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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여성은 투명 인간이 아니다

1장 호칭: 여성을 부르는 사회적 약속
사회는 여성을 어떻게 부르고 있나? / 정경부인에서 여걸까지, 여성의 사회적 호칭 / 성품과 자질에 성차性差가 있을까? / 세속 부인과 다르다는 말은 칭찬인가, 비하인가? / 남자보다 나은 여자는 더욱 남자답다?

2장 아내: 현모양처는 없다
아내의 역할은 내조? / 청렴은 부부 공통의 생활윤리 / 돕는 아내 이상을 뜻하는 현부 / 아내는 지기이자 솔메이트 / 남편의 스승이자 멘토, 리더였던 아내 / 나를 품어준 아내는 헌신한 건가, 착취당한 건가? / 협력하는 공인 아내

3장 노동: 일한 것을 노동으로 여기지 않는 딜레마
신분과 상관없이 언제나 일하고 있는 여성 / 봉양은 돌봄 노동 / 일해도 일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그림자 노동 / 힘든 내색 않는 어진 여자의 아이러니 / 양반여성이 하면 여공, 여종이 하면 일이 되는 노동 현장에서 / 타고난 게 아니라 ‘배우고 익힌’ 결과 / 가정 관리와 가계 경영의 전문가 / 가정을 넘어 마을과 사회까지 돌보는 여성 /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 했던 영혼 노동 / 여성의 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구조, 이에 따른 어휘적 결핍과 오류

4장 문자: 여성 문해력의 진실
여성은 정말 글을 몰랐을까? / 여성은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 여성은 언제, 누구에게서, 어떻게 글을 배웠나? / 언문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하다 / 한문 서적을 읽으며 지적 토론과 학문 활동을 하다 / 왜 글을 읽을 줄 알면서 아는 척하기를 꺼렸을까? / 읽고 외는 대신 듣고 외며 공부하다 / 구술 청취로 남은 기록의 현장성

5장 생명 정치: 여성의 생명 권리를 앗아간 사회
섹슈얼리티의 생명 정치를 다시 보다 / 열녀의 탄생 과정과 배경 / 시선의 그물망 속에 갇힌 미망인의 삶 / 왜 즐기며 행복하게 살 마땅한 권리가 없었나?

6장 평판: 사회 감시망 속 소문과 평판
양반 여성의 삶은 문지방을 넘어서지 않는다? / 규문 안팎을 넘나든 여성의 존재감 / 양반 여성의 사회적 관계망과 평판 형성 / 사회적 감시와 인정 구조 속 평판이라는 딜레마 / 여성 평판의 역설

문서 기록의 행간과 이면의 그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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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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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란 무엇인가?”
이름은 존재를 규정하지만, 존재는 이름이 있건 없건 변함이 없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름이란 게 무슨 소용인가? 장미꽃은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똑같이 향기로울 게 아닌가? (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어떻게 불리느냐에 따라 시선은 달라지기에 이름은 존재를 규정하지만, 존재는 이름이 있건 없건 변함이 없다. 중요한 건 실제 존재다. 하지만 현대인이 역사 속 존재를 이해하려면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기록에는 이름이 남아야 한다.
조선시대 남성들은 능력과 배움을 인정받아 각 분야의 관직에 올랐고, 실질적 힘을 지닌 당파와 학파를 형성해 지식과 권력을 계보화했으며, 설령 정치적, 사상적, 경제적 사유로 이런 일에서 배제되더라도 최소한 자기 이름으로 글을 써서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여성은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이름 대신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 남편의 직위로만 기록되었다.

역사 기록 주체가 될 수 없었던 그녀들, ‘남성들이 기록한 그녀들’에 대한 오해를 벗겨내다!
조선시대 3000여 편의 문헌 자료를 분석, 해석하여 소환한 조선시대 양반 여성의 본모습!

다행스럽게도 조선시대에는 사람이 죽으면 망자의 생애를 글로 남기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문집 기록은 대부분 양반 남성이 한문으로 썼기에, 자연스럽게 젠더에 대한 이해에 남성 관점이 반영되었고, 이렇게 서술된 여성들이 전형화되었고, 여성은 자신의 이름 대신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어머니 같은 형태로만 기록되었다. 기록에서 이름을 지웠다고 그녀들의 진짜 모습도 지울 수 있을까? 이름을 가려도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록의 행간을 읽어내고 이면을 들여다보면 날것 그대로의 그녀들이 누워있다.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양반 여성에 관한 문헌의 행간과 이면을 보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 여성상이 실재했던 삶의 일부에 불과하고, 실제 당시 여성의 삶은 더욱 풍부했고, 사회적 실천과 역사에 대한 기여가 훨씬 확장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작업을 ‘양반 여성’에 대한 문헌 분석에서 출발했다. 기록을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 어쩔 수 없이 양반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반 여성에 대한 기록을 보면, 이들이 관계 맺은 종, 기생, 첩, 무당, 점쟁이, 이웃집 여인, 양민, 상인, 궁녀, 왕실 여성 등 다른 신분의 여성에 대해서도 파편적으로나마 접근할 수 있다.

조선시대 문헌, 실증 자료로 해석하고 복원해낸 조선시대 양반 여성

이들을 이해하려면 문자 이면 너머의 작은 흔적도 깊게 분석하고, 행간과 문맥을 풍부하게 해석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양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실증적 자료에 근거해 해체하고, 해석학적으로 복원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피기 위해 ‘호칭, 아내, 노동, 문자, 생명 정치, 평판 등’의 키워드로 각 장을 구성했다.

