다. 목적을 가지고 떠난 이들은 곧은 눈으로 나라를 들여다본다. 길을 걷는다. 서슴없는 사람들을 만난다. 풍경이 감성을 흔든다. 그들은 그곳에서 타인의 얼굴을 보고 낯선 곳에서 그리운 이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여행을 떠난 이들은 여행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익숙함으로 돌아와 현재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 또 그리워할 것이다.

    # 1 은희경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의 게임

    2011년 10월 ● 은희경 작가는 와이너리 답사를 위해 호주를 택했다. ‘와인’을 기꺼이 ‘애인’이라고 부르는 그녀답다. 호주의 전통 있는 와이너리를 돌아보며 자연과 벗하는 야생의 맛을 음미한다. 술도 온기가 있는 생명체인지라 시간의 흐름이나 기분의 높낮이에 따라 그날 그날 맛이 다르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코알라나 캥거루 등이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농장을 체험하기도 하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나 12사도 바위를 돌아보며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압도적인 스케일에 흠뻑 취하기도 한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호주 와인을 찾았다. 그리고 돌아왔다. 지금은 그곳이 사무치게 그립다.

    8월의 와이너리 여행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가장 먼저 태양의 열기를 식혀줄 싱그러운 포도밭 그늘을 떠올렸다. 그러나 목적지는 지구 남쪽의 호주였다. 남반구에는 봄이 찾아오는 계절이다. 서서히 깨어나는 대지의 품에서 포도나무도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켜고 있을 것이다. 겨울 끝자락의 와이너리는 어떤 풍경일까. 포도밭 가득 초록잎이 넘실대는 계절도 넝쿨이 휘도록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매달리는 계절도 아닌 초봄, 열매는 떨어진 지 오래이고 새잎은 아직 돋아나기 전. 어쩌면 포도나무는 결정적 시간이 담길 향기에 대한 기나긴 꿈을 막 완성했을지도 모른다. _17쪽

    낯선 것은 매혹적이다. 그러나 낯섦을 느끼는 건 익숙함에 의해서이다. 그래서 낯선 것 가운데에 들어가면 간혹 내가 더 또렷이 보인다. 내 삶의 틀 속에서는 자연스러웠던 것들의 더러움과 하찮음도 보게 되고, 무심했던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도 깨친다. 아득히 잊고 있었던 오래전 일이 기억나기도 한다. _42쪽

    # 2 이명세에게 여행은 책상을 걷어차고 이미지 만들기

    2011년 11월 ● 이명세 감독은 영화 촬영지 물색차 태국으로 떠났다. 당시 태국에는 홍수 피해로 여행객들의 70%가 태국행을 미루거나 취소하던 때였지만, 그의 선택은 과감하고도 흔들림이 없었다. 한국판 007를 표방한 <미스터 케이>를 통해 대중에게 신선하고도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 ‘절반의 익숙함과 절반의 새로움’을 영화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육안으로 보기보다는 카메라의 앵글로 물에 잠긴 도시를 어슬렁거린다. 자연스럽게 태국음식을 맛보고 아주 이국적인 풍경인 수상시장을 돌아보며 영화의 시퀀스를 짰다. 영화는 아쉽게도 계속되지 못했지만, 이명세 감독의 열정과 꿈이 있는 한 그의 머릿속에서 이미지 만들기는 계속될 것이다.

    태국으로 출발 전 일단 제목을 결정해야 한다고 하기에 잠깐의 생각 끝에 ‘이미지 만들기’로 붙였다. 제목을 정하고 나니 ‘이미지’와 ‘여행’은 너무 닮아 있었다. 분명한 실체는 있지만 그 실체를 찾아야 하는 것. 첫사랑처럼 떠나버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나 알게 되는 것. 퍼즐 맞추기처럼 맞춰질 때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 _58쪽

    이미지는 책상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는 책상 너머에 있다. 이미지 역시 돈이 만드는 것이다. 이미지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첫째로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경제성이다. 그것이 산업과 예술의 쌍두마차라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영화예술의 숙명이다. _79쪽

