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잠자리의 생 봄을 잊고 오래 살았다 골목길에서 잠자리의 생 새는 수행을 한다 선술집 시장에서 「잡다」는 말을 생각하다 벽엔 칙칙한 녹물 폐선적 자화상 하찮은 기억 길 위의 노래 달린다는 것은 수채화 - 아침
제2부 장작 호구산을 올라 나무 박제 나무 생각 겨울 나무 팽나무 장작 나뭇잎 와룡산 여름 나무 소나무 상흔
제3부 봄제3부 봄 딱지꽃 민백미꽃 숲길 여러해살이풀 모개나무골 박영감 전우익 농촌 소묘 눈 내리는 날 내 어릴 적 기억이 무상차 봄 사랑
제4부 어머니 옷장 - 어머니 커피 - 어머니 1 셀렘-민트껌 - 어머니 2 도원동 장독대 - 어머니 3 버트 랑카스타 - 어머니 4 판콜에이 - 어머니 5 연탄 한 장 - 어머니 6 만화방 - 어머니 7 방앗간 - 어머니 8 찐빵 - 어머니 9 번데기 - 어머니 10 백합 - 어머니 11 주전자 - 어머니 12 아버지의 방 골가실
해설 | 송언 (동화작가 )·사색의 시 세계 그리고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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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체득한 사색의 시 세계 그리고 그리움 삼천포여자고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으로 일하는 송창섭 시인이 그의 첫 시집 『새는 수행을 한다』를 작은숲에서 출간했다. 1992년에 도종환 시인 등과 함께 지은 『대통령 얼굴이 또 바뀌면』 이후 개인시집으로는 첫 시집이다. 그의 오랜 지인인 송언(동화작가)은 발문에서 그를 “세월의 모진 풍파에도 끈덕지게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오랜 투병 생활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텁텁하고 소탈한 마음씨를 가진 그에 대한 찬사이다. 또한 “병마를 이겨내기 위해 생의 끝자락까지 떠밀려갔다가 되돌아 온 경험”이 “삶과 죽음, 밝음과 어둠이 수시로 교차”하는 시를 만들어 냈을 거라고 추측한다. 생각이 깊지 않은 시인이 없겠지만은 그의 투병 경험 때문에 더 깊은 사색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1부 잠자리의 생, 2부 장작, 3부 봄, 4부 어머니 등 총 4부로 나뉜 이 시집에는 삶과 죽음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터득한 깊은 사색의 세계, 바람에 제 몸을 뒤척이는 잎사귀 하나에서 번득이는 영혼을 붙잡아 내는 마음으로 한 세상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식, 남보다 더 집요한 데가 있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이 40여 편의 시로 녹아 있다. 특히 4부에서 다룬 ‘어머니’와 관한 시편 들에서 “암담하고 차가운 비인간적인 세상사를 건너면서 문득문득 어머니를 불러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한탄”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평에서 누구나 따뜻한 위안이자 아늑함의 정서를 뛰어넘는 가슴 찡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오랜 투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송창섭 시인이 건져 낸 사색의 세계와 그리움을 시를 통해 공감해 보자.
책속에서
[P.18~19] 새는 수행을 한다
새 한 마리가 조막만하다 조막만하다는 것이 연민의 사유가 될 수 있을까 가냘퍼 보이던 새가 내 눈 앞에서 내 눈을 비웃는다 겅중겅중 뛰다가도 어느 틈에 포르륵 나는 새 저토록 간명하게 허공을 주무르다니 절구에 앉아 머리로 공이질하며 물을 콕콕 쫀다 갈증의 끈을 풀려는 욕심도 아주 잠깐이다 물 한 모금을 쪼아 먹어도 새는 거저 가져 가는 법이 없다 서분치 않게 물어 나르는 운율이 고단함을 덜어 주는 아 저 짧은 여유 인간들이 처연해지기까지 생의 태초부터 새는 수행修行을 한다
[P. 30~31] 길 위의 노래
하염없이 길을 달린다 길은 그런 나를 늘 앞지른다 무언으로 질타하는 길 앞에 서면 숙연해진다 길의 품이 가멸찰지라도 허튼 수작이나 조그마한 흐트러짐을 용서하지 않는다 길은 스스로 앉았다 섰다 누웠다 일어났다 하며 운명처럼 제 몸을 벼리고 담금질한다 담방담방 두 발이 남긴 흔적으로 길은 닳아 가지만 온 몸을 비틀어 새 꽃잎을 하나씩 떨구는 작업을 게을리 하는 법이 없다 길 위에 몸을 맡기지 않으면 길과 하나가 될 수 없음에 길의 가르침을 터득함이 불가능하다 목젖에 감긴 욕심의 끄나풀을 내려놓으면 격랑에 흔들리던 생의 고비 생의 뿌리가 담백한 맛을 부리며 평온의 경지로 이끈다 자신의 모습을 쉬이 드러내지 않는 길에는 눈이 없지만 길은 길을 달리는 나를 항상 앞서 있어 길고도 깊은 길 언저리엔 나를 지키고 보살피는 어머니의 포근한 자궁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이것이 내가 길을 좇아 또 다시 길 위로 나서는 가장 굵직하고 두터운 이유다
[P. 32~33] 달린다는 것은
달린다는 것은 일상사에 안주하여 고인 물 썩듯 고뇌하지 않는 나 자신을 허무는 일이다 쭉정이가 토하는 언어의 자존심과 어설픈 몸짓들은 담백하고 진솔한 비늘이 묻어 있지 않아 생명력이 길지 못하다 벌겋게 달군 쇠붙이를 담금질하는 대장장이의 강렬한 눈빛의 의미를 헤아려 본 적이 있는가 우쭐대던 내 삶의 흔적들은 한낱 쭉정이였다 달린다는 것은 상처 난 부위를 도려내는 소멸과 진통의 과정을 거쳐 옹졸하고 갑갑했던 틀을 판막음하고 새 살을 길러내는 고독한 여로이다 달리기를 하여 밋밋한 삶의 텃밭을 갈아엎고 알토란같은 씨를 뿌리며 일탈을 꾀하는 작업은 그래서 치 열 한 허물 벗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