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국회도서관 홈으로 정보검색 소장정보 검색

목차보기


제1부 깨진 창 사이로


깨진 창 사이로
작아지기
눈이 감긴다
나비
물맛
시 창작 입문

제2부 내일은 내일 끝난다
우도야 게 섰거라

아쉬울 때 그만, 하면
너 이제 다시는 그렇게 살지 말아라
내일은 내일 끝난다
나는 너무 밝은 빛
구름
미안하오
백지
어떻게 그래
안경

제3부 그 길에
그 길에
우주
심청전
딸기
비웃다
기록되지 못한 삶
오버워치
화살
죽음
김치볶음밥
두부된장국

제4부 우도
염치
글쓰기와 시 쓰기는 다른가
이 밤에
새벽
에이, 뭘 그래
나는 죄인이다
쓸 것도 없어
무엇을
우도


산문 | 나는 누구인가
연보 | 우리 오빠, 정해강
발문 | 미완으로 완성된 시집·남호섭

이용현황보기

내가 모르는 저 숲이 먼저 나를 알아본다 : 정해강 시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2856055 811.15 -22-682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생명에 대한 연민과 근원적 물음,
자기 성찰을 노래한 청년시인 정해강


그도 지렁이처럼 제 몸이 닳도록 시를 썼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졌지만, 그가 남긴 흔적들은 이렇게 남았다. 그리하여 이 시집은 그가 지은 작은 집 한 채다. 비록 육체는 사라졌지만 죽지 않은 그가 늘 우리를 초대하는 집이다.

남호섭(시인), 해설 중에서

뭇 생명들에 대한 연민과 자기연민을 풀어내는 시 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청년 시인, 정해강의 유고 시집.

이 시집에는 “나는 시를 써야 한다 / 시는 마음을 고독하게 한다 / 고독은 영혼을 살찌운다 /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도 계속 써야 한다”며 ‘변화를 잉태하는 글쓰기’를 고민했던 시인의 시 40편이 실려 있다. 총 4부로 나뉘어 실린 40편의 시에는 “가슴에 시를 끌어안고 살면서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것을 눈치 챘던 스물한 살 청년 시인의 시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주에서 인간이 무가치하고 자신 역시 그러하다는 의식, 불완전하고 나약한 존재로서 인생의 공허와 허무를 위무하는” 시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면서 자기완성에 이르고자 했던, 순수 청년시인의 시는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입대 3개월 후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시인의 유품을 정리하던 부모는 고인의 노트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시를 모아서 고교시절 시인을 지도했던 남호섭 시인에게 보냈다. 그가 “지렁이처럼 제 몸이 닳도록 시를 썼”고, 시를 쓰면서도 자기 시에 대한 성찰을 멈추지 않았던 ‘시인’이었음을 잘 알고 있던 남호섭 시인은 시들을 선별하고 정리하여 작은숲출판사 사십편 시선의 33번째 시집으로 출간했다. “퇴고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그는 바쁘게 갔지만” 그래서 “미완으로 완성된 시집”이다.

정해강 시인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산청 간디학교를 졸업하고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에 다니다 입대 3개월 만인 2020년 3월 순직했다.

“이제 나는 한 달 뒤면 군대로 간다/그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다/시를 쓸 것이다”고 다짐하던 시인은 한 순간도 시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뭇 생명에게까지도 존재에 대한 고민과 연민을 멈추지 않았던 순수한 시인의 시들은 부끄러움을 잊어가며 자기 욕심으로 가득한 사람들, 그리고 존재의 근원을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남는다.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P.16] 진 창 사이로

찬 복도 바닥에 앉아 다리가 저리다
어느 틈에 다리는 감각을 잃었다
창 밖에서는 신선한 바람이 자유로이 뛰논다
아버지, 어머니. 비상구 표시등 아래에
죽음이 살림을 차렸다
한밤중에 길 잃은 나그네가
수백 개의 눈으로 감지한 불빛
그는 발작 중에 힘을 잃어갔다
인간에게는 비상구인 것이
다른 짐승에게는 어떠한가
깨진 창 사이로
미풍이 불어오고 여기 멈췄다
모든 흔들리는 것들은 사실 정지해 있다
바람은 어디서나 생동한다
느낌은 주관적이나
나는 이것들이 조금 가여워졌다
[P. 34] 내일은 내일 끝난다

내일은
내일이 돼야 시작되고
내일은
내일이 시작돼야 끝날 수 있다

삶은 사람을 빚는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을 마저 살아야
내일도 온다

어제 밥 먹고
일하고
똥 누었듯
오늘 그리하면

그러나
내일은 그냥 오지 않아서
오늘은 오늘도
죽음을 맞는다

숨진 오늘을
낙엽처럼 밟으며
강물처럼 유유히
걸어가 보려 한다
[P. 44] 안경

나를 벗겨낸
안경이 나를 보고 있다

안녕

안경, 나를 쳐다본다
텅 빈 눈으로
나를 벗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