    # 3 이병률에게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

    2011년 12월 ● 이병률 시인은 유일하게 혼자 떠났다. 그리고 유일하게 나머지 아홉 명의 여행에 동행했다. 같은 이유로 이 책에서 유일하게 인물 사진을 볼 수 없기도 하다. 12월에 떠난 그가 선택한 곳은 탁월하게도 산타 마을이 있는 핀란드. 이 여행에 있어서만큼은 탁월하다는 수식어 말고 다른 단어는 생각나지 않는다. 산타 마을에 도착하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편지더미를 살짝 들여다볼 수 있음은 물론, 탈린과 로바니에미 구석구석에서 만난 소박하고 따뜻한 정감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한마디만 더 붙이자면, 정말이지 시리도록 아름답다.

    탈린이라는 도시에 제목을 하나 붙이면 <비밀의 여백>이다. 매혹에 흠뻑 젖게 해주면서도 골목길을 걷는 이들 마음 한 켠에 여백을 번지게 한다. 돌길의 냉엄한 틈과 다정한 온도. 나무문짝들의 수런거림. 밤이 되면 촛불인지 가로등인지 분간이 어려운 불빛들의 속닥거림. 치마폭이 긴 바람. 이 모든 것들과 함께, 이 도시에 비밀을 들으러 온 사람들은 자신만의 비밀을 저지르고 간다. _107쪽3

    편지는 원하는 것을 담는다. 아마도 거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가질 수 없는 것까지도 담을 수 있다는 면에서 한정 없다. 산타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다. 아이들에게만 어울리는 일들이 있으니 그런 줄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우리 딸아이에게 무엇이라도 좋으니 선물을 좀 보내줄 수 있느냐고, 그래서 아버지의 사랑이 닿을 수 없는 아이에게 이 세상에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달라는 감옥에서 보내온 편지도 있다. 편지를 쓴 아버지는 어떤 죄로 인해 세상 깊숙한 곳에 갇힌 처지다. _112쪽

    # 4 백영옥에게 여행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도돌이표

    2012년 1월 ● 많은 사람에게 그렇듯이, 백영옥 작가가 다녀온 홍콩은 왕가위의 도시로 통한다. 조금 더 넓게 보면, 주윤발이나 장만옥 혹은 장국영의 도시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그 도시 속으로 빨려들어가보면, 어마어마한 것들이 들어 있다. 마치 소원을 들어준다는, 일 년 내내 타는 향처럼. 그렇게 홍콩의 소소한 골목에서 신발 뒤축을 두들겨 패 부적을 만드는 할머니에까지, 작가의 발길과 눈길은 꼼꼼하게 미친다. 여행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일이라는 그녀, 함께 떠나지는 않았으나 우리도 왠지 그녀의 추억의 한 부분을 공유하게 된 것만 같다.

    홍콩은 한때 내게 어둠의 도시였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흔들리는 카메라처럼 불안하게 가라앉는 도시였고, 그런 정서는 내가 가진 균열들과 정확히 맞아떨어져 언제나 나를 흔들었다. 아마도 나는 막연히 늘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했던 것 같다. 이민자들이 우글대는 ‘청킹맨션’의 어두운 복도를 걷고, 한밤의 더위에 웃통을 벗어제낀 시끄러운 목소리의 아저씨들이 후다닥 말아주는 국수를 먹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것이 겉멋이든 치기든 한때 내 감성의 일부를 꾸리고 있던 실체이므로 나는 이 도시와 어느 정도 감정적인 형제애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_128쪽

    여행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행의 기억은 그것을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이고, 그곳에 함께 있던 사람들과의 기억이다. 만약 홍콩에 다시 간다면 제일 먼저 뜨거운 란콰이퐁 거리의 작은 가게에서 입천장이 까질 것 같은 뜨거운 밀크티부터 마시겠다. 밤에는 이곳의 밤거리를 실컷 쏘다닌 후 잘게 잘라 튀긴 마늘을 잔뜩 올려놓고 만든 화끈하게 매운 홍콩식 게 요리 ‘피퐁당’을 먹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원샷하겠다. 이 모든 것은 남편과 함께 꼭 해야지. _154쪽

