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신화 속의 얼굴에서 인간의 가면까지 01 얼굴은 눈, 코, 입, 귀, 머리의 집합체 얼굴 자체가 상징은 아니다|눈, 빛으로 세상을 보는 곳|코, 냄새로 세상을 맡는 곳|입, 숨 쉬고 빨아들이고 먹는 곳|귀, 말과 말의 힘을 받아들이는 곳|머리,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곳|얼굴은 상징이 모인 조각보
02 그리스 신화 속 얼굴의 상징 페르세우스의 모험|메두사 얼굴의 진실
03 가면, 인간이 걸친 최초의 얼굴 영혼을 되살리는 원시 사회의 가면 |그리스 가면의 양면성
04 가면과 얼굴의 이중주 디오니소스 숭배가 연극으로 탄생하다|감정, 드러내거나 감추거나|서양 가면과 하회탈의 공통점|광대가 벗긴 가면 속의 얼굴
05 다양한 가면의 세계 얼굴을 가리기 위한 가면|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가면|보호하기 위한 가면
2부. 얼굴의 참모습 들여다보기 01 유교 사회가 버린 변강쇠 한국판 고르곤 형상들|변강쇠 이야기|변강쇠와 페르세우스의 차이|변강쇠의 거세가 상징하는 것|질서를 깨려는 그들에게 내린 저주
02 거울, 얼굴에 대한 의식을 바꾸다 거울 없는 사회에서 나는 누구?|타인에 의해 나는 만들어진다|나는 거울을 본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03 가면의 나에서 개인의 나로 역사와 사회가 만든 ‘자아’ 개념|혼자 있을 때 얼굴은 없다
04 복잡한 얼굴의 세계 얼굴아, 얼굴아, 너 진짜 뭐니?|얼굴, 인간성을 증명하다
3부. 초상화에서 사회적 통제까지 01 미술은 얼굴을 어떻게 다루었나? 얼굴은 미술의 금기|예수의 얼굴도 상상의 대상인가?
02 동서양 초상 미술의 역사 동양 미술, 개인에서 가족으로|서양 미술, 이콘에서 자화상으로
03 얼굴 통제와 형식 부여 골상학이 앗아간 얼굴|과학으로 자행된 얼굴 말살|부르주아에게 얼굴을 부여하다|가면의 귀환
4부. 얼굴 훼손과 현대적 상상 01 현대 미술에 나타난 얼굴 미술과 영화에서의 얼굴 훼손|결코 평범하지 않은, 극단적인 얼굴들
02 얼굴 가치의 회복을 위하여 전쟁, 얼굴의 환상을 파괴하다|주체의 파멸|점점 더 일그러지는 얼굴|잃은 것은 정신적 가치
나가는 말 _ 얼굴의 신비 참고문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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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눈, 코, 입, 머리가 있다고 다 얼굴일까? 얼굴, 육체와 상상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
공자는 《효경》에서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했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가르침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오히려 개인의 행복을 위해 얼굴에 손을 대는 게 자연스럽다. 나와 사회와의 소통, 나와 집단과의 관계 설정에 따른 다양한 얼굴 변형이 아니라, 오로지 이기적 욕망에 사로잡혀 생존의 질을 높이기 위해 거리낌 없이 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다. 얼굴은 왜 이런 역사를 갖게 되었을까? 신비롭고 두렵기만 했던 자연이 과학의 힘으로 하나씩 벗겨지고, 그에 따라 사회제도가 발전되고, 거기에 대응하는 인간의 생각과 생활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얼굴은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미지의 바탕이 되며, 모든 사회에서 발견되고 또 수많은 제도와 유행, 사상 등에 그 형태를 부여하는 위대한 인간의 상징”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인류가 급격한 변화를 겪을 때마다 그 참모습은 먼저 인간의 얼굴에 나타난다. 따라서 얼굴에는 사회와 집단 그리고 개인의 역학 관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얼굴에 대한 성찰은 다른 어떤 연구보다 인간 사회를 가장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얼굴에 상상력이란 잣대를 들이밀며 고찰해야 하는 이유다. 의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성형하는 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 굳이 얼굴의 참모습을 다시 화두로 삼아야 할까? 그것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든 제도가 점점 비인간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성을 회복하는 출발점은 바로 우리 인간 본연의 얼굴을 되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얼굴을 대하는 방식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우리 자신을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표지이기 때문이다. 눈, 코, 입, 머리가 모여 있다고 해서 우리는 그걸 모두 얼굴이라고 하지 않는다. 얼굴을 얼굴이게끔 하는 것들, 그 철학적이고도 역사적인 심오한 세계가 이 책에 펼쳐져 있다.
