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고비사막을 건너는 힘 교감 교대근무자 코끼리는 언제 우는가 그 강 노을 기러기 월식(月蝕) 십일월을 만지다 그 자리 말과 돌 세상의 다른 아침
제2부 손님 당신이 다녀가셨다 돌장승 빗방울 다 왔다 오래된 문 동행 통화 스와니강 건너기 연 봄비 천안(天安) 가는 길 날개 시장과 바다
제3부 그리운 공복 구절리 일박 비밀 오월 사나흘 밥 속에 절벽 있다 배롱나무 여우비 기차는 물속 마을을 지난다 단수통보의 날들 고래의 눈물 히말라야 산 속 마을 춤 도마뱀 해갈 정월대보름
해설 | 오철수 (시인, 문학평론가 )·생명의 이치理致인 ‘당신’을 찾아서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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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을 만지다 : 이면우 시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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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15 -16-1527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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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218744
811.15 -16-1527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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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14~15] 교대 근무자
먼 길 걸어 온 내게 저녁은 의자 하나 내어줍니다 그런데 거기 아직 온기 남아 당신이 방금 길 떠난 줄 알았습니다 의자에 앉아, 허공에 던져진 둥근 공 지구를 떠올립니다 그러면, 애닯고도 웅장한 선율 한 대접 냉수처럼 몸속으로 흘러들어옵니다 그래요, 이 음악이 아니면 당신이 어떻게 밤길 그토록 멀리 다녀오겠습니까 지구가 제 음악에 취하지 않았다면 그토록 오래, 쏜살같이 태양 둘레를 돌겠습니까 세상엔 밤낮으로 일하는 이들 번갈아 쉴 의자가 있습니다 그들 위해 교대근무자 없는 지구는 허공을 거침없이 뚫고나가며 연주를 계속합니다 자바의 원시림, 아마존강, 아직 뱃길 닿지 않은 바다와 고비사막 돌개바람도 잠시 때를 놓고 지구를 깊이깊이 들이쉽니다 그런데 이 소리 없는 음악은 몸 전체로 들어야 취한다지요 꿈 없는 잠처럼 듣고 나면 금방 잊어버린다지요
[P. 24~25] 십일월을 만지다
남쪽으로 갈 때, 나는 버스의 오른쪽에 앉고 싶습니다 내내 햇빛 비치는 곳에서 당신을 생각할 겁니다 그러면, 가지에서 가지로 쉼없이 건너다니는 수마트라섬 긴팔원숭이의 기쁨도 따라올 겁니다 십일월에 남쪽으로 갈 때는 버스의 오른쪽에 앉아, 뻘을 서로 발라주며 깔깔대다 웅덩이로 풍덩 뛰어들어 물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아이들의 충분充分을 넌지시 웃게 될 겁니다 햇빛 속 맑은 물렁뼈 같은 냉기를 따라가며 무엇보다 먼저, 자신을 즐기는 일에 취해 끝없이 자맥질하는 먼바다 아기고래의 몸짓을 떠올릴 겁니다 솟구치거나 가라앉거나 여전히 바다며 고래이듯 한 삶이 그토록 오래 그리워한 건 바로 삶 자체라는 것, 스르르 펼쳐진 손바닥 어디께쯤 슬몃 와닿는 그것, 그게 실은 막 물을 가장 높이 뿜어 올린 고래를 만진 일임을 알게 해준 십일월의 날들을 동그랗게 오므려 간직할 수 있도록, 한번 더 남쪽으로 가도록 허락된다면, 당신을 처음 만진 기쁨을 맨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버스의 오른쪽에 앉고 싶습니다
[P. 56~57] 천안(天安) 가는 길
그 길 누가 묻고 나는 쭉 뻗은 길 가리켰다 누군가 또 묻자 무지개 걸린 산 저쪽 향해 손 치켜들었다 당신이 물었을 땐 돌연 막막해져 맨 처음 가르쳐 준 여인이 생각났다 잔뜩 이고, 쥐고, 입에 문 끈 끝에 아이 허리 묶어 끝내 가 닿았을까 대답 대신, 마침 진눈깨비 분분한 육교 아래 차도를 내려다봤다 아니! 모두 천안 가는 쪽으로 뜨거운 이마 두고 있잖아 당신 물음에 이젠 쉽게 답할 수 없다 아이와 여인과 짐이 여태 도착하지 못했다면 나는 그 길 모르던 게 된다 그러니 또한 물어야 하는 수많은 행인(行人) 중 하나, 이렇게 사는 동안 당신이나 자신에게 자꾸 묻던 거였다 누군가, 허공에 비명 내던질 때조차 실은 그 길 묻는 중임을 깨닫기까지 나는 정작 천안은 지명(地名)이 아님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