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물관으로 출근합니다 박물관에도 큐레이터가 있나요? 학예연구사에게 필요한 시간, 578년 우주엔 블랙홀, 박물관엔 수장고 수장고로 입주합니다 박물관의 정예 부대, 건립추진단 박물관을 움직이는 사람들 레지스트라 K에 대하여 기억전달자, 은퇴한 물건 나만의 컬렉션에서 모두의 유물로 다른 사람으로 살아본다는 것 좋은 시간의 기억 아주 사적인 중박 사용 설명서 박물관 정원 예찬
2. 시간 여행자를 위한 큐레이팅 만약 당신이 큐레이터라면 안 보면 손해 전시 주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큐레이터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전시 기획, 집을 짓듯이 프리뷰의 매력 유물 선정 오디션 큐레이터에게 필요한 협상의 기술 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콘텐츠 디자인 결정적 5분을 위한 공간 연출 전시의 막바지 풍경 알기 쉽게, 보기 쉽게 큐레이터의 노트 시시콜콜한 이야기의 힘
3. 큐레이터의 하루 바람이 지나간 자리, 그다음에 남는 것 일상의 버팀목, 꾸준함 조사 노트에 담긴 추억 점심시간에 할 수 있는 일 한여름 밤의 악몽 하나의 이야기만 남겨야 한다면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것 체념, 도리를 깨닫는 마음 삶을 바꾸는 결정적 만남 오픈 안 한 전시는 없다 엄마는 큐레이터 인생을 멀리 보라고 온 선물 오늘도 야근각 가장 기억에 남는 실수 기억을 부르는 향기 가만히 생각하건대 그래도, 아무튼, 성취감
“박물관에도 큐레이터가 있나요?” ― 은퇴한 유물의 오래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들을 빛나게 만드는 박물관 큐레이터의 일과 전시,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들!
이 책은 ‘큐레이터’ 하면 미술관에서 일하는 전문직으로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맵시 나는 하이힐을 신고 우아한 언어를 구사하는 드라마 속 그 누군가를 상상하는 사람들에게, 오래된 유물들이 모여 있는 박물관에도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일깨워주는 직업 에세이다. 학예연구사, 줄여서 학예사로도 불리는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로 19년 동안 매일같이 박물관으로 출근한 정명희 큐레이터는 그동안 〈꽃을 든 부처〉, 〈대숲에 부는 바람, 풍죽〉, 〈공재 윤두서〉,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등 크고 작은 국내외 전시를 담당했다. 그는 이 책에서 평소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생활인이다가도 유물 앞에만 서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전문가가 되는 박물관 큐레이터들의 일과 전시, 소소한 일상의 기록을 들려준다. 오래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어 시간의 흐름이 더딘 곳처럼 보이는 박물관의 일상은 관람객이 없는 휴관일에 더욱 바쁘다는 것, 박물관 큐레이터는 전시 기획뿐 아니라 행정의 세계도 만만치 않게 받아들여야 하는 공무원이라는 것, 우주에 블랙홀이 있다면 박물관에는 수장고가 있으며, 일반인에게 전시된 유물은 수장고 유물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비롯해 기억전달자인 은퇴한 유물이 수장고로 입주해 주민증을 발급받는 절차와 큐레이터가 유물을 대할 때의 태도와 주의사항, 그리고 전시 기획의 세밀한 과정 등 박물관 큐레이터만이 알 수 있는 직업의 세계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박물관 큐레이터의 삶을 들려주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박물관에는 ‘진짜’가 많지만 전시 기간을 놓치면 다시는 볼 수 없는 ‘기간 한정판’인 것처럼 우리의 일상도 매 순간이 기간 한정판이라 말하는 저자. 그의 글 곳곳에는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의 통찰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그의 사유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우리 또한 한번쯤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박물관의 유물을 다시금 바라보게 되고, 우리의 일상을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나만의 유물과의 만남을 위해 한번쯤, 박물관으로! ― 19년 차 큐레이터의 아주 특별한 박물관 초대장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박물관은 과거에 멈추어 있는 박제된 것들의 보관소이며, 딱딱한 학습 공간이자 현실과 동떨어진 곳이다. 사람들의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큐레이터의 오랜 숙제다. 저자 또한 그러한 열망으로 전시를 기획한다. 이 책에는 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처럼 전시를 기획하고 집을 짓듯이 세밀한 부분을 챙기고, 동료 큐레이터와 디자이너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구하고, 유물을 대여하고, 관람객을 위해 전시 공간의 동선 하나하나를 배려하면서 전시장을 걷고 또 걸어본다. 도록에 ‘큐레이터의 노트’ 코너를 만들어 독자에게 말 걸기를 시도하고, 전시장에서 관람객과 직접 만나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시간에는 시시콜콜한 전시 이면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준다. 