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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말 11
곤충 13
1. 2. 3. 4. 5 15
아침의 빵 17
오월의 리본 19
초록 21
제비꽃 무덤 23
눈을 뜨기 위하여 25
꽃 피는 드넓은 하늘에 27
봄 29
꽃 31
별자리 35
전주곡 37
어두운 노래 53


기억의 바다 57
바다의 천사 59
구름과 같이 61
녹색 불꽃 63
녹색의 투시 67
The street fair 71
The Madhouse 75
유리의 날개 79
꿈 81
어두운 여름 83
프롬나드 91
단순한 풍경 93
포도의 오점 97
대화 99
단편 103
여름의 끝 105
구름의 형태 107
Finale 109


잠들어 있다 113
가을 사진 115
낙하하는 바다 117
태양의 딸 119
죽음의 수염 121
그 밖의 다른 것 123
계절의 모노클 125
신비 127
종이 울리는 날 129
오팔 131
검은 공기 133
녹슨 나이프 135


출발 139
눈이 내린다 141
눈 내리는 날 143
산맥 145
겨울의 초상 147
겨울 시(일부ㆍ합작) 155
옛날 꽃 157
백과 흑 159
매년 흙을 덮어줘 163
등 165
눈의 문 167
언어 169
순환로 171
계절 173

옮긴이의 말 174
수록 지면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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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1930년대 일본 시단에 파랑을 일으킨 천재 모더니스트의 등장
잠을 잊은 파도의 언어로 사계를 노래한 시인
사가와 치카 국내 첫 번역


“마드무와젤 사가와 치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제아무리 진보적인 시인이라 해도 그녀의 진정한 재능을 아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그만큼 그녀는 젊다. 그러나 그녀의 에스프리는 이미 완전한 세련미에 이르렀으며, 낭랑한 하나의 왕국을 이루고 있다”
―기타조노 가쓰에(北園克衛)

1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채를 잃지 않고 오늘날 ‘일본 현대 시의 선구자’로 재조명받는 시인, 사가와 치카의 시집이 읻다 시인선 열네 번째 책으로 소개되었다. 일본 문단의 미래파 운동을 이끈 시인 기타조노 가쓰에는 열아홉 살이었던 사가와 치카가 건넨 시 한 편을 읽고 단번에 그 천재성을 알아보았다. 이후 모더니즘 문학의 지평을 넓혔던 여러 지면에 그의 시를 소개하며 본격적인 새로운 모더니스트 시인의 등장을 예고했다. 그리고 습작기 없이 온전한 시 세계를 구축한 이 젊은 시인의 기지에 문단은 주목했다.
‘일본의 첫 여성 모더니즘 시인’으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지만, 생전에 한 권의 저서도 남기지 않았고 스물네 살의 나이에 요절하여 그의 이름은 오랫동안 아스라한 신화로 남겨져 있었다. 4부로 이루어진 이 시집은 시인의 생애 첫 시와 마지막 시로 막을 열고 닫는다. 그 사이에 시의 계절은 봄에서 겨울로 흘러가 있다. 길지 않은 생애 동안 시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좇았던 시인의 행로를 함께 따라가 보자.

푸른 말의 계절

말은 산을 달려 내려와 발광했다. 그날부터 그녀는 푸른 음식을 먹는다. 여름은 여자들의 눈과 소매를 푸르게 물들이고 마을 광장에서 즐거이 빙빙 돈다.
―〈푸른 말〉 중에서

말은 방금 근처에서, 따뜻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먼 세월이 한꺼번에 흩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계절〉 중에서

본명은 가와사키 아이. 1911년 2월 14일 작은 바닷가 마을 요이치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같은 학교 사범부에 진학하여 영어교원자격까지 취득했지만, 시를 사랑했던 오빠 노보루와 훗날 일본 문학사의 주요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 이토 세이를 따라 도쿄로 상경해 그들이 마련한 목조 건물 3층의 작은 사무실에서 일했다. ‘사가와 치카’라는 필명은 이때 그들이 창간한 《문예리뷰》에 번역 작품을 게시하며 처음 썼다. 이듬해 같은 건물 2층에 살고 있던 시인 기타조노 가쓰에에게 첫 시를 보여주었고, 그렇게 시인으로 데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때때로 아래층으로 얼굴을 내밀고 시에 대한 조언을 구했던 치카는, 이후 당대 모더니즘 시인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다양한 지면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독자적인 시풍을 심화시켰다. 번역가로도 계속 활동하여 미나 로이, 버지니아 울프, 존 치버 등 유수한 영미 문학가들의 글을 번역해 소개했다. 스물한 살에 출간한 제임스 조이스의 번역 시집 《실내악室樂》은 그녀가 살아생전 출간한 유일한 단행본이기도 하다.
말을 좋아했던 시인의 첫 시와 마지막 시에는 모두 말이 등장한다.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출발해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작정 도쿄로 향했던 치카. 제임스 조이스를 연상시키는 동그란 안경과 직접 디자인한 검은 벨벳 스커트를 입고, 긴자 거리를 가로지르는 치카의 활보가 시 곳곳에 묻어 있다. 1936년 1월 1일 발표한 시 〈계절〉에서 말은 짙은 녹음이 우거진 고갯길에서 비로소 걸음을 멈추고 따뜻한 기운을 감지하며 “먼 세월이 한꺼번에 흩어지는 것을” 본다. 이 시를 끝으로 발표하고 6일 후 시인은 “모두 사이좋게 지내요. 고마웠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같은 해 11월 이토 세이의 편집으로 《사가와 치카 시집》이 처음 출간되었다.

