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고츠키를 공부하지 않고서는 가르칠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고 할 수 없다.”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발달과 협력’임을 정확히 가리키는 나침반!
『어린이 자기행동숙달의 역사와 발달 Ⅰ』은 어린이의 문화적 발달에 대한 비고츠키의 견해를 가장 완성된 형태로 서술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비고츠키 저작물(История?развития?высших?психических?функций)의 완역본이다(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책의 후반부 『어린이 자기행동숙달의 역사와 발달 Ⅱ』가 이어서 출간될 예정이다).
아동발달심리학의 범위를 넘어서서 모든 인문학의 사고를 자극할 연구 방법과 아이디어 이 책은 발달 이론과 인간답게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관점을 제시해 준다. “놀이터에서 한 아이가 돈을 빼앗으려고 (혹은 자기를 흉본 친구에게 보복하기 위해서) 다른 아이를 위협하거나 때리려고 할 때, 또 다른 아이가 사이에 끼어들어 싸움이 멈추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비고츠키가 제시하는 답은 간단하지 않다. 세 어린이 반응은 모두 복잡하며 그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더더욱 복잡하다. 예를 들어, 싸움 장면에서는 도망치려는 충동과 맞붙어 싸우려는 충동이 공존하며 아마도 이는 자연적 본능일 것이다. 그 다음 수준의 행동에는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발달된 습관이 존재한다. 이는 경험을 통해 학습된 것이다. 이에 더해, 다툼의 상황이 벌어지면 어린이들은 갈등 상황에서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주의 깊게 계산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두를 넘어서는 전혀 새로운 행동의 수준을 발견할 수도 있다. 때로 어린이들은 ‘우정’과‘정의’라는 이름하에 본능과 습관 그리고 심지어는 지성에조차 반하는 행동을 한다. 이러한 행동이 고등정신에 기반한 행동이며 이 ‘고등정신기능’이 이 책의 주제이다.” 즉, 모든 초기 단계에 어린이의 인격은 온전히 자연이 부여한 것만으로 이루어진 살아 있는 형태(Gestalt)이지만 점차 새로운 형태들(Gestalten)로 재조직화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상징과 관습을 내재화함으로써 어린이는 무력한 아기로부터 자신이 속한 고유한 사회의 시민으로 성숙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책의 각 장들에서 레프 비고츠키는 이러한 발달의 과정을 탐구하고 드러내며, 발달하는 어린이가 문화가 제공하는 것을 통해 스스로의 정신을 숙달함으로써 자기 시대의 문화를 어떻게 내재화하는지 자세하게 그려 나간다. 이것은 아동 발달을 연구하는 이라면 누구에게나 값을 매길 수 없는 자원이자 영감의 근원이다. 이 책에서 사용되는 연구 방법과 아이디어들은 아동발달심리학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서 모든 인문학의 사고를 자극할 것이다.
인간의 전면적 발달과 학교 교육의 역할을 제시하는 필수적인 텍스트 프레이리는 “비고츠키를 공부하지 않고서는 가르칠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만큼 비고츠키 저작은 교사든 학부모든 교육자들에게 필수적인 텍스트이다. 이 책은 ‘협력을 통한 발달’이란 방향을 찾기 시작한 한국의 교육 현장, 교사들, 그리고 부모들에게 필요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녹록지 않은 텍스트지만 특히나 현장 교사라면 동료들과 함께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책이다. 또한 비고츠키 이론은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발달과 협력’임을 정확히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비고츠키는 인간 발달에 대한 잘못된 관념과 이론들의 정체를 낱낱이 폭로하는 동시에 인간의 전면적 발달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 과정에서 학교교육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시한다. 아울러 타율과 자율 사이에서 망설이는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둘 중 하나를 택할 문제가 아니라는 해답이 이 책에는 있다. 