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 지역을 ‘이용후생의 도시’라는 관점에서 역사적·인문학적으로 조사·연구한 성과를 담은 책이다. 연구자들은 3년여에 걸쳐 ‘전통시대의 당진’, ‘근현대 시기의 당진’, 그리고 ‘미래의 당진’이라는 세 단계의 시간 축과 문화유적, 인물, 사건이라는 범주와 130여 차에 걸친 시민강좌라고 하는 공간 축에 걸쳐 탐구하였다. 선사시대 문화, 고려시대 복지겸에서부터 근대의 박지원과 김대건 신부에 이르는 시대별 대표 인물, 동학농민혁명이나 3·1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건, 시대별·권역별 문화유산의 현황, 그리고 이러한 인문 자산을 ‘재생’하여 그려보는 당진의 미래상까지 종횡으로 훑어가며, 이를 ‘이용후생’의 관점에서 일관되게 논구해 나간다. 그 결과로 ‘당진의 지역학’뿐만 아니라 지역화와 지구화의 양 측면을 포괄하면서, ‘지속가능한 이용후생의 미래 당진’과 동아시아, 나아가 지구 속의 당진을 모색하는 데로 이어진다.
이용후생, 인류 역사의 근간 인간의 역사는 ‘이용후생’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용후생이란 ‘인간이 도구적 수준에서든 산업적, 문명적 차원에서든 자연과 환경조건의 제약을 극복하면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인류가 선사시대 이래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일들은 이용후생의 일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용후생은 동아시아에서 인류문명의 시초이자, 이상사회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요순시대에 만들어진 말이라는 데서, 이 점 즉 인류사와 이용후생의 연관성을 더 잘 알 수 있다.
당진, 이용후생의 도시 오늘날의 인천(국제공항+항)이나 부산(김해공항+항만)이 한반도와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삼국시대 이래로 가장 오랫동안 세계[중국]과의 소통의 관문을 해 온 도시가 당진(唐津)이다. ‘당진’ 또는 ‘한진(漢津)’이라는 지명이 이를 말해 준다. 이는 당진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이로 말미암아 외부 세계와의 소통은 물론이고 국내 차원에서도 요긴한 수운(水運)과 수리(水利) 관련 문화 및 시설이 일찍부터 발달하였으며, 근세 역사에서 천주교와 동학의 유입과 유통 역시 활발하게 전개되는 사정을 잘 설명해 준다. 근세에 들어 이용후생학파의 태두라고 할 연암 박지원은 당진 관내 면천 지역 군수를 3년간이나 재임하면서 당진의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다양한 이용후생적 행정을 실천하였고, 그러한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이후 『과농소초』라는 그의 대표적인 이용후생학 서적을 남길 수 있었다.
인문도시, 당진학의 미래 한서대학교 인문도시사업단은 당진시의 이러한 특성을 사전 조사를 통해 발굴하고 논찬하여 “이용후생의 인문도시 당진, 신북학파의 인문나루”라는 관점에서 당진의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인류학적 특성을 샅샅이 조사·연구하여 “당진학”이라는 지역학 범주를 창조적으로 구성해 나간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지자체(당진시)의 적극적인 지역 탐구와 지역의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과 욕구가, 학자들의 학문적 전문성과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거두어 나간다는 점에 있다. 이미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민강좌/강연의 수많은 접점들에서 민-관-학이 상호 소통하고, 또 상호 보완-상승의 효과를 경험하고 수용하면서 성과들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한 편의 논문으로서만이 아니라, 다시 구체적인 정책[市政]에 반영되고, 지금 여기의 살아 있는 ‘사람들[시민]’에게로 되돌아간다는 점에서, 살아 있는 학문의 표본이 되어 준다는 점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중요한 밑거름도 되어 준다.
