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강간 약물 성도착증 ‘자기색정사’ 보험금 노린 살인 혹은 자살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 성전환 여성, 7년 만에 한을 풀다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정관수술한 연쇄성폭행범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지능적 칼잡이는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급성 수분중독 자살 같았던 사건의 진실 불탄 그녀의 마지막 호흡, 아들을 지목하다 20대 얼짱 여성, 죽은 뒤에 성형수술한 덕을 보다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 여성, 6년 만의 대반전 피살 20대 여성, 전날 쓴 데스노트에 범인 이름이…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 살인자를 가리키다 헤어드라이어로 부인을 살해하다 두려움이 만든 ‘복합자살’ 누명을 벗겨준 거짓말탐지기 청장년 급사 증후군 억울한 죽음의 단서가 된 치아 별무늬 자국의 비밀 살인 진실 밝혀낸 토양감정 살인현장에 남은 ‘그’의 립스틱 ‘파란 옷’을 입었던 살인마 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다발성 손상이 남긴 진실 강릉 40대 여인 살인사건 살해돼 물속으로 던져진 시신들 첫 여성 연쇄살인범 김선자 살인사건의 유일한 증거 억울한 소녀의 죽음 토막 시신 전철역 화장실 유기사건 마약에 눈먼 그녀의 엽기적 살인 죽음의 순간을 담고 싶은 사진사 30대 애주가의 죽음, 그리고 친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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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로 보는)범죄의 흔적 = Traces of a crime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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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누적 조회 수 4000만 건을 기록한 국내 최초의 신문기자 법과학 리포트 <서울신문> 유영규 기자의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기획의도
굵직한 사건 현장을 누빈 베테랑 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와 일선 형사들의 자문, 치밀한 수사기록 분석을 바탕으로 한 과학수사 이야기!
“땅에 묻히는 순간까지 죽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일까 아닐까? 답은 분명하다.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분명치 않은 이유로 억울한 죽음을 맞는 사람도,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이태원 살인사건’을 비롯해 ‘만삭아내 살인사건’ ‘독극물 막걸리 사건’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수년에 걸친 재판을 통해 결국 피해자들이 재판에서 승소한다 해도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다. ‘만삭아내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1심과 2심, 대법원 파기환송심 그리고 서울고등법원을 거쳐 다시 대법원 최종심에 이르기까지 사건이 발생한 이후 3년여 동안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각종 법의학 지식이 총동원되었는가 하면 외국 법의학자까지 동원될 정도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으로는 ‘과학수사’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 사건이기도 했다. 그만큼 과학수사가 중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학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데는 2001년 국내에 처음으로 방영된 미국의 인기 드라마〈CSI〉의 영향이 클 것이다. 이 열풍은 2011년에 한국 최초의 법의학 드라마 〈싸인〉으로까지 이어지며 과학수사라는 분야의 존재를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렇다면 과학수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술적인 발전으로 이제 완전범죄는 불가능한 것이 되었을까? 저자는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아름다운 동화처럼 현실에서의 모든 사건이 그렇게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용의자가 범행을 자백했고 재판부도 타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봤지만 증거재판주의라는 원칙에 갇혀 면죄부를 건네는 일이 지금도 종종 발생한다. 결과적으로는 완전범죄인 것이다. 물론 범인이 누구인지 감조차 잡지 못하는 미해결 사건도 적지 않다. 이를 이른바 ‘콜드 케이스Cold case’라 부르는데, 단지 ‘국민이 불안해 한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때론 부처의 보신주의로 드러내놓고 공개하지 않을 뿐이다. 사망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만료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극히 일부의 사건일 뿐이다.
과학수사의 현실을 되짚어보고 더 나은 과학수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이 책은 <서울신문>에 연재된 최초의 신문 범과학 리포트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를 다듬고 보충해 출간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현실을 되짚어보고 더 나은 과학수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36개의 사례를 담은 글을 썼다고 말한다.
미꾸라지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범인들을 잡으려면 수사 전문가는 물론 사법부, 일반인까지도 과학수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범죄와 그로 말미암은 죽음을 단순히 흥밋거리로 삼고자 함이 아니다. 과거를 성찰해 교훈을 얻듯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한 이해를 넓혀 억울한 사람도, 안타깝게 은폐될 수 있는 죽음도 없애자는 취지다.
