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역대군감≫ 국내 최초의 완간 ≪역주 역대군감≫은 한국고전번역원 홍기은 연구원과 전백찬 연구원이 함께 번역하였다. 한문 전적이 한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숙련된 번역 능력을 필요한다는 점에서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우리나라 문집과 역사서를 오랫동안 번역해온 두 연구원의 능력이 이 책에 잘 발휘되어 있다. 본서의 번역은 한문 원전의 원의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30여 년간 동양고전 번역을 이끌어온 본회의 연구진들이 기획과 윤문을 담당하였다. 국내외 연구 성과를 역주譯註에 폭넓게 반영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으며, 원문은 우리나라 전통 방식으로 현토懸吐하였다. 또한 저본은 규장각에 소장된 선본善本을 활용하여 학술적 의미를 부여했으며, ≪제감도설帝鑑圖說≫, 각종 제왕도帝王圖 등 도판圖版이 제공된다. 국내 최초로 ≪역대군감≫을 완역하여 총 4책으로 간행하였다.
임금이 거울로 삼은 책 ‘감鑑’은 ‘거울로 삼다’는 뜻으로 본받거나 경계할 때 쓰는 말로, ≪역대군감歷代君鑑≫은 임금들이 자신의 행실을 반추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거울이다. 본서는 명나라 대종代宗 경태제景泰帝가 중국 상고시대부터 명나라까지 89명의 임금들을 뽑아서 선정善政을 본받고 악정惡政을 경계하기 위해 편찬한 책이다. 이들 중에 55명은 명군들이고, 34명은 폭군이나 무능한 임금들이다. 훌륭한 임금으로는 요․순․우․탕 같은 전설적인 성군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한 고조 유방, 명견만리明見萬里의 고사로 유명한 광무제,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유비, 당 태종 이세민 등을 들고 있다. 악정에 행한 임금으로는 말희妺喜와 달기妲己 같은 미녀들에 빠져 있던 걸왕桀王과 주왕紂王에서부터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제, 술에 취하면 사람을 죽인 북제北齊의 문선제文宣帝 등을 들고 있다.
영조가 정조의 총명함을 가상히 여기고 상으로 준 책 ≪역대군감≫은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책이다. 그렇지만 조선시대에는 세조 때부터 읽어왔던 책으로 숙종은 홍문관에 명하여 우리나라 판본으로 간행하게 하였으며, 특히 영조는 매우 열심히 읽어 <어제역대군감소지御製歷代君鑑小識>를 짓기도 하였다. 어느 날 영조는 왕세손이었던 정조에게 경계하는 글을 전하였는데, 정조가 동궁東宮의 관원들과 문답한 내용이 정밀하고 절실하자, 영조가 정조에게 이 책을 주면서 “이 ≪역대군감≫을 가지고 너의 총명한 데에 상으로 준다.”고 하였다. 이처럼 ≪역대군감≫은 임금이 임금답게 되기 위한 책이지만 그 속에는 리더의 자리에 있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정치를 담당하는 분뿐 아니라 각계 인사, 역사 속에서 리더십의 참모습을 알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책속에서
인재를 기용하여 천하를 얻다 한漢나라 고조高祖가 말하기를, “공公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군막 안에서 전략을 짜서 천 리 밖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자방子房(장량張良의 자)만 못하고, 국가를 진정시키고 백성을 위무하여 식량을 공급하고 군량이 끊이지 않게 하는 것은 내가 소하蕭何만 못하고, 백만의 군대를 연합하여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취하는 것은 내가 한신韓信만 못하니, 세 사람은 모두 인걸人傑들이다. 그런데 내가 이들을 기용하였으니,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이다. 항우項羽는 범증范增 한 사람이 있었는데도 그를 기용하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그가 나에게 잡힌 이유이다. - ≪역대군감≫ 권6 서한西漢 고제高帝 중에서
천하의 명장 마원馬援을 얻다 광무제光武帝가 웃으며 마원馬援에게 이르기를 “경이 두 황제의 사이에서 분주히 왔다 갔다 하고 있으니, 지금 경을 만남에 사람으로 하여금 크게 부끄럽게 한다.” 하였다. 마원이 머리를 조아려 사례하고 인하여 말하기를 “당금의 세상에는 단지 군주가 신하를 가려서 쓸 뿐만 아니라, 신하 또한 군주를 가려서 섬겨야 합니다. 신은 공손술과 같은 고을에 살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서로 친하였습니다만, 신이 지난번 촉蜀에 도착했을 때 공손술은 창을 잡은 호위병을 섬돌에 세운 뒤에 신을 나오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신이 지금 먼 곳에서 왔는데 폐하께서는 어찌 신이 자객이나 간사한 사람이 아닌 줄을 아시고, 소탈하게 대하기를 이와 같이 하십니까?” 하니, 광무제가 다시 웃으며 이르기를 “경은 자객이 아니라 다만 세객일 뿐이다.” 하였다. - ≪역대군감≫ 권10 동한東漢 광무光武 중에서
창업이 어려운가 수성이 어려운가 방현령房玄齡은 말하기를 “처음 창업하여 어수선한 시기에는 여러 영웅들과 함께 일어나 힘을 겨룬 뒤에 그들을 신하로 삼아야 하니 창업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였고, 위징魏徵은 말하기를 “예로부터 제왕들은 모두 험난한 가운데에서 천하를 얻어 안일한 가운데에서 천하를 잃었으니, 수성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였다. 당 태종唐太宗이 이르기를 “방현령은 나와 함께 천하를 취하여 구사일생으로 난관을 헤쳐 나왔기 때문에 창업의 어려움을 아는 것이고, 위징은 나와 함께 천하를 편안히 하여 항상 교만함과 사치가 부귀에서 생겨나고 재앙과 난리가 소홀한 데서 생겨나는 것을 걱정하였기 때문에 수성의 어려움을 아는 것이다. 그러나 창업의 어려움은 이미 지나갔거니와 수성의 어려움은 이제 공들과 함께 삼가야 할 일이다.” 하였다. - ≪역대군감≫ 권16 당唐나라 태종太宗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