얼굴은 ‘인간다움’의 상징이다.
우리 모두에게 얼굴이 있다는 사실은 얼굴의 존재를 너무 당연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얼굴 자체는 자연적인 신체 기관의 하나가 아니라 문화마다 다르게 구축되는 개념의 하나다. 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원주민은 자신의 육체에 딸린 얼굴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고, 또 다른 사회에서는 얼굴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다양한 가면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렇듯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 얼굴은 사실 최근에 발명된 ‘발명품’이다. 중세와 근대를 거치면서 얼굴에는 사회적·계급적 차별 구조가 덧씌워졌고, 이로 인해 얼굴은 단순히 육체 일부가 아니라 사회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각종 실험의 대상이 된다. 결국 얼굴은 저자의 말에 따르면 ‘얼굴 훼손(de-faceisation)’을 당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얼굴의 모든 것을 다루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신화와 가면 등의 도구, 그리고 예술작품을 중심으로 철학과 정신분석, 미학, 인류학 등의 관점을 통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먼저 1부에서 저자는 얼굴의 구성요소인 눈, 코와 콧구멍, 입, 귀, 머리와 머리카락부터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이들이 모여 구성된 얼굴은 상징물인 동시에 전 세계의 인간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관계나 구조를 창조하는 또 다른 현실로 통하는 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구조를 통합하고 물질적인 산물에 활용하는 방식은 사회마다 다르다. 저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고대 신화와 가면 사회, 서양 연극 등을 면밀히 고찰한다. 또한 인간이 ‘걸친’ 최초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가면을 쓰는 행위를 개인이 집단의 가치를 스스로에게 결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가면이 지닌 사회적·상상적 의미를 밝힌다. 2부에서는 얼굴의 사회과학적인 측면을 고찰한다. 외모 측면에서의 얼굴은 개인적 자아의 개념과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부분인 ‘몸의 무의식적 이미지’라는 개념과 관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굴은 원시 사회든, 고대 사회든, 현대의 포스트모던 사회든 관계없이 모든 사회에서 개별적 인간과 사회적 인간의 다양한 성격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3부는 얼굴을 소재로 삼은 동서양의 예술 세계를 다루고 있다. 예술은 철학 이상으로 합리적 사고는 물론 정신적 산물의 모든 층위에 구조를 제공하는 상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대상을 구체적으로 재현하는 방식을 연구하기에 좋은 시험장이기 때문이다. 3부에서는 특히 골상학과 체질 인류학을 앞세워 인간이 다른 인간의 얼굴을 어떻게 뭉개고 이용하는지를 잘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얼굴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의미 부여를 거쳐 도달한 4부에서는 20세기 이후 얼굴에 나타난 참혹한 현실을 다루고 있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얼굴은 박탈의 결과물이자 역사와 경제, 이데올로기 등의 연속적인 작용을 거친 공간이다. 즉, 20세기 이후부터 얼굴은 실존적 혼란이 표출되는 곳이었다. 그런 얼굴에 우리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인간 본연의 얼굴을 되돌려주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얼굴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실재 얼굴을 바라볼 때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 세상에서 그 어떤 실재보다 정신적인 오브제이기 때문이다. 관상학과 골상학이 주류를 이루었던 우리 사회에 얼굴에 대한 현실적 상상력을 잔뜩 불어넣은 이 책은 우리에게 얼굴을 통해 들어가는 내면의 세계를 안내해주는 진정한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얼굴에 칼을 대는 게 현재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게 진정 인간의 완성을 위한 것인지, 그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책속에서