누적 조회 수 4000만 건을 기록할 만큼 이 시리즈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더 이상 증거재판주위라는 원칙에 갇혀 면죄부를 건네는 일도, 일명 ‘콜트 케이스’라 불리는 미해결 사건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저자가 말했듯이 이 책에 소개된 사건들이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닌 그것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데이트 강간 약물” 편에서는 약물 범죄에 관대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낮은 형량의 솜방망이 처벌이 결국 유사한 범죄를 재생산해난다고 비판한다. 또 “보험금 노린 살인 혹은 자살” 편에서는 갈수록 늘어나는 생명보험 관련 범죄의 실상을 이야기함으로써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한다.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과 시스템이 없다면 ‘범죄는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과학수사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현장에서 증거를 발견하고 보존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었고, 증거를 종합해 의심의 여지가 남지 않도록 증명해낼 수 있는 입증 능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특히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나라 DNA 수사 기법은 세계적 수준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 한 가지 예로 검시제도를 꼽는다. 검시제도와 관련된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지만 문제 제기만 벌써 수십 년째라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 모두 개혁의 필요성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운영은 반드시 자신의 부처에서 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면서 난센스라 지적한다. 책을 마무리하면서 저자는 사건기자로 현장에서 만나본 형사들의 고충을 돌아보며 “용의자를 찾으려고 수백, 수천 가구를 이 잡듯 뒤지는 땀방울과 며칠 밤을 새며 CCTV 화면을 뚫어지게 살피는 열정이 없다면 과학수사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라면서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오늘보다 안전하고 살 만한 곳이 되기를 꿈꾼다.
책 속으로
데이트 강간 약물 ‘악마의 술잔’ 한 모금에 블랙아웃, 24시간 내에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범죄자가 건넨 ‘악마의 술잔’을 들이켜면 15~30분이 채 안 돼 약효가 나타난다. 차츰 기분이 좋아지다가 그게 심해지면 주체 못할 졸음이 쏟아진다. 한 시간쯤 지나면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의식을 잃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만취한 여자를 남자가 부축해 술집을 나가는 것 정도로만 비친다. 중독증상이다. 특히 GHB 등은 중추신경억제제로 사용되는 까닭에 다량이 사용되거나 알코올과 함께 몸 안에 흡수되면 발작과 심장마비, 호흡기장애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극소수는 성폭행을 당한 뒤 곧바로 깨어나 부분적이나마 기억을 되찾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술이 과해 필름이 끊어지는 ‘일시적 기억상실Black Out’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신체에 이상을 느껴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기억은 파편처럼 흩어져 스스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마약류를 이용한 성폭행의 신고율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약물이나 알코올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자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고 말한다. 기억이 전혀 안 나니 상상에 상상을 더해 한층 심하게 자책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하면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_16쪽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차는 낭떠러지로… 2002년 2월 10일 오후 4시 15분. 경남 진해시(현 창원시)의 해변도로를 순찰하던 경찰은 도로변에 쓰러져 있는 30대 남자를 발견했다. 부인과 사별한 후 인근에서 양식업을 하며 건실하게 살아오던 A(당시 38세)씨였다. 뺑소니였다. A씨는 겨우 숨은 유지했지만, 의식은 없었다. 몸에서 풍기는 진한 알코올 냄새는 그가 사고 직전까지 상당량의 술을 마셨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A씨는 이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그 전날 A씨와 술을 마셨다는 동료 세 명을 조사했다. 이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1차를 마친 후 노래방으로 2차를 갔고 그곳에서 헤어졌다”고 진술했다. 목격자는 없었다. 사고현장은 횟집이 모여 있어 늦은 시간까지 취객이 몰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사고 당일은 설 연휴 전날이라 대부분의 가게가 일찍 문을 닫았다. 경찰은 명절 전날 새벽에 인근을 지나는 차량은 활어운반 차량뿐이라는 판단 아래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A씨의 사인은 다발성 장기손상이었다. 