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엉 남 흐엉 풀에 대해 스쳐 지나는 생각 / 어느 날이 있을 거야…… / 엄마가 부르는 노랫말 속에는
부 홍 순수 / 억울함을 풀어주는 새의 말 / 말띠의 말
판 호앙 의자 / 바람에 맞서는 동요 / 매우 지친 엄마의 한숨 소리
쩐 뚜언 손가락 마술 / 연꽃 / 사는 게 뭔지 오래돼서 잊었다
리 흐우 르엉 전투마 / 용맥 / 이주의 노래
르 마이 산에서 / 가까운 거리 / 늑대 인간 게임
옮긴이의 말 / 하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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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국내 최초 선보이는 베트남 당대 대표 시선집.
호치민, 사회주의, 월남전, 하롱베이 다낭 호이안 관광, 쌀국수, 분짜, 월남쌈, 베트남 신부, 박항서와 베트남 축구. 그렇게 연상되는 베트남이 아니라 그 땅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이들의 애환이 시집에 담겨 있다. 한베문학평화연대는 창립 2주년을 맞아 베트남 당대 대표시선집을 발간한다. 베트남의 실제 모습을 문학작품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취지다. 한베문학평화연대는 격년 단위로 한 해는 소설집, 한 해는 시집을 출간한다. 2020년에는 소설집 『그럴 수도 아닐 수도』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 『사는 게 뭔지 오래돼서 잊었다』 에는 베트남에서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 20명의 작품, 각각 3편씩 총 60편을 실었다. 2018년 창원 KC 국제문학상 수상자이자 베트남 작가회 주석인 응웬 꾸앙 티에우, 문학신동으로 유명한 쩐 당 코아, 천재 작가로 불리는 응웬 빈 프엉, 호치민 장학생(베트남 전쟁 당시 호치민 주석이 인재를 선발하여 해외로 유학 보낸 장학생) 출신의 럼 꾸앙 미, 한국을 비롯하여 해외 36개국에 작품이 소개된 마이 반 펀, 소수민족 출신의 인라사라, 한베문학교류에 커다란 기여를 한 쩐 안 타이, 쩐 꾸앙 다오, 응웬 탄 럼, 투 응ㅤㅇㅞㅅ, 부 홍, 21세기 젊은 시단을 대표하는 르 마이의 시를 볼 수 있다. 1944년생부터 1988년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애환을 볼 수 있다. 베트남 관광이나 언론, 각종 SNS를 통해 알고 있던 베트남과 이 시집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베트남은 얼마나 다를까. 비교해보면 더욱더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조국 사랑에 대해 큰소리로 말하지 마라 오늘 밤만큼은 나는 그저 바란다 조용히 그리워하고 싶다 너를… 「전쟁의 마지막 밤」 부분
이 시의 저자 홍 탄 꾸앙은 ‘조국 사랑에 대해 큰소리로 말하지 마라’며 ‘연인’을 그리워하고자 한다. 군생활을 24년간 한 그가 말하는 ‘조국’과 ‘연인’이라 사뭇 무게감이 남다르다. 흔히 말한다. 전쟁터에서 연인을 너무 그리워하면 연인 곁으로 빨리 가는 게 아니라 저승 곁으로 빨리 간다고. 하지만 홍 탄 꾸앙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전쟁이 일상이었다. 수많은 친구와 친척, 이웃들이 저승으로 때 아닌 시절에 먼저 떠났다. 베트남 전쟁. 한국이 알고 있는 베트남 전쟁은 1964년부터 1975년까지 10여년의 전쟁이었지만 베트남 사람들이 치른 전쟁은 1858년 프랑스의 식민지 정복 전쟁 때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거의 120년간 4대에 걸쳐 장기항전을 치뤘다. 역사를 한참 더 거슬러올라가면 베트남은 기원전 179년부터 40년까지, 기원 후 43년부터 544년까지, 602년부터 923년까지, 1407년부터 1427년까지 4차례에 걸쳐 중국과 1000년 전쟁을 치른 바 있다. 베트남은 중국에 복속 경험이 있는 나라 중 유일하게 독립을 쟁취했다. 홍 탄 꾸앙의 시에서 베트남인들이 지닌 장기항전 DNA를 엿볼 수 있다.
바다는 소란스러운데, 그대는 고요하네 방금 무언가 말하고 조용히 미소 짓는 그대 나는 양쪽 파도를 맞으며 가라앉는 배와 같네 한쪽은 바다, 한쪽은 그대 「해병의 사랑시」 부분
쩐 당 코아의 시 역시 전형적인 선전선동시와는 거리가 멀다. 시적 자아가 조국(바다)과 연인(그대)의 무게를 동일하게 놓고 그 사이에서의 침몰을 감수한다. 베트남인들의 장기항전 DNA는 자연환경과 맥을 같이 한다. 1년 내내 쌀농사가 가능하고 땅속엔 구황작물, 들판엔 바나나 파인애플 야자가 가득하다. 수산물 해산물도 풍부하다. 때문에 베트남에 들어온 세계 최강대국 중국, 몽고, 프랑스, 일본, 미국은 베트남의 버티기 작전을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쫓겨나갔다.