    # 5 김훈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

    2012년 2월 ● 소설가 김훈이 자전거만큼이나 아끼는 것이 있다면, 그중의 하나는 카메라가 아닐까 싶다. 그는 여행할 때마다 성능 좋은 카메라 두어 개를 챙겨 롱샷으로 크고 먼 풍경을 내다보기도 하고 가깝게 당겨서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예측하건대, 그 카메라의 역할을 때론 작가의 두 눈이 하기도 하는 것 같다. 미크로네시아의 축 섬으로 들어간 그는 클로즈업을 통해 울트라마린블루의 해안과 열대 생물들을 보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롱샷으로는 그 바다 심해에 잠긴 전쟁의 상흔을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곳에서 ‘사람’의 다른 말은 바로 울트라마린블루만큼이나 청명한 ‘희망’이었다.

    열대밀림 속에서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 말은 허망해서 그야말로 무위하다. 열대밀림은 동양 수묵화 속의 산수가 아니다. 열대밀림은 인문화할 수 없고 애완할 수 없는 객체로서의 자연이다. 그 숲은 인간 쪽으로 끌어당겨지지 않는다. 자연은 그윽하거나 유현하지 않다. 자연은 작용으로 가득차서 늘 바쁘고 인간에게 적대적이다. ‘무위’는 자연의 본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손댈 수 없는 인간의 무력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열대의 밀림은 가르쳐주었다. 높은 나무들의 꼭대기까지 잎 넓은 넝쿨이 감고 올라갔고 나무와 넝쿨이 뒤엉켜 비바람에 흔들렸고 덩치 큰 새들이 짖어댔다. _163쪽

    미크로네시아 정부는 바다 밑에 수장된 일본전함들의 이름, 제원, 침몰 위치를 밝혀냈고, 물밑에 가라앉은 거대한 함대의 잔해는 스쿠버 다이빙의 세계적 관광명소가 되었다. 전쟁 후에 일본은 잠수부를 동원해서 녹슨 전함 속에 흩어져 있던 전사자들의 유해를 일부 수습했으나 아직도 물밑에는 녹슨 고철 틈에 백골이 널려 있다고 다이버들은 전하고 있다. 이 백골들의 혼백이 충용한 황군(皇軍)의 넋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깃들어 평안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_180쪽5

    # 6 박칼린에게 여행은 물이고, 시원한 생수고, 수도꼭지

    2012년 3월 ● 박칼린 감독의 뉴칼레도니아 여행기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그녀의 상상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읽는 이를 또 상상 속에 빠뜨린다. 그녀를 마법으로 이끌고 간다는 바다, 그리고 노캉위와 브러시 섬, 그리고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아이처럼 해맑았을 박칼린 감독의 모습까지. 이런 게 여행이 주는 달콤함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행간 사이사이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듬뿍 담고 있다. 그리고 삶의 저변에서 올라오는 평온함과 안온함에 대하여, 오래 깊이 생각하도록 한다.

    우린 ‘되고 싶은 것’들을 많이 상상하게 된다. 나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사람들 역시 특히 여행을 하며 상상을 하고 자신의 세계를 더 나은 그림에 접목시킬 것이다. 나의 그날 일과는 내 상상으론 이러했다. 무인도 모래섬 노캉위에서 난 멋진 몸매를 가진 모델로 휴양지 광고를 찍었고, 해적과 함께 표류되어 브러시 섬에서 해산물을 잡아 멋진 갑각류 뷔페를 먹은 여선장이었으며, 그리고 형형색색 물고기들과 옥색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인어였다. _ 212쪽

    난 ‘그것’을 소유하고 싶진 않다. 그것과 가까이 있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여행이란, 만약 배움과 탈피와 자유와 쉼이 있는 거라면 난 나의 현재와 절대로 똑같은 상황을 보고 느끼고 싶진 않다. 그래서 멀리 가고 다른 지형을 찾고 다른 경험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나는 뉴칼레도니아에서 참으로 완벽한 여행을 한 것 같다. _ 221쪽

