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과 도시재생이 뜨거운 화두다. 산업사회에 우리는 도시를 기능적 측면에서만 바라봤지만 21세기의 도시는 삶의 질과 쾌적함,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문화와 예술적 아름다움의 관점에서 많은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오늘날 우리들의 도시는 어떤 이미지로 다가오고 있는가.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이 나름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의 미에 대한 글과 미술작품을 공공미술전문가이자 티엘갤러리 관장인 구본호 씨가 전시로 기획했고 그 내용을 책임 편집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티엘엔지니어링(주)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티엘갤러리는 일반 갤러리와 달리 상업성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공미술에 특화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가시적으로 쉽게 성과가 드러나진 않지만 어느 분야보다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에 중소기업이 꾸준히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지속가능한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책의 1부 ‘도시, 도시란’ 에서는 도시에 관한 사회문화적 측면을 여러 개념 및 이론과 미술작품으로 풀어보았다. 부산발전연구원의 김형균 박사가 도시와 문화예술이 오늘날 어떻게 변증법적으로 상호작용하는지를 살펴보았고, 동서대 디자인학부 송만용 교수는 도시의 환경 속에 투영된 현대인의 욕망에 대해 서술했으며, 동명대 건축학과 이승헌 교수는 도시를 구성하는 핵심 축인 건축의 결을 더듬어 그 속살을 보여준다.
2부 ‘도시의 색’ 에서는 형태에 비해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 도시의 색채를 정면에서 다뤘다. 도시환경의 질은 도시시설물의 형태와 색채에 의해 좌우되는데, 특히 색채는 도시에 그만의 고유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의미에 주목해 작업한 결과이다. 전 부경대 건축학과 김기환 교수는 해외도시의 색채에 주목하여 도시의 색채를 만드는 요인들을 살펴봤고,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이진오 교수는 미학적 관점에서 부산이라는 도시의 색을 바라보았으며,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과 이한석 교수는 부산의 도시 색을 해양도시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3부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에서는 우리가 거리에서 마주치는 여러 도시시설물을 미적인 가치로 바라봄과 동시에 그것들이 미(美)로 승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목적을 위해 설치된 도시시설물들은 그 하나하나가 이미 작품으로서의 가능성도 담고 있다. 부산대 건축학과 우신구 교수가 도시의 가로, 시민의 가구로서의 도시시설물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건축가 안용대는 공공미술의 홍수 속에서 그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비판적으로 재정립했으며, 신라대 디자인학부 송낙웅 교수는 지역의 역사와 사건 등 스토리텔링이 스며있는 시설물로서의 스트리트 퍼니처를 말한다.
4부 ‘스트리트 스페이스(Street Space)에서는 공원이나 광장과 같은 도시의 공간이 시민들 생활의 일부가 됨과 동시에 문화 콘텐츠 사업과도 연결돼 도시발전에 공헌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 기능과 역할의 측면을 살펴본 결과물이다. 티엘갤러리의 구본호 관장이 공원과 광장의 기능을, 동명대 디지털애니메이션학과 백영제 교수가 생활공간으로서의 퍼블릭 스페이스와 그 조건을, 동아대 조경학과 차욱진 교수가 부산의 공원과 광장을 그 곳의 주인인 사람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으며, 부산시 도시경관 담당 김철권 사무관은 사용자의 시각에서 본 거리와 광장에 대해 일본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5부 ‘골목길(Alley)’은 최근 부산의 감천동 문화마을의 좁은 골목길, 산복도로 비탈길, 초량의 이바구길 등 다양한 골목길에 얽힌 이야기와 그곳을 꾸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며 골목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리를 시도했다. 신라대 국어교육과 김수태 교수는 ‘길과 길손’이란 제목으로 길에 스며있는 시간과 삶의 발자취를 톺아보았고, 부산일보 최학림 논설위원은 유년의 기억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삶까지 그 마디마디에 스며있는 추억을 주제로 부산의 골목길을 살펴봤으며, 도시나눔의 조성태 소장은 골목길 문화의 진정한 의미에 주목했다.
6부 ‘아파트(Apt)’는 도시를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어버린 아파트를 주제로 글과 미술작품이 콜라보레이션한 결과이다. 현대의 브랜드화 된 아파트는 부의 상징이자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모습은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동의과학대 건축과 박규환 교수는 한국의 산업화 시대 아파트의 역사를 살펴보며 지금 우리의 아파트 문화를 비판적으로 살펴봤고,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는 소통부재와 욕망의 상징이 된 아파트를 외부의 시각에서 바라봤으며, 건축가 조형장은 도시의 미와 아파트가 맺고 있는 불편한 관계에 대해 들여다봤다.
마지막으로 7부 ‘간판(Sign)’에서는 도시의 풍경을 한층 화려하게 하면서도 밤하늘의 별을 가리기도 하는 간판에 대해 살펴본다. 도시의 얼굴이라고도 표현되는 간판의 내면과 외면을 살펴보려는 시도이다. 국제신문 정상도 논설위원이 현재 도시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간판들이 삶의 공간인 도시와 어떻게 상호 조응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살펴보았고, 동명대 미디어공학과 이영우 교수는 아름다운 경관의 조건으로서 간판의 역할과 기능을 분석했으며, 도시나눔 조성태 소장은 보다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위한 간판 만들기에 대해 제언했다.
모두 7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도시의 미를 살펴본 이 책은,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이었던 우리의 주변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