가슴에는 타이어가 몸을 타고 넘어가면서 생기는 역과손상(轢過損傷, run-over injury)이 남아 있었다. 자동차가 사람을 타고 넘으면 바퀴가 누르면서 회전하는 힘에 의해 근육과 피부가 벌어져 생각보다 심하게 상처가 난다. 특히 차가 급제동하면서 몸을 타고 넘으면 바퀴에 강한 전단력(맞닿은 두 면에 크기가 같은 두 힘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평행하게 작용함)이 생기면서 사지가 절단되기도 한다. 그러나 A씨를 치고 간 차는 경찰의 추정처럼 활어운반트럭은 아닌 듯했다. 바닷물을 잔뜩 실은 활어트럭이 남긴 흔적 치고는 가슴 주위의 타이어 자국이 선명치 않았다. 운전자가 급제동하면서 도로에 나타나는 스키드마크(타이어 마모 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의뢰서 등을 통해 “차량이 저속(시속 30킬로미터 이하)으로 몸 위를 지나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단순 사고로 결론 내리기에는 의문점이 있다”고 밝혔다._33~34쪽
정관수술한 연쇄성폭행범 ‘씨 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 성폭행범이 범죄현장에 남기는 정자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는 ‘죄악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범인을 붙잡아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수사의 열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증거물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수사당국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순간이다. 2010년 말, 경북 구미경찰서 강력팀에 비상이 걸렸다. 관내에 성폭행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주로 원룸과 아파트 1, 2층에 혼자 사는 부녀자들을 상대로 한 범행이었다. 범인은 동일인으로 추정됐다. 피해자들이 전하는 인상착의나 범행수법이 그랬고, 일부 확보된 폐쇄회로(CC)TV 화면도 이를 뒷받침했다. 이 30대 ‘발바리’(연쇄성폭행범)는 초기에는 주로 새벽 3~4시 대에 활동하더니 범행시간을 아침으로 옮기는 등 갈수록 대담해졌다. 그중에서 경찰을 가장 당혹스럽게 한 것은 범인의 정액에서 도통 DNA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증거물에서 매번 남성의 정액은 확인됐지만 정작 그 안에서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정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 구미경찰서 강력팀은 증거물 속에서 정자가 확보되지 않자 “범인이 무정자증 환자이거나 정관수술을 받은 남자일 것”이라는 쪽으로 수사 방향을 잡았다. 정액은 크게 정자와 이를 감싸는 액체 성분으로 구성된다. 보통 DNA는 액체가 아니라 정자의 머리에 위치한다. 수술을 통해 정자가 이동하는 통로인 정관을 막아버린 사람의 정액에서 DNA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완전범죄는 없는 법.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남성의 유전자형만 선택해 증폭할 수 있는 장치를 이용, 극미량의 요도 상피세포를 바탕으로 범인의 DNA를 검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DNA의 주인을 찾는 일이다. 경찰은 관내 병원들을 상대로 과거 정관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용의자들이 하나둘 압축됐고 수사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_50~54쪽
20대 얼짱 여성, 죽은 뒤에 성형수술한 덕을 보다 동거남에 목 졸린 백골의 한을 풀어주다 2008년 11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갈대밭 옆 고속도로 공사장. 불도저로 갈대숲을 밀어내던 장모 씨가 바닥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사람의 뼈였다. “여기는 원래 개펄이던 곳을 막아 생긴 땅인데…. 내가 남의 묏자리를 잘못 건드렸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갖다버린 시신이 백골로 변한 것인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는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일명 ‘강호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때. 연쇄살인의 네 번째 희생자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현장 수사팀에 경찰 최고위층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감식반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미 백골이 돼버린 시신 한 구와 그가 입었던 속옷, 회색 윗도리에 운동복 바지, 수건 조각 두 장이 전부였다. 시신을 옮기는 데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가방도 눈에 띄었지만 단서는 되지 못했다. … 암담해하던 수사팀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부검의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수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피해자의 광대뼈가 갈라져 있는 걸 보니 광대뼈 축소술을 받은 것 같아요.”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 572곳을 수소문했다. 