    # 7 박찬일에게 여행은 좋은 친구와 여행을 떠나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

    2012년 4월 ● 식도락 여행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대리만족의 기쁨을 준다. 아마 인간의 오각 중에서 가장 민감하면서도 또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건 바로 ‘미각’이 아닐까. 요리하고 글 쓰는 남자 박찬일 셰프가 잡은 여행의 테마는 ‘도시락’, 그리고 선택한 여행지는 ‘일본 규슈’였다. 우리가 보통 흔히들 ‘벤또’라고 부르는 그것, 그리고 좀더 구체화시키자면 기차에서 먹는 ‘에키벤’. 그 도시락의 화려한 세계를 특유의 입담으로 안내한다. 특히, 도시락 올림픽에서 순위가 매겨지는 그것들은 구경만 해도 침이 꼴딱 넘어간다.

    지금 일본에는 이천오백여 종의 에키벤이 팔린다. 히노마루 벤또부터 가이세키 요리를 압축해놓은 것 같은 초호화 도시락까지 온갖 도시락이 기차역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에키벤이란 역(驛)의 ‘에키’에 ‘벤또’를 합성한 말이다. 일본은 전형적인 철도 국가다. 그들이 모범으로 삼은 유럽에서 들여온 철도는 동아시아 침략전쟁 시기에도 군대와 함께 진주했을 정도다. 국철과 사철이 뒤엉키고, 엄청나게 긴 국토를 철도가 종횡으로 달린다. 그 여행의 행간에 에키벤을 동반하는 건 필수적이다. _ 238쪽

    도시락은 어머니의 취향과 솜씨였겠지만, 교실에서 풀어헤쳐지면서 하나의 독립적이고 생명력 있는 개체로 또렷하게 각인되었던 것이다. 녀석들의 이름 대신 도시락 반찬이 생각나는 걸 보면 틀림없이 그런 셈이다. 외식이란 게 거의 없던 시절, 그렇게 우리를 다른 음식의 다종한 세상으로 안내한 것도 도시락이었다. 도시락이 없었다면 나는 각기 다른 고향과 취향의 어머니들이 만든 허다한 맛들을 어떻게 혀에 기억시킬 수 있었을까. 내가 지금, 맛에 대해 글을 쓰고 맛을 만드는 건 아마도 그들의 도움이 팔 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르겠다. _ 252쪽

    # 8 장기하에게 여행은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타게 된 전철 창밖으로 바라본 풍경이 문득 참을 수 없이 아름다운 것

    2012년 5월 ● 노래하는 장기하와 런던은 왠지 썩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장기하의 노래가 런던을 닮은 것도 같다. 런던의 에일 맥주와 비틀즈, 그리고 수많은 음악 공연이 고스란히 그런 심증들을 뒷받침해준다. 런던에 머무는 동안 리즈 그린, 겟 더 블레싱, 폴 매카트니 등 거의 매일 밤 음악 공연을 보러 다니며 음악에 취해 지냈다. 뿐만 아니라 존 레논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스트로베리 필드’도 찾아가고, 폴 매카트니의 곡 제목인 ‘페니 레인’을 거닐어보기도 하면서, 혼자 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있는 힘껏 누렸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런던과 사랑에 빠졌다 돌아온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 본 폴 매카트니의 콘서트는 나의 ‘팬심’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악기 세팅을 바꾸거나 특정 멘트를 할 때마다 다음에 할 곡을 쉽게 알아맞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내게 이런 ‘팬질’의 대상은 이십 년 전의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처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사실 폴 매카트니의 콘서트를 본 것은 이번이 세번째였다. 이 년 전 미국에 가서 양일간의 콘서트 티켓을 모두 구입해 이틀 연속으로 봤던 것이다. 누군가의 공연을 보면서 ‘지금이 내 생애 최고의 순간 중 하나겠구나’라고 느낀 것은 그때뿐이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2집은 그때 받은 감흥을 동력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_272쪽

    세렌디피티. 그것은 혼자 하는 여행이 주는 가장 짜릿한 선물이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여행중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그것이 좋은 일일 경우에는 그 순간이 여행의 절정으로 기억되곤 하는 것이다. 나는 길치라서 어디가 어딘지를 잘 알지 못하지만, 또 길치라서 세렌디피티를 자주 마주치기도 한다. _285쪽