당진의 미래, 지역의 비전 <당진의 선사문화>에서는 ‘당진의 고고학’을 서술하면서 선사시대 시기별로 당진에서 살았던 초기 인류의 자연 이용 능력과 양상 및 생존을 위한 삶의 방식과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고려의 건국과 치국, 그리고 당진>에서는 고려의 건국과 치국(治國)에 기여한 복지겸(卜智謙)과 박술희(朴述熙)의 역할을 중심으로 고려의 건국-치국과 당진과의 관계를 고찰하였다. <당진(唐津)의 유학 전통과 구봉 송익필>에서는 삼국시대 이래 당진 지역의 유학 역사 속에서 주목되는 이용후생적 유학의 전통을 특히 송익필(宋翼弼)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이것이 18세기 이후 연암 박지원의 면천군수 재임 시절, 강필리(姜必履) 등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전통을 조명하였다. <면천 군수 박지원의 목민 활동>에서는 이용후생의 대가 박지원(朴趾源)의 면천(沔川)군수 시절 실제 행정과 정책론을 소개하여, 박지원으로부터 유래한 ‘이용후생학파’라는 호칭의 연원을 재음미하고, 이것이 실제 행정에 적용된 사례를 검토함으로써, 이용후생의 도시 당진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성(聖) 김대건 신부와 당진의 천주교, 그리고 이용후생> 김대건 신부의 삶은 종교 자유를 향한 저항이자 민중의 존엄성과 인권을 각성시키는 계몽적 성격을 띠기도 하여 ‘근대 당진의 저항과 계몽의 이용후생 정신’ 맥락의 선두라는 점에서 살펴보았다. <당진지역의 동학농민전쟁>에서는 ‘합덕기의’와 ‘승전곡전투’ 그리고 ‘이창구의 활동’을 중심으로 동학농민전쟁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당진의 사례를 조명하였다. 당진 동학농민군들은 합덕은 물론 승전곡 전투에서 일본군 1개 소대와 싸워 승전하였다. 이는 이 지역 의병과 독립운동의 정신적 토대가 되었으며, 역사적 측면에서 이용후생을 어떻게 재평가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당진의 3·1운동>에서는 1919년 3·1운동 당시 당진 상황을 소개하였다. 식민지 상태에서는 민중들의 기본적인 생명권, 행복추구권 등이 확보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당진의 3·1만세운동 혹은 4·4만세운동을 ‘저항과 계몽의 이용후생 노력’이라는 시각에서 고찰하는 것은 지극히 유의미하다. <심훈의 저항과 계몽, 이용후생의 한 방식>에서는 일제강점기 대표 지식인이자 예술인 심훈(沈熏)의 삶과 활동을 저항과 계몽이라는 시각에서 고찰하였다. 심훈이 고향 당진에서 소위 ‘농촌계몽소설’ <상록수>를 집필한 것은 단순한 농촌계몽소설이 아니라 조국의 민중이 이 기간의 질곡에서 살아남는 것을 도와주는, 말 그대로 이용후생의 실천이자 독립을 위한 저항과 계몽의 이중주였다. <당진의 문화유산 현황과 활용정책>에서는 20여 년간 당진 관내 문화재(文化財, cultural properties) 업무를 담당해 온 행정공무원의 시각에서 유무형의 당진 문화재를 소개하고 그 활용 방향을 제시하였다. 현재 당진에서는 한국은 물론 세계문화유산들과 어깨를 겨루는 문화재들, 일명 ‘스타문화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면천권(면천읍성, 두견주), 우강·합덕권(가톨릭성지, 합덕제), 송악권(필경사, 기지시줄다리기), 석문·대호지·정미권(4·4독립만세운동, 소난지도 의병항쟁)으로 분류하여 권역별로 선택과 집중의 관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문도시 당진의 도시재생>에서는 지금까지 진행된 당진시청의 각종 공모사업 수주 현황을 중심으로 당진의 도시재생 정책 방향에 대해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안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평생학습도시, 아동·여성친화도시, 인문도시를 추구하는 당진의 특성과 2017년 이후 도시 활력 증진사업을 시작으로 2018년과 2019년 도시재생뉴딜사업 및 2020년 도시재생인정사업으로 진행된 수주 중심의 도시재생사업 현황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추진 방향까지 제안하였다.
■ 저자 안외순 한서대학교 글로벌언어협력학과 교수, 인문도시사업단 단장 안덕임 한서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교수 김영수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학래 군산대학교 역사철학부 철학전공 교수 김문식 단국대학교 사학과 교수 장수덕 호서중학교 교사 김남석 호서고등학교 교사 유진월 한서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남광현 당진시청 문화관광과 문화재팀장 박현옥 청운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교수
책속에서
‘이용후생의 인문도시 당진’은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이러한 자랑스러운 당진의 인문자산들을 충분히 향유함으로써 진정한 이용후생의 의미와 가치를 새기고, 앞으로도 이러한 인문 전통을 대대손손 전수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세계관과 정의감의 ‘정덕’을 보유하고서 ‘자본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짜 산업과 문명’을 감시하고 통제할 것이다. 그것은 박지원이 ‘가짜 도덕’을 팔아 이용후생을 외면했던 조선 후기 지식인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면서 ‘이용·후생·정덕’이라고 했듯이, 이제는 ‘가짜 이용·후생’을 파는 자본과 물질만능주의에 대항하여 다시 ‘정덕·이용·후생’을 되새길 때이다. 어느 때건 길은 하나다. ― 왜 이용후생의 인문도시 당진인가 중에서
당진 지역은 예로부터 사람들이 거주하기 좋은 자연환경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해안 지역에 위치하여 해로를 통한 외부 문화의 유입과 그러한 문화적 요소를 전달해 주는 통로의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자연 입지 환경을 무대로 당진 지역에는 구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였다. 신석기시대에는 서해안식 주거지가 유행하여 서해안을 통한 인근 해안 지역과의 교류를 보여주었다. 청동기시대에는 전기의 역삼동식 문화가 발달되어 차령산맥 동쪽의 충청 내륙 지방과 다른 문화적 특성을 전개하였고 점진적으로 송국리 문화 단계로 이행하여 갔다. 초기철기시대에는 당진 지역이 철기 문화의 유입과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 당진의 선사 문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