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브루크너 교향곡 총론 - 완벽을 향한 머나먼 여정 안톤 브루크너의 생애와 음악 세계 교향곡별 판본 교향곡 00번 f단조 : 교향곡을 위한 연습 교향곡 0번 d단조 : 번호 없는 교향곡 교향곡 1번 c단조 : 밝고 건강한 활력 교향곡 2번 c단조 : 잊혀진 걸작 교향곡 3번 :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바그너 교향곡 4번 ‘로맨틱’ : 브루크너를 대표하는 교향곡 교향곡 5번 B장조 : 중세와 가톨릭, 그리고 코랄의 환상 교향곡 6번 : 결코 단순하지 않은 대담함 교향곡 7번 : 브루크너 최고의 걸작 교향곡 8번 : 신비로운 아다지오의 강렬한 스케르초 교향곡 9번 : 깊은 주관과 숭고함
2부. 20세기 연주가 열전 - 대신할 수 없는 그들의 빈 자리 안드레스 세고비아 : 가장 대중적인 악기의 제왕 빌헬름 켐프 : 가장 독일적인 피아니즘 클라라 하스킬 : 고난을 극복한 불굴의 의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 러시안 스쿨의 최고봉 나탄 밀스타인 : 거장 시대의 마지막 귀공자 야사 하이페츠 : 20세기의 파가니니 피에르 푸르니에 : 황제가 아닌 황태자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 음악만큼이나 따뜻한 인간미의 거장 루제로 리치 : 모차르트 이후 최고의 천재 아르투로 베네디티 미켈란젤리 : 완벽을 추구한 기인 야노스 슈타커 : 진정한 코스모폴리탄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 신념에 찬 무대 인생 60년 루치아노 파바로티 : 언제 어디서나 가장 사랑받는 테너 엘리 아멜링 : 가장 원초적인 악기의 소유자 미샤 마이스키 : 첼로를 든 음유 시인 이 무지치 :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음악가들’
3부. 박진용을 그리며 박진용의 음악 세계/ 브루크너와 프르트벵글러의 영원한 애호가 선배가 본 박진용/ ‘서푼짜리’순진한 사장이 남기고 간 빈 자리 후배가 본 박진용/ 참 밝고 유쾌하고 넉넉하던 사람 평론가 박진용에 대한 추억/ 지금도 그리운 ‘사람 냄새’ 나는 글들 음반업계에 본 박진용/ 진정 클래식 음악을 사랑했던 친구 대담/ 마음은 언제나 그 자리에 짧은 글/ 그리고, 남겨진 기억들
진정한 브루크네리안이 전하는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평론집 브루크네리안 박진용의 음악 칼럼집. 브루크너가 남긴 11개 교향곡에 대한 특징 및 음반별 소개, 작곡 과정에 얽힌 일화 등을 면밀히 다룬 브루크너 평론집이다. 19세기 후기 낭만파의 대표적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의 매력을 전하는 박진용만의 인간적이면서도 섬세한 평론이 돋보인다. 박진용은 아날로그와 모노 시대를 선호하면서도 최근 녹음까지 다양한 정보를 전해온 전형적인 2세대 칼럼니스트로서, 브루크너와 푸르트벵글러의 마니아면서도 다양한 음악에 귀기울일 줄 아는 진정한 클래식 애호가였다. 안타깝게도 갑작스러운 타계로 야심차게 시작한 평론은 멎었지만, 그를 그리워하는 벗에 의해 완결되었다.
소심한 완벽주의자 부르크너의 음악에 빠져들다 브람스의 라이벌로 같은 시대에 활동했지만 브루크너의 작품이 조명을 받은 것은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말러와 더불어 19세기 후기 낭만파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는 음악가로서 명예로운 만년을 보냈으나, 바그너와 브람스 사이에서 호된 공격을 받아온 음악 인생은 평탄치만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는 소심한 성격은 작품마다 존재하는 여러 개의 악보가 증명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교향곡에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0번’ ‘00번’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놓은 것도 고금을 통틀어 특이한 점이다. 대인 기피증에 가까운 브루크너의 성격과 바그너에 대한 존경, 무책임한 바그너의 말 한마디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면서 엄청난 숫자의 각종 판본들이 잉태되었다. 이에 박진용은 잘 들어보면 지휘자가 어떤 판본을 사용하고 있는지 가늠하다고 귀띔해주고 있다. 브루크너는 ‘0번’과 ‘00번’을 포함하여 총 11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박진용의 평론에 녹아 있는 브루크너의 삶과 일화들, 그리고 브루크너의 전매특허와도 다름없이 되어버린 점사분음표와 팔분음표에 이어지는 셋잇단음표, 또 둘잇단음표와 셋잇단음표의 반복적인 사용, 음악의 진행을 과감히 중단시키는 ‘브루크너 휴지부’, 심금을 울리는 아다지오의 극치 등은 부르크너만의 음악 세계에 빠져보는 호사를 선사한다. 작품이 어떤 지휘자와 어떤 오케스트라를 만나느냐에 따라 어떤 소리와 분위기로 표출되는지 찾아 듣는 즐거움 또한 만만치 않다. 브루크너 평론 외에도 20세기를 대표하는 연주가에 대한 칼럼도 실려있다. 가난 때문에 백부에게 맡겨진 덕에 기타 연주가의 꿈을 키우고, 스스로 최고의 길을 개척한 세고비아, 오로지 자신의 피아노로만 연주를 고집했던 미켈란젤리, 일일곱에 찾아온 척추경화증으로 50이 넘은 나이에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루마니아의 피아노 천재 클라라 하스킬 등 16명의 세계적 연주가들의 음악적 배경과 특징, 인간적 고뇌와 철학을 말한다.
책속에서
[P.14~15] 브루크너는 이런 친바그너적 성향으로 인해 한슬릭을 선두 주자로 하는 브람스 파로부터 계속 위협을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고생에도 불구하고 바그너파로부터 받은 이익은 없었다. 바그너가 브루크너에게 어떤 성의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은 세상사에 그리 밝지 못했던 브루크너의 단면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그너는 브루크너를 만날 때마다 그의 교향곡을 연주하겠다고 말했지만, 한 번도 이 약속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P. 33] 바그너 사운드에 빠져 있던 이 두 사람의 눈에는 교향곡 1번은 대단히 훌륭한 것으로 비추어졌다. 하지만 초연에서의 반응은 이들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당시 빈 음악계의 선봉에 서 있었던 한슬릭을 필두로 한 비평가들은 일제히 ‘아마추어 티를 벗지 못한 작품’이라는 혹평을 퍼부었다. 여린 마음의 소유자였던 브루크너는 당연하게도 이런 평가에 크게 낙담했고, 이 충격으로 인해 그 자신 또한 이 교향곡을 ‘분별없이 날뛰는 말괄량이 소녀’라는 말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P. 59~60] 뵘이 들려주는 브루크너는 한편으로 무뚝뚝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울림의 밀도가 매우 높고 지휘자의 개인적인 스타일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투명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두 가지 미덕이다. 이런 객관성은 요훔이나 카라얀이 취하고 있는 자세와 비교할 때 더욱 대비된다. 찬란한 음향에 극적 요소를 가미한 카라얀, 셈여림과 템보에서의 현란한 기교를 앞세운 요훔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단순하지만 강인한 브루크너의 모습이다. 이 연주가 1889년의 노바크 에디션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연주보다 구수하고 담백하게 들리는 것 역시 이러한 투명성과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