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이후 조선불교계는 전후 조선의 상황과 함께 분주했다. 전쟁으로 불타버린 사찰을 중건해야 했고, 사원경제를 회복해야 했다. 그런가 하면 재건을 위한 각종 토목공사와 잡역에 동원되어야 했다. 그러나 겨우 명맥만 유지했던 불교교단이 법통과 수행을 중심으로 하여 정비된 것은 최대의 결실이기도 하였다. 아울러 조선불교가 지닌 정체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승전(僧傳)은 전란의 참화로 문헌자료를 살필 수 없고, 남아있는 승전에 관한 자료 역시 소략할 뿐이었다. ‘동사열전(東師列傳)’은 전체 196인의 비구와 1인의 비구니, 2인의 속인으로 전체 199인이 입전되어있다. 시간적 범위는 불교의 시작부터 조선 말기까지의 인물들을 수록하고 있어 인물로 본 한국불교사라고 할 만하다. 조선후기 불교가 전란과 억압이라는 폐허 속에서 중흥의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전 시기와는 다른 독자성과 정체성을 천명했을 것이고, 그 실현을 위해 강한 실천성을 보였을 것이다. 법통 및 법맥 수립과 함께 사지와 승전찬술은 당시 불교계의 정체성 구현을 위한 노력이자 한국불교사 찬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소극적으로 인식했던 조선시대 불교사에 대한 이해를 재검토하고, 현대한국불교사를 이해하는 근간의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