어젯밤 나는 나를 열 수 없었네
마지막 열쇠까지 써보았지만 자물쇠에 꽂을 수 없었네 「자물쇠」 부분, 응웬 꾸앙 티에우
여보세요, 만약 당신이 고양이라면 나한테 한번만 울어주세요 여기의 오후는 너무도 고요하거든요 「외로운 전화」 부분, 응웬 빈 프엉
벽걸이는 원래 고독한데 사람들이 모든 걸 건다 나 역시 원래 고독한데 내게 걸린 생이 요동을 친다 「벽걸이」 부분, 투 응ㅤㅇㅞㅅ
전쟁 트라우마로 베트남 전쟁 세대의 시에는 고독의 정서가 많이 나타난다. 물질문명이 낳은 고독보다 전쟁이 낳은 고독은 그 상처의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 전쟁 트라우마는 때론 강자에 대한 대한 공포심, 복수심으로 나타나거나, 살생의 아픔, 생명존중으로 나타난다. 그리로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아래의 시처럼 시간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깨달음으로 나타난다.
하룻길 떠나면 새와 구름이 하늘에 선을 긋지 않고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하룻길 떠나면 비가 양쪽 논에 물을 나눠 주는 게 보인다.
하룻길 떠나면 바람이 양쪽 숲에 시원한 기운을 보내주는 게 보인다. 「배우다」 부분, 쩐 꾸앙 다오
베트남은 오랜 전쟁 속에 수많은 고통과 희생을 치뤘는데도 문학에 섬뜩한 날이 서있는 경우가 드물다. ‘물러간 적에게는 복수하지 않는다.’라는 속담. ‘그대 계속해서 가라. 그러면 어디든 도달할 것이다.’라는 베트남전 당시 항전구호. ‘과거를 닫고 미래로 나아가자.’라는 외교 슬로건. 한결같이 여유로우면서도 외유내강의 특징을 보여준다.
호치민 장학생인 럼 꾸앙 미 시인은 자신의 시에 이렇게 쓴다.
때때로 나의 시는 가느다란 실바람 같다 (중략) 때때로 나의 시는 순진한 어린 아이 같다 (중략) 그리고 나는 늦가을의 마른 잎 같아서 「나 그리고 시」 부분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의 글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말랑말랑하다. 그런데 럼 꾸앙 미 시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를 해외유학길로 떠나보냈던 호치민 주석도 마찬가지다. 호치민 주석은 「정월 대보름」이라는 한시에서 ‘포연 가득한 곳에서 군사 얘기 하다 / 한밤 중에 돌아오려니 달빛이 배에 가득 실려있다.’며 달관의 면모를 보여준다. 호치민 주석이 뛰어난 문학가였다는 사실은 베트남 작가들의 자부심인 동시에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베트남 작가들은 호치민 주석이 지닌 낭만적 감성에 기대어 자신의 작품에 낭만적 세계관을 표현하는데 꺼리낌이 없다.
같은 유교문화권에 비슷한 역사를 거쳐왔음에도 베트남 사람들의 세계관은 한국 사람들과 사뭇 다르다. 파고들면 들수록 서서히 문화충격이 온다. 베트남 시를 읽는다는 것, 그것은 시야를 흐리게 했던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를 다 읽고 나면 베트남이 그 이전과 다르게 보인다.
책속에서
시는 개인만의 개성이 응축된 광활한 세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히 고정된 것도 없고, 공통분모도 없습니다. 공통분모가 없기 때문에 순수한 시는 대화 그 자체이며, 그것은 모두에게 평등한 대화입니다. 그러하기에 한국독자들이 베트남 시를 읽을 때, 제가 소개한 시인들과 대화를 눈으로나마 나눠보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시에 깊이 들어가다보면 그들의 떨림과 비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느낌이 서로에게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소개하는 글 - 응웬 빈 프엉(베트남 작가회 부주석)
내일이면 된다 가능은 불가능이 되고 불가능은 가능이 된다 조국 사랑에 대해 큰소리로 말하지 마라 오늘 밤만큼은 나는 그저 바란다 조용히 그리워하고 싶다 너를… 홍 탄 꾸앙 「전쟁의 마지막 밤」 부분
바다는 소란스러운데, 그대는 고요하네 방금 무언가 말하고 조용히 미소 짓는 그대 나는 양쪽 파도를 맞으며 가라앉는 배와 같네 한쪽은 바다, 한쪽은 그대 쩐 당 코아 「해병의 사랑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