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性理學의 연원 ≪이정전서二程全書≫, 세계 최초로 완역을 시도하다 조선시대 학자들은 송대宋代의 성리학, 그중에서도 정주학을 위주로 하였다. 주자서朱子書를 위주로 학습하였지만, 그 연원인 이정二程(정이程頤, 정호程顥) 형제의 학문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져 조선 후기에는 ≪이정전서≫의 글을 유형별로 분류한 ≪정서분류程書分類≫가 편찬되기도 하였다. 성리학의 측면에서 ≪이정전서≫가 조선 학계에 미친 영향은 ≪주자전서≫ 다음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정전서≫의 완역은 한․중․일을 비롯해 전 세계 최초로 이뤄지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이정의 학문과 사상을 한 자리에서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연구자들에게 보다 종합적인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학 및 동아시아학의 문학, 역사, 사상, 경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 유익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정전서≫의 구성과 내용 ≪이정전서≫는 이정 형제의 철학 사상에 관한 내용을 총괄하여 엮은 책이다. 이정 형제가 직접 저술한 ≪문집文集≫, ≪경설經說≫, ≪역전易傳≫을 비롯하여, 이정 사후 후인들이 수집하여 편찬한 ≪유서遺書≫, ≪외서外書≫, ≪수언粹言≫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유서≫는 주희朱熹가 이정의 어록語錄을 편찬한 것이고, ≪외서≫는 주희가 ≪유서≫를 편찬한 뒤 누락된 것을 후대 학자들이 수습하여 편찬하였다. ≪수언≫은 이정의 문인 양시楊時(북송北宋)가 이정의 어록을 바로잡아 고친 것을 장식張栻(남송南宋)이 새로 편집해 만든 책이다. 내용은 ≪유서≫ 및 ≪외서≫와 유사하나, 이정의 어록 중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 주요 주제별로 분류해놓음으로써 이정의 학술과 사상을 주제별로 이해하는 데 편리하다. ≪문집≫은 이정의 시문집으로 시詩․표表․소疏․서書․기記․제문祭文․행장行狀․묘지墓誌 등이 실려 있고, ≪경설≫은 정호와 정이가 남긴 경전에 관한 설이 경전별로 분류되어 있는 책인데, 편찬자는 분명하지 않다. ≪역전≫은 정이가 저술한 ≪주역周易≫에 관한 주석서로 정이는 이 책을 저술한 뒤 문인들에게조차 공개하지 않고 70세까지 수정하려고 하였으며, 노년에 문하의 제자들이 청한 뒤에야 보여주었다고 한다. 양시의 <발어跋語>에 의하면 이 책을 문인 장강張絳에게 주었는데, 장강이 갑자기 죽어 원본이 없어졌으며, 이 때문에 양시가 여러 사람에게 전하는 것을 수습하여 교정했다고 한다.
제자들의 기록에서 수습한 스승의 자료, ≪이정외서二程外書≫ 본 역서는 수십 년간 경학 연구와 번역에 종사한 전문 연구자 및 번역자가 팀을 꾸려 완성한 책이다. ≪역주 이정전서≫는 총 11책으로 완역할 예정이다. 이번에 간행된 ≪역주 이정전서 4≫부터는 ≪이정외서二程外書≫가 시작된다. 권30 <외서外書 1>에서 권39 <외서外書 12>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주광정朱光庭․진연陳淵․나종언羅從彦 등 이정의 학문을 계승한 제자들의 기록에서 수습한 것이다. 주로 ≪논어≫를 비롯해 ≪맹자≫․≪시경≫․≪주역≫ 등에 보이는 주요 문구를 풀이하여 단편으로 구성하거나, 정자程子와 제자가 나누는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풀이 과정에서는 다른 경전의 내용을 인용하여 풀이하는 이경증경以經證經 방식을 차용하면서 경전의 내용을 서로 소통시키기도 하였다. 번역자들은 연구자를 고려하여 원문에 충실한 전문적인 번역을 추구하고, 동시에 일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저본에 인용된 수많은 전적의 내용과 인물을 정확하게 찾아 확인하고 이를 주석으로 밝혀 전문성을 확보하였으며, 현대의 언어감각에 부합하는 적절한 어휘를 찾아 표현하려 노력하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전문적인 지식 습득과 현대적 번역의 이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속에서
학문의 근본
군자는 경敬함으로써 내면을 바르게 하고 의義함으로써 외면을 방정하게 하는 것으로 학문의 근본을 삼는다. - 권30 <주공섬朱公掞
의 기록에서 수습한 글[朱公掞
錄拾遺]> 중에서
올바른 학문의 자세
배우기만 하고 사색하지 않으면 터득함이 없기 때문에 얻음이 없고, 사색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진보하지 않기 때문에 위태롭다. 널리 배우며, 자세히 질문하며, 신중히 사유하며, 명확히 분변하며, 독실히 실천하는 것, 이 다섯 가지 중에 하나라도 폐지하면 학문이 아니다. - 권34 <나씨羅氏의 기록에서 수습한 글[羅氏本拾遺]> 중에서
양보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인仁은 자기에게 달려 있으니 양보하는 것은 불가하다. 아름다운 명성 같은 것은 외부에 있는 것이니 양보하지 않을 수 없다. - 권36 <유씨游氏의 가본家本에서 수습한 글[游氏本拾遺]>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