1) ‘호칭’에 따른 여성의 지위와 ‘아내’ 역할에 대한 재조명
현모양처, 순종과 내조가 진정 조선시대 여성을 상징하는 단어일까? 현재 한국에서 여성을 부르는 호칭에 대해 사유하면서 조선시대의 사례를 검토하고, 이른바 상식으로 알려진 ‘현모양처’가 당시에 널리 쓰인 용어가 아니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여성을 지칭하는 다양한 명칭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현재 알려진 전통적 여성상은 당시 여성의 부분에 불과하며, 실제 다양한 여성의 역할과 실천이 있었다는 것과 이를 이해하려면 당대 여성의 삶에 대한 확장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이와 더불어 ‘내조’라는 용어가 아내의 역할을 남편의 보조자만으로 한정 짓는 모순을 함축한다는 점도 성찰하고, 조선시대 아내의 본모습은 남편의 진실한 친구이자 멘토, 때로는 스승이었음도 밝힌다.
2) 당시 여성의 실제 ‘노동’ 강도
양반 여성은 화려한 치장과 사치를 하고, 안방에 앉아 모든 일을 종에게 시켰을까? 실제 조선시대 양반 여성들은 하루 종일, 어디서나 일했다. 그러나 노동은 부덕(婦德)이라는 이름 하에 마땅히 해야 하는 도리로만 여겨졌다. 가족의 생계를?책임져야 하는?여성의 의무에 더해, 그 일을 불평 없이 묵묵히 해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 당시 여성은 노동의 가치를?인정받기보다?겸손한 태도를?요구받고,?진정성 여부까지 평가받았다. 일해도 일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은 그녀들의 노동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해 본다.
3) 여성의 실제 ‘문해력’과 식견 수준
여자에게는 글을 가르치지 않았다? 관습이 막아도 비공식적으로 언문 교육을 받은 여자가 많았고, 한자 교육을 받은 여자도 있었다. 여성에게는 공식 교육이 주어지지 않아 아버지와 남동생, 오빠가 글을 읽고 외며 공부하는 소리를 귀로 듣고 읊조리며 외워 공부하기도 했다. 실제 상당한 수준의 식견을 가지게 되어 남자 가족들과 정치와 시사에 대해 토론하는 수준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의 여자는 글을 아는 걸 끝까지 감추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가족들은 여성이 죽은 다음에야 그녀의 유품을 통해 그녀가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다. 그녀들은 왜 알면서 아는 척할 수 없었을까? 이 책은?이에 대해서도 상세히 살폈다.
4) 여성의 목숨에 ‘정절’과 ‘평판’이 미친 영향력
오늘날 열녀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순결의 개념은 여전히 남아있다. 조선시대에는 남편을 따라 죽어 정절을 지킨 여자를 열녀로 추앙했다. 그런데 이것이 진정 추앙받을 일일까? 남편의 생명이 왜 아내의 생명권을 결정하는가? 조선시대 여성은 왜 자기 목숨에 대한 결정권을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건가? 목숨을 던질 때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과 속 사정은 어떠했을까? 이 책은 조선시대 열녀와 정절에 대한 진실을 파헤친다. 또한 여성에 대한 주변의 평판이 여성을 열녀로 추앙하기도 하고, 자결을 부추기거나 살아남아도 미망인으로서의 나머지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했다.
조선시대 여러 여성 규범서에는 ‘여성의 존재와 행실은 문지방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많은 문헌에 실제 그러했다 기록되었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 ‘규문 밖을 나서지 않았으나’, ‘마을 사람들에게 평이 좋았다’와 같은 기록 내 모순 사례가 많이 발견된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존재에 대해 어찌 문밖 사람들이 평할 수 있었을까? 기록 간 모순은 왜 있는 걸까? 실제로 평생 집 안에만 있는 그림자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양반 여자들의 실제 활약상을 드러낸다.

젠더와 인권 감수성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현대사회에 고하다

이 책의 저자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최기숙 교수는 고전문학과 한국학, 젠더와 감성 연구를 하고 영역을 횡단하며 글을 쓰는 창의활동가다. 저자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자존감을 지키고 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평생 교육이 필요하고, 젠더 이해와 감수성의 차원도 예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충분히 문자화되지 않았지만, 여성의 역량과 힘이 모든 성별의 사람들에게 문화 유전자로 전승되었기에 지금 우리의 삶이 역동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전통 사회에 대한 확장적 이해, 여성의 역량과 역할에 대한 심화된 이해가 현대 사회와 문학, 문화, 예술, 감각에 유용한 암시와 창의적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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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9] 기록된 것의 비중대로 역사와 삶을 이해하면, 존재했지만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 스스로 무언가를 기록할 기회와 권한이 없는 이들은 그저 투명 인간이 되고 만다. 그런데 정작 역사를 투명하게 만드는 힘은 과거의 제도나 이념의 한계에서 오는 게 아니라, 지금 실재하는 생각과 관점에서 발휘되는 건 아닐까?
[P. 29] 여사, 여중군자, 군자, 여걸, 임하풍 등의 호칭과 단어는 여성의 정체성을 아내, 어머니, 며느리 등 가족 관계 역할로 한정하지 않는다. 삶을 대하는 여성의 태도와 지향에 정체성을 부여한 사회적, 역사적 호칭이다. 여성의 인격, 지향하는 바, 가치관을 인정하고 정체성으로 부여하는 ‘인정 구조’가 실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