어차피 전국의 모든 성형외과를 다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적중확률’이 높은 강남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병원들마다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아우성을 해댔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이후 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은 여성 1,949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2,000명에 가까운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렸다.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 중에 백골의 주인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웬걸. 연락 불통인 사람이 650여 명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 남모르게 수술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가명을 쓴 탓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신과 신체적 특징이 비슷한 사람의 가족을 일일이 수소문해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그렇게 꼬박 2개월이 흘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연락이 왔다. “DNA가 일치하는 가족이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5년 전부터 죽은 여인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_89~92쪽
살인 진실 밝혀낸 토양감정 택시바퀴에 튄 흙탕물, 범인은 택시기사였다! “택시 강도를 당했습니다. 여자 승객이 납치됐어요….” 2003년 4월 14일 새벽, 경기 부천중부경찰서 관내의 한 파출소. 왼손을 감싼 택시기사 A(당시 35세)씨가 급히 안으로 뛰어들었다. 손가락을 칼에 심하게 베인 상태였다. 경찰은 A씨를 일단 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방금 자기가 당한 납치사건을 신고했다. 그가 20대 초반의 여자 손님을 태운 것은 오전 5시 30분쯤이라고 했다. “손님을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신호에 걸려 정차해 있는데 남자 두 명이 갑자기 뒷문으로 들어오더라고요. 합승 손님인가 했는데 난데없이 그 손님을 찌르고 저도 공격했어요. 바로 칼을 겨누곤 고가도로 밑으로 가라고 하더군요.” 그는 차를 세운 뒤 정신없이 도망쳤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칼에 찔린 여자 손님을 뒤따라온 검은색 소나타에 태우고 달아났다고 했다. A씨의 말대로 여자 손님은 조수석에서 칼에 찔린 듯했다. 흥건히 젖은 조수석은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주었다. 무엇보다 앞좌석을 적신 출혈량이 만만치 않았다. 이대로 끌려다닌다면 납치된 여성은 한두 시간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 경찰은 관내에 비상을 걸었다. … 숨진 여인은 B(21세)씨였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꿈 많은 초보 회사원에게 범인은 사정없이 칼을 휘두른 듯했다. 범인은 다리 위에 차를 세우고 그녀를 끌어내려 20미터가량 데려간 듯 보였다. 혈흔은 다리 위에서 아래쪽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혈흔과 주변 흙을 모아 담았다. 여섯 시간가량 현장 감식을 마치고 오는 길. 감식반원은 웅덩이 앞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고참 감식반원은 흙탕물을 용기에 담았다. “선배 뭐해요?” “범인 잡아야지….” 며칠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식 결과가 나오자 형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차를 몰았다. 형사들이 몰려간 곳은 신고자 A씨의 집이었다. “당신을 강도살인혐의로 체포합니다.” 경찰은 처음부터 A씨가 미심쩍었다. 방금 겪은 일을 말하는 사람치곤 진술 내용이 허술했다. 특히 강도를 당할 때의 상황도 구체적이지 못했다. 그나마 일관성 있게 진술한 내용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굳이 손님까지 탄 택시를 범행 대상으로 고른 점이라든가, 돈은 놔두고 손님을 납치해간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결정적으로 A씨가 범인임을 알려준 것은 흙이었다. 운전석 깔판 밑과 운전석 하부에 붙은 흙을 분석한 결과 피해 여성이 발견된 하천변 토양과 일치했다. 택시 바퀴와 뒷문 문짝에 튄 흙탕물 역시 진입로의 웅덩이 성분과 정확히 일치했다. 택시 기사는 다리 밑에 그녀를 버린 뒤 택시 강도를 당한 척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_160~164쪽
‘파란 옷’을 입었던 살인마 시신이 크게 훼손된 60대,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2007년 1월 8일 새벽 2시, 부산의 어느 동네. 가게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달려간 현장. 절도사건의 목격자를 찾으려고 옆집을 찾아간 김 순경이 마주친 것은 집주인의 시신이었다. 다락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람은 식당 주인 A(당시 62세, 여성)씨였다. 시신은 빨간 겨울 점퍼에 방한바지를 입은 채 전기장판 위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겨울 밤 난방이 안 되는 다락방으로 추위가 들어올세라 단단히 채비를 했지만, 불청객의 침입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방안은 말끔했다. 범인이 깔끔하게 치운 게 아니라면 피해자가 순식간에 당했다는 얘기다. 노인의 양쪽 눈꺼풀에선 일혈점이, 얼굴에는 울혈이, 목에는 까진 상처가 남아 있었다.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보였다. 