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 18] 대학 사회교육원에서 매주 토요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학위과정 수업을 진행할 때 있었던 일이다.
수업이 6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캠퍼스 내 동문회관에서 결혼식 주례를 맡게 되어 1시간 정도 자율학습을 부탁했다. 예식이 끝난 후 부지런히 교실로 와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강의를 진행하려는데 한 학생이 질문했다.
“교수님, 주례 잘 보시나요?”
학생들이 책을 펼치다 말고 재미있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데, 왠지 평범한 대답보다는 좀 과장이 필요해 보였다.
“네, 주례를 잘 본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러자 중소기업 사장인 분이 진지하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주례를 잘 볼 수 있나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학생들이 모두 나를 응시했다.
“아, 네~ 간단합니다. 내가 살아온 거와 반대로 얘기하면 됩니다. 부모님께 효도해라. 서로 사랑해라. 정직하게 살아라.”
박수와 함성으로 오후의 졸음을 쫓고 즐겁게 수업할 수 있었다.
[P. 20] 필자가 지방의 어느 공기업을 심사할 때의 일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픽업 차량을 이용하여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심사위원 4명이 차에 탑승했는데, 한 명은 조수석에 앉고 뒷자리에 3명이 앉게 되었다. 나는 뒷자리 가운데에 앉았는데, 왼쪽에는 K대 여교수, 오른쪽에는 J대 남자 교수가 앉았다.
차가 갑자기 좌회전하자 나의 몸이 J대 남자 교수 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나는 한마디했다.
“주여,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소서.”
차가 한참을 달리다가 이번에는 갑자기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는 바람에 내 몸이 K대 여교수 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한마디했다.
“주여, 뜻대로 하옵소서.”
K대 여교수가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고, 다른 교수들도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오후 심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