그 덕분에 저자를 비롯한 박물관 큐레이터들의 노력이 온전히 녹아 있는 박물관의 특별 전시는 이제 ‘안 보면 손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며, 한번쯤 박물관으로 발길을 인도한다. 저자는 특별 전시 외에도 무료로 전시하고 있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설전시관과 야외정원 이야기도 놓치지 않는다. 박물관 관람 방법은 정답이 없다며, 단 하루 한 번 방문으로는 절대 모두 볼 수 없는 이곳을 숙제하듯 관람하지 말고 뭔가를 알아야 한다는 부담이나 어떤 의무 없이 그저 유물을 마주하라고 권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이 단계를 넘어가면 그냥 저절로 이어지는 느낌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그렇게 유물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특히 저자의 ‘아주 사적인 중박 사용설명서’는 필독을 권한다. 저자의 말대로 상설전시관은 내가 어떤 취향의 사람인지 파악하기 좋은 곳이다. 문자 역사 이전 시기의 유물에 더 끌리는지 아니면 문헌 기록과 유물의 연결 짓기를 더 선호하는지, 평면적인 메시지가 좋은지 아니면 입체적이고 부피감 있는 유물이 취향인지, 화려한 유물에 눈길이 가는지 아니면 소박하고 잔잔한 것에 끌리는지 확인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보면 좋은 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저자가 애정하는 곳도 한번쯤 찾아보고 싶어진다. 비가 올 때는 2층 목칠공예실을, 머리가 아플 때면 3층 도자공예실을 찾아 흙을 구워 유약을 입힌 원숭이, 향로를 받치고 있는 토끼와 눈 맞추고 오고 싶어진다. 야외정원에서는 제 쓸모를 다하고 은퇴 후의 시간을 보내는 보신각종과 ‘국기에 대한 경례 불상’을 만나보고 싶고, 계절마다 산책길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박물관은 큰맘 먹어야 가는 곳, 어디부터 봐야 할지 막막한 곳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한번쯤 박물관을 찾아오는 것, 사실 이것이 저자의 가장 큰 바람이기도 하다.
각자의 보폭으로 자신의 시간을 사는 우리에게 들려주는 무심히 반복하는 일상을 견디는 힘 그리고 좀 더 너그럽게 자신을 대하는 법
이 책은 큐레이터라는 직업 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지만, 모든 에세이가 그러하듯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오로지 박물관과 전시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19년의 시간 동안 큐레이터로서 연구자로서 그리고 엄마로서의 이야기가 때로는 희극처럼 때로는 비극처럼 펼쳐진다. 각자의 보폭으로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고 기억을 수집하는 큐레이터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심히 반복하는 일상의 위대함과, 좀 더 너그럽게 자신을 대하는 법의 소중함을 들려준다. 일러스트레이터 황정하 작가의 그림 또한 큐레이터의 세계와 저자의 내면세계를 완급 조절하듯 넘나들며, 독자로 하여금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살아보라고, 그리고 잠시 쉬어가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황정하 작가(그림)
프랑스 에피날 미술학교에서 이미지 내레이션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고향 금산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을 그리며 농촌 소멸을 막기 위해 마을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그림일기 에세이 『오늘 내 기분은요』가 있으며, 『한번쯤, 큐레이터』, 『아빠 만날 준비됐니?』, 『오늘처럼 비 오는 날』 등에 그림을 그렸다.
책속에서
[P.10~11] 박물관에는 ‘진짜’가 많지만 언제든 그 진짜와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시 기간을 놓치면 다시 볼 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별전은 모두 기간 한정판이다. 우리의 일상 또한 매 순간이 한정판이다. 혼자여도 좋고 함께여도 좋은 ‘오늘의 한정판’을 마주할 때면, 해 지는 모습을 함께 본 그날처럼, 우리의 심장은 조금 더 빨리 뛰고 있을 것이다 ― <프롤로그: 오늘의 한정판> 중에서
[P. 14] “무슨 일 하세요?”“학예사인데요.”“네? 하계사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종종 이런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다. 그럴 때마다 학예사는 학예연구사를 줄인 말이며, 박물관에서 일하는 연구직 공무원이라고 덧붙인다. 그럼 또 큐레이터와 같은 거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 바로 큐레이터라고 하면, 미술관에서나 만날 수 있는 큐레이터가 왜 박물관에 있냐는 표정이다. ― <박물관에도 큐레이터가 있나요?> 중에서
[P. 47~48]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유물을 만지지 마라, 수장고를 지날 때는 눈길이 닿지 않는 유물은 없는지 살펴보아라, 불가피하게 바닥에 액자를 세울 때에는 밑에 각목을 받쳐 공기가 지나는 길을 만들어라. 수장고 복도를 걷거나 전시 장비를 정리하다가 그의 목소리와 선한 눈빛이 떠오르는 날이 있다. (…) K의 온기를 기억하고 있을 유물들에게 그의 부재를 알린다. 그는 자신의 손길이 닿았던 유물들을 잘 알고 있는 과거의 사람들과 같이 있을 것만 같다. 각자가 기억하는 조각이 다르고, 기억의 편린을 연결해 누군가에 대해 쓴다는 게 쉽지 않지만, 우리는 항상 가까이에 같은 모습으로 있을 줄 알았다. 현재가 이렇게 금방 과거가 될지 몰랐다. ―<레지스트라 K에 대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