주름진 손가락엔 반지 자국만 남아 있었다. 평소 노인이 끼던 금가락지를 빼간 것이다. 감식을 진행하던 형사가 순간 눈을 찡그렸다. 범인이 사망자의 시신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 범행 일주일째. 형사들은 식당 주변에서 탐문조사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을 올리지는 못했다. 복잡한 사건에 얽히고 싶지 않은 탓인지 주위 사람들은 말을 아꼈다. 그러던 중 주민 한 명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동네 건달인 B(49세)씨가 최근 “금반지를 팔았는데 돈이 꽤 나가더라”며 떠벌리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별다른 직업도, 가족도 없는 그에게 정상적인 방법으로 금붙이가 생길 리 없다는 생각에 동네 사람은 수군댔다. B씨는 죽은 A씨의 집에서 하숙을 한 적이 있어 누구보다 집 구조를 잘 알았다. 경찰은 일단 B씨를 만나보기로 했다. “어데예. 증거 있습니꺼.” 경찰서에서 B씨는 큰소리부터 쳤다. 일종의 자기방어인 듯했다. 그러나 목소리와 눈빛의 떨림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그의 코에는 손톱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예상대로라면 죽은 A씨가 마지막 남긴 방어흔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아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정황만으로 그를 잡아놓을 수는 없었다. 경찰은 B씨의 손톱과 타액을 채취하고 일단 그를 풀어줬다. 다음 날 날아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회보서에는 피해자의 손톱 밑 혈흔과 B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_174~179쪽
억울한 소녀의 죽음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을 증언하다 2009년 가을 어느 날,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 앞 보도에 10대 소녀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 최초 발견자는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비명 소리가 나더니 바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급히 밖으로 나왔는데 여자아이가 이렇게 쓰러져 있었어요.” 언뜻 중학생이나 됐음 직한 앳된 얼굴의 소녀. 옆에는 꺾인 나뭇가지들이 잘게 흩어져 있었다. 추락하는 과정에서 나무 가장자리에 부딪힌 듯했다. 경찰은 아파트 건물 주변을 수색했지만 특이점은 찾아내지 못했다. 신원을 알려줄 만한 소지품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소녀는 차가운 부검대에 올라야 했다. 사망 원인은 추락에 의한 다발성 손상. 추락사는 자살이나 사고사일 때가 많지만, 타살인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추락으로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 중 20퍼센트는 범죄와 관련되어 있다. 혹시 모를 타살의 흔적을 찾아봐야 하는 이유다. … 소녀의 몸속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던 부검의는 허리와 엉덩이에 남은 멍 자국에 주목했다. 중선출혈重線出血이었다. 우리 몸은 회초리, 지팡이, 혁대, 알루미늄 파이프같이 폭이 좁고 가벼운 물체로 맞으면 해당 부위의 가장자리에 두 줄의 출혈 자국이 생긴다. 영어로는 Double line hemorrhage(두 줄 출혈)이라고 부른다. 물론 추락 도중 엉덩이나 허리 부분이 나무에 걸렸다면 멍자국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나무에 걸려 생긴 상처로 보기에는 멍이 발생한 부위가 광범위했다. 몸 안쪽의 흔적은 더욱 선명했다. 둔탁한 힘으로 피부는 파열되지 않았지만, 모세혈관과 정맥 등은 파열돼 출혈이 나타났다. 추가 조사에서 성적으로 학대당한 흔적도 드러났다. 소녀가 죽기 직전 누군가로부터 구타를 당한 것이다. 일단 타살로 수사의 초점이 모아졌다. … 경찰은 곧바로 사라진 B(15세)양과 C(13세)양을 수소문했다. 탐문 과정에서 경찰은 이 소녀들이 친구들에게 “배신자(A양)를 붙잡아 흠씬 두들겨 팬 후 옥상에서 밀어버렸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A양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도 그들이었다. B양과 C양은 특수절도죄로 몇 달 전 한 보호관찰소 위탁감호시설에 입교해 알게 된 사이였다. 이들은 A양을 건물 아래로 밀어 떨어뜨린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죽은 소녀가 자신들을 배신한 데 대해서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_222~227쪽
책속에서
데이트 강간 약물 ‘악마의 술잔’ 한 모금에 블랙아웃, 24시간 내에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범죄자가 건넨 ‘악마의 술잔’을 들이켜면 15~30분이 채 안 돼 약효가 나타난다. 차츰 기분이 좋아지다가 그게 심해지면 주체 못할 졸음이 쏟아진다. 한 시간쯤 지나면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의식을 잃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만취한 여자를 남자가 부축해 술집을 나가는 것 정도로만 비친다. 중독증상이다. 