생과 빛의 틈을 발견하는 환시의 감각

의사는 나의 얇은 망막에서 푸른 부분만을 떼어내리라. 그렇게 된다면 나는 더욱 활기차게 인사할 수도 있고 정직하게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어두운 여름〉 중에서

“전류와 같은 속도로 번식하”는 곤충, “닭이 차츰 피를” 흘리자 찌부러지는 태양, 그리고 “잔혹하리만치 긴 혀를 내밀고”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불꽃 등의 이미지를 살펴보면, 치카의 시는 한 편의 전위 회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시 세계에서 ‘본다는 것’은 주요한 감각으로 등장하는데, 시 속에 등장하는 통학 열차, 사과밭, 하얀 꽃과 파고의 이미지는 시인이 나고 자란 마을의 정경과 겹쳐진다. 이 풍경에는 도시 생활자로서 그가 느꼈던 불안의 감정도 함께 녹아 있어, 시인의 회상은 단순히 노스탤지어에 그치지 않고 더 먼 곳에서 공명한다. 특히 치카는 쏟아지는 빛과 과잉된 녹색의 이미지로 맹렬한 생명력을 묘사하지만, 현실은 “오직 한낮의 벌거벗은 빛 속”에서만 붕괴하고 그 속에서 오히려 선명히 죽음과 외로움을 예감한다.

불면의 시간을 사랑한 ‘밤의 시인’

세상 모두가 비웃을 때,
밤은 이미 내 손 안에 있었다.
―〈녹슨 나이프〉 중에서

사가와 치카는 5년 여간의 창작 기간 동안 20여 편의 번역 작품과 80여 편의 시를 남겼다. ‘여성’ 시인에게 전통적이고 서정적인 시 쓰기가 요구되던 시대 분위기 속에서 틀을 깬 치카의 시 세계는 “과잉되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성에 매료되었던 문인들은 “사가와 치카의 작품은 그 시대에 하나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수많은 남성 시인들을 능가한 그의 강인한 푸른색 불은 경이롭다”, “간결한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겨져 있는 암시력, 치카만의 교묘한 형식미가 숨어 있다”고 평하며 아낌없는 찬사와 애정을 남겼다. 그의 작품을 둘러싼 평가들의 상반된 온도는 그의 새로움이 몰고 온 혼란으로도 읽힌다. 모두가 무언의 휴식을 이어가는 밤 홀로 불을 밝힌 시인의 방처럼, 사가와 치카의 세계는 일본 근대 시의 최전선에서 발광하고 있었다.

또다시 밤새는 버릇을 들이고 말았습니다. 옆방에서 몰래 오빠의 담배 케이스를 가지고 나와 골든배트 한 대를 피워 물면 정신이 맑아져 잠이 오지 않습니다. 맛있지도 않은 담배를 멍하니 무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왜 이렇게 밤이 좋아졌을까요. (...) 그리고 또 저는 나뭇잎 색깔이나 어두운 바다나 잠들어 있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세상 가장 무서운 일과 흉악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거대한 어둠 속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밤의 저편에서 이미 실제로 일어나고 있겠지요.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있는 것은 저 하나입니다.
―〈나의 밤〉 중에서

읻다 시인선
전 세계 낯모르는 시인들의 총서입니다. 우리말에만 치중하여 원어를 무시하거나 해석과 주석에 사로잡혀 시의 언어를 잃은 ‘외국 시집’을 지양하고, 한 권의 ‘시집’으로서 아름답게 읽힐 수 있도록 시의 이미지와 호흡, 리듬과 분위기를 옮기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얼굴 반쪽을 가득 뒤덮은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밤은, 도둑맞은 표정을 자유로이 돌리는 멍든 여자를 기뻐 날뛰게 한다.
―<곤충> 중에서
피아노에서 건반이 다 빠져나갔다 / 컴컴한 황야에서 나는 기쁨에 젖으리니 / 벌거벗은 낮의 행진을 방해하는 / 공중에 드러난 현은 끊어지리라
―<제비꽃 무덤> 중에서

변화무쌍한 식물의 성장이 얼마나 발랄한지, 나는 그만 책을 읽을 수도 담배를 피울 수도 없었다. 가지가 흔들린다, 활활 타오르는 녹음에 에워싸인다, 식물들의 그 어떤 작은 움직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나 자신의 표현력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고, 손을 들거나 웃는 일조차 식물들의 표정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 것은 무엇 하나 없고 식물들이 움직이는 그대로를 반복하고, 표정 또한 식물들에게서 훔친 것이다.
―<전주곡>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