[P.18] 흥미롭게도, 얼굴 그 자체는 사실상 어떤 상징이나 원형이 될 수 없다. 머리나 입, 눈은 그럴 수 있어도 얼굴은 그럴 수 없다. 왜일까? 이 이야기는 나중에 “얼굴은 지식의 총체 그 이상”이라고 했던 프랑스 철학자 임마누엘 레비나스를 다루면서 다시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류학 연구에서도 어느 정도는 답을 얻을 수 있다.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 섬의 원주민인 카낙족 노인의 말을 상기해보자. 그는 자신들을 연구하던 한 연구원에게 “당신네(백인)가 우리에게 가져온 것은 육체였다”고 말했다. 서양 문명을 접하기 이전의 카낙인들은 우주와 육체를 달리 보지 않았으며, 그들에게 있어 육체는 자연 세계의 일부였다. 그러다가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기 시작하면서 육체가 분리된 실체라는 ‘관념’을 갖게 되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얼굴’이라는 개념이 생각처럼 그렇게 보편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는 본질적으로 얼굴이 왜 우리의 심오한 상상계 안에서 상징물이 될 수 없는지를 설명해준다.
[P. 44] 이 신화에서 우리는 페르세우스가 최소한 두 번 태양의 상징과 관계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는데, 바로 그 아버지가 제우스라는 점과 모험의 결과로 페가수스를 얻었다는 점이다(페가수스는 제우스에게 벼락 화살을 날라다 준다). 태양의 영웅인 그는 태양이 지는 곳, 서쪽 땅에 사는 괴물과 싸워야 한다. 어떤 분석가는 이 신화가 ‘겨울’에 맞선 생명력의 승리를 담은 이야기라는 그럴듯한 말을 한다(가계도에서 이미 보았듯이 고르곤은 대지와 연관된 괴물이다. 그리고 스쳐 지나는 모든 것들을 ‘얼어붙게’ 만든다). 하지만 더 흥미를 끄는 것은 이 신화 속 머리의 역할과 얼굴 상징이다. 우리는 날개 달린 마법의 신발을 신고 하늘을 나는 페르세우스에게 주어진 임무(메두사의 머리를 베는 것)에 내포된 수직성과 태양 친화성(solar tropism)에 주목해야 한다. 메두사의 머리는 뱀으로 이루어진 머리카락과 수퇘지의 이빨을 가진 존재로 매우 잔인하고 동물적이다. 하지만 페르세우스의 역할은 그 야성을 제압해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반짝이는 둥근 방패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태양의 거울이 여기서는 칼보다 더 위험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메두사는 이 태양을 닮은 방패에 비친 자기 자신, 말하자면 자기 자신의 얼굴, 즉 끔찍한 자아를 보고 ‘얼어붙는다’.
[P. 76] 디오니소스 숭배에서 연극이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직접적인 연극적 행위와 ‘존재’에서, 우리는 디오니소스 세계가 가지고 있는 본질 즉, 배우는 존재하지만 그 배역은 존재하지 않는 이중성(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삶과 죽음의 만남, 돌이킬 수 없는 운명, 그리고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과 환상 등에 감동한다. 오토의 말처럼, “이 이중성은 가면에 그 상징성이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가면을 쓴 사람(배우)은 누군가 다른 사람, 즉 ‘자신이면서 또한 다른 누군가’인 신이나 영웅을 대신해야 할 책임을 부여받는다. 이 배우는 가면을 쓰고 춤을 추던 고대 그리스인의 현대판이다. 이들은 수호신과 소통하는 황홀경이라는 유산을 공유한다. 다른 이의 얼굴을 입은 그는, ‘이중적인 존재(디오니소스)’의 영이 내려주는 은혜에 감화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전 공동체의 주목 하에 그가 구현하고 있는 부재-존재의 신비는 기적이 된다. 하나의 미술 작품에 불과한 가면이 실체가 되고 육체가 의미를 부여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