특히 GHB 등은 중추신경억제제로 사용되는 까닭에 다량이 사용되거나 알코올과 함께 몸 안에 흡수되면 발작과 심장마비, 호흡기장애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극소수는 성폭행을 당한 뒤 곧바로 깨어나 부분적이나마 기억을 되찾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술이 과해 필름이 끊어지는 ‘일시적 기억상실Black Out’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신체에 이상을 느껴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기억은 파편처럼 흩어져 스스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마약류를 이용한 성폭행의 신고율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약물이나 알코올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자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고 말한다. 기억이 전혀 안 나니 상상에 상상을 더해 한층 심하게 자책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하면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_16쪽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차는 낭떠러지로… 2002년 2월 10일 오후 4시 15분. 경남 진해시(현 창원시)의 해변도로를 순찰하던 경찰은 도로변에 쓰러져 있는 30대 남자를 발견했다. 부인과 사별한 후 인근에서 양식업을 하며 건실하게 살아오던 A(당시 38세)씨였다. 뺑소니였다. A씨는 겨우 숨은 유지했지만, 의식은 없었다. 몸에서 풍기는 진한 알코올 냄새는 그가 사고 직전까지 상당량의 술을 마셨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A씨는 이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그 전날 A씨와 술을 마셨다는 동료 세 명을 조사했다. 이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1차를 마친 후 노래방으로 2차를 갔고 그곳에서 헤어졌다”고 진술했다. 목격자는 없었다. 사고현장은 횟집이 모여 있어 늦은 시간까지 취객이 몰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사고 당일은 설 연휴 전날이라 대부분의 가게가 일찍 문을 닫았다. 경찰은 명절 전날 새벽에 인근을 지나는 차량은 활어운반 차량뿐이라는 판단 아래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A씨의 사인은 다발성 장기손상이었다. 가슴에는 타이어가 몸을 타고 넘어가면서 생기는 역과손상(轢過損傷, run-over injury)이 남아 있었다. 자동차가 사람을 타고 넘으면 바퀴가 누르면서 회전하는 힘에 의해 근육과 피부가 벌어져 생각보다 심하게 상처가 난다. 특히 차가 급제동하면서 몸을 타고 넘으면 바퀴에 강한 전단력(맞닿은 두 면에 크기가 같은 두 힘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평행하게 작용함)이 생기면서 사지가 절단되기도 한다. 그러나 A씨를 치고 간 차는 경찰의 추정처럼 활어운반트럭은 아닌 듯했다. 바닷물을 잔뜩 실은 활어트럭이 남긴 흔적 치고는 가슴 주위의 타이어 자국이 선명치 않았다. 운전자가 급제동하면서 도로에 나타나는 스키드마크(타이어 마모 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의뢰서 등을 통해 “차량이 저속(시속 30킬로미터 이하)으로 몸 위를 지나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단순 사고로 결론 내리기에는 의문점이 있다”고 밝혔다._33~34쪽
정관수술한 연쇄성폭행범 ‘씨 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 성폭행범이 범죄현장에 남기는 정자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는 ‘죄악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범인을 붙잡아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수사의 열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증거물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수사당국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순간이다. 2010년 말, 경북 구미경찰서 강력팀에 비상이 걸렸다. 관내에 성폭행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주로 원룸과 아파트 1, 2층에 혼자 사는 부녀자들을 상대로 한 범행이었다. 범인은 동일인으로 추정됐다. 피해자들이 전하는 인상착의나 범행수법이 그랬고, 일부 확보된 폐쇄회로(CC)TV 화면도 이를 뒷받침했다. 이 30대 ‘발바리’(연쇄성폭행범)는 초기에는 주로 새벽 3~4시 대에 활동하더니 범행시간을 아침으로 옮기는 등 갈수록 대담해졌다. 그중에서 경찰을 가장 당혹스럽게 한 것은 범인의 정액에서 도통 DNA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증거물에서 매번 남성의 정액은 확인됐지만 정작 그 안에서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정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 구미경찰서 강력팀은 증거물 속에서 정자가 확보되지 않자 “범인이 무정자증 환자이거나 정관수술을 받은 남자일 것”이라는 쪽으로 수사 방향을 잡았다. 정액은 크게 정자와 이를 감싸는 액체 성분으로 구성된다. 보통 DNA는 액체가 아니라 정자의 머리에 위치한다. 수술을 통해 정자가 이동하는 통로인 정관을 막아버린 사람의 정액에서 DNA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완전범죄는 없는 법.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남성의 유전자형만 선택해 증폭할 수 있는 장치를 이용, 극미량의 요도 상피세포를 바탕으로 범인의 DNA를 검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DNA의 주인을 찾는 일이다. 경찰은 관내 병원들을 상대로 과거 정관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용의자들이 하나둘 압축됐고 수사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_50~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