비고츠키에 따르면 인간의 발달은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으로서 ‘우리’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고 비고츠키는 분명히 밝힌다. 비고츠키가 『역사와 발달』에서 제기하고 풀어 가는 핵심 화두는 자유 의지이다. 자유 의지 형성은 스무 살 이전에 종결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지나온 자취를 돌아보며 공동체 속에서 자율적 주체로서 앞으로를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역사와 발달』은 필독서라 할 만하다. 어린이 자기행동숙달의 역사와 발달 1장 고등정신기능 발달의 문제에서, 비고츠키는 아동심리학에서 새로운 출발점, 즉 고등한 문화적 행동 형태가 어떻게 발달하는가에 대한 역사적, 혹은 발생적 기술(記述)의 필요성에 대해 논한다. 그리고 심리학의 주요 학파(객관주의와 주관주의)와 그 주요 분파(러시아 반사학과 미국의 행동주의 그리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독일의 해석 심리학)에 대한 비판을 진행한다. 이어서 비고츠키는 자연적 발달과 문화적 발달은 동시에 일어나야 하며 결과적으로 복잡하게 ‘엮여’ 있다는 사실에 어린이 발달의 고유성이 있음을 확립하고, 이 사실을 입증하는 두 방법-‘발생적’ 분석과 ‘비교’ 분석-을 제안한다. 연구 방법론 즉 연구 인식론이라고 할 수 있는 2장에서, 비고츠키는 다른 많은 연구 방법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자신만의 연구 방법의 토대를 세운다. 그는 기존의 연구 방법들이 형태상 다르기는 하지만 자연주의적인 편향, 즉 자극과 반응을 반영한 하나의 단일한 기초에 토대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3장 고등정신기능의 분석에서, 비고츠키는 서로 다른 ‘분석’ 개념을 제시하고 비교한다. 그리고 살아 있는 심리 과정을 분석할 때 그 분석 방법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건을 제시한다. 즉 심리 과정을 고정된 실체가 아닌 과정으로 다룰 것, 단순한 기술이 아닌 설명을 할 것, 끝으로 완료된 과정의 끝만 다룰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시작되는 지점과 계속 이어지는 변화를 다룰 것이 그것이다. 또한 2장에 기반을 둔 연구 방법을 사용했을 때 복합 선택 반응과 다른 반응들이 어떻게 분석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4장 고등정신기능의 구조는, 자기행동숙달의 발달을 뜻하는 ‘의지’라는 하나의 기능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이 장을 통해서 진정한 ‘구조’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비고츠키는 서로 다른 두 구조, 즉 원시적 구조와 문화적 구조를 확립한다. 그리고 의지를 자기행동숙달 과정이라고 정의하고서, 원시적 구조에서 문화화된 구조로 이행하는 발달의 본성을 고찰한다. 이러한 고찰은 그로 하여금 기호의 자연적 역사를 확립하게 하고 모방의 역할을 재평가하도록 한다. 5장 고등정신기능의 발생에서, 비고츠키는 모든 문화적 기능 발달에서 네 가지 단계(원시적 단계, 소박한 단계, 내적 변혁 단계, 내적 기호 단계)를 제시하고 이들을 선택 반응 실험을 통해 상세히 설명하며, 비실험적인 자료(산술 학습) 들을 통해 확증하고 있다. 기호는‘자기 스스로에 대한 것’이기 이전에‘타인에 대한 것’이라는 논증은 비고츠키의 네 단계, 설명적인 실험들 그리고 제2권에서 다루게 될 특수한 연구들을 생물적 맥락을 넘어 역사-문화적 맥락에 위치시킨다.
오늘의 우리나라 교사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이 바로 오늘의 우리나라 교사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 책을 번역하였다. 우리가 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비고츠키가 비판하고 그 정체를 폭로한 이들, 즉 객관주의자와 주관주의자, 경험주의자와 관념주의자, 사회적 행동주의자 또는 순수 인지주의자의 손에 교육정책 계획, 교육과정 수립, 그리고 심지어는 교수-학습 과정안의 수립에 있어서의 중요한 측면을 넘겨주게 된다. 설상가상인 것은 비고츠키가 이 책의 핵심에 두고 있는 경험적 상황과 구체적 문제들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 즉 ‘교사’가 아닌 이들의 손에 교육에 대한 이론화의 작업을 넘기게 되는 것이다.” 본문 내용이 어려운 경우 이를 단순화하여 재진술하고, 본문에 더해 부연 설명을 하거나 예시를 제공해주고 있는 비고츠키 연구회의 세심한 번역과 해설은 난해한 비고츠키 저작과 독자들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하고도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