    # 9 신경숙에게 여행은 친숙한 나와 낯선 세계가 합해져서 넓어지는 일

    2012년 6월 ● 신경숙 작가에게 맨해튼이란 낯선 여행지라기보다는 그리운 제2의 고향쯤이 아닐까. 일 년 정도 지내다온 곳에 다시 가본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도착하자마자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살던 집에 가보는 것. 로비의 경비가 아직도 살고 있다고 착각해 반갑게 인사를 걸어올 정도로 친숙한 그곳이었다.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골목마다 세계 거장의 미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수준급의 악사들이 거리에서 무료 공연을 펼치고 있는 곳. 바로 맨해튼에서는 누구나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관객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매혹적인 그곳에 그녀는 책상을 하나 놓고 싶다고 말한다. 그 책상에서 이번엔 금발의 이방인들의 심금을 울릴 어떤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지도 궁금해진다.7

    여행은 낯선 세계로의 진입만은 아니다. 그리운 것들과의 재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는 이렇게 흘러가겠지, 를 뒤집는 일은 인생에서 수시로 발생한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새로운 것이 발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이다. 예기치 않게 뉴욕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내 인생에서 발생하기도 하는 것처럼. _293쪽

    뉴욕이 매력적인 또하나의 이유는 거리에서 날마다 다른 수준급의 무료 공연들이 펼쳐져서만은 아니다. 상당한 값을 지불해야 입장할 수 있는 미술관과 공연장에 시간과 정성을 가지고 들이면 입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뉴욕에 머물고 있다면 누구나에게 그곳에서 발생하는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문화기부 덕택이다. 어린이들은 어려서, 학생은 학생이어서, 노인은 노인이어서, 무료 입장의 기회를 주고 일반인에게도 그 기회를 마련해주는 곳이 뉴욕이다. _309쪽

    # 10 이적에게 여행은 현실을 벗어나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것,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것

    2012년 7월 ● 캐나다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정열적인 나라였다. 뮤지션 이적이 찾은 퀘백의 퀘백페스티벌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책을 쓰고도 남을 분량이 된다. 가는 곳마다 본 조비, 에어로스미스, 사라 맥라클란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무대들이 이어졌고 그는 음악에 몸을 맡겼다. 그의 표현대로, 음악 페스티벌의 묘미는 ‘이 세계에 나 말고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데에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에게도 묘한 안도감, 더 나아가 차오르는 공감의 희열을 준다는 것에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공감을 준다.

    사실 이제는 한국의 재즈페스티벌들도 워낙 많이 성장해서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수시로 내한하기 때문에 몬트리올 재즈페스티벌의 라인업이 독보적이었다고 얘기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도리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퀘벡 시의 여름 페스티벌에서 굉장한 출연진들을 만나게 된다. 알고 보니 북미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이 매년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었고, 나는 부랴부랴 체류를 삼 일 연장하면서 다채로운 음악공연을 만끽했다. 우리의 캐나다 여행 전체에 걸친 또하나의 동반자는 멋진 음악이었던 셈이다. _333쪽

    퀘벡 여름 페스티벌 기간 동안 다양한 장르(팝, 록, 월드뮤직, 인디포크, 일렉트로닉, 블루스 등)의 테마로 하루하루 도시 전체가 음악으로 흥청거린다. 매일 밤 수만 명의 관중이 운집한다. 북미 최대 음악 페스티벌이란 자랑이 과장이 아니다. 조용한 도시에 해질녘만 되면 어디선가 사람들이 모여든다. 주차를 할 곳도 마땅치 않으니 버스정류장엔 밤마다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음악을 즐기기 위해 인파가 도로를 메우고 넘실대는 모습. 음악 축제의 진정한 의미는 ‘이 세계에 나 말고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데에 있는 것 아닐까. 묘한 안도감, 더 나아가 차오르는 공감의 희열, 그런 것들이 우리를 더욱 흥분시켜 평소보다 더한 음악광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아닐까. _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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