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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부 태화강을 읽다

왕이 처용무를 추다
금의환향
명왕성 오다
백 가지 맛의 어른
위양댁 바람을 다스리다
모서리에게
오늘이 딱 그런 밤이다
강물을 읽다

2부 구영리 카페

902 카페
산타 모니카
체호프에게 사과를
동백꽃 질까 봐
장가가긴 틀렸어
슬로슬로 퀵퀵
기특한 놈
점촌6길

3부 입술에 관하여

오늘의 반성 지수
고사리 앞치마
달적을 부치다
무나물
깃발
흑과 적
별을 줍다
입술에 관하여

4부 박물관 옆 미술관

산문에 들다
도깨비망와
말 달리다
혼돈
할빈 그리고 하루삥
스님 바랑 속의 동화
나목
날개를 달다

5부 가지치기

누란 미녀
새살
책으로 가는 문
붉은여우꼬리풀
가지치기
자운영 꽃밭에서 웃다
보호자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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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촌6길 : 배혜숙 수필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021028 811.4 -23-698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3021029 811.4 -23-698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B000084938 811.4 -23-698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사유, 대상에 대한 미시적이고 섬세한 표현으로
한국 수필의 전통성과 독자성을 잘 구축하고 있는 배혜숙의 신작 수필집


1977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50년 가까이 수필가로 활동해온 배혜숙의 다섯 번째 수필집 『점촌6길』. 표제작 「점촌6길」을 포함해서 40편의 수필이 실렸다.

∾ ∾ ∾

집에도 정체성이란 것이 있다. 점촌6길도 지향하는 목표가 있기 마련이다. 이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다. 동네 사람들의 결핍을 채워주는 곳이다. 고층 아파트 주민, 골목 안쪽에 사는 젊은이, 편의점 음식에 길들여진 혼자 사는 사람들은 물론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종일 일하는 직장인들도 드나든다. 그래서 지붕 낮은 촌집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이 무한대로 확장된다. 점촌이란 오래된 동네의 중심에 있으며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곳이다. (중략)
알랭 드 보통은 “우리는 글을 쓰듯이 집을 짓는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라고 『행복의 건축』에서 말한다. 즉 집은 기억과 이상의 저장소라는 뜻이다. 후배의 촌집에서는 오래된 기록들이 묻히거나 지워져 희미해지고 있다. ‘점촌6길’은 오늘도 중요한 기록을 남긴다. 떨림과 설렘, 드나드는 사람들의 몸짓과 발길을. 저녁이 시작될 무렵의 고요와 벌레들의 언어도 기록된다. 점촌 주민들의 심리적 안식처다. —「점촌6길」 중에서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P.29] 어머니는 내가 간이 덜된 아이라고 했다. 심심하다 못해 맹맹해서 사람 구실을 못 할까 봐 조바심을 냈다. 맞춤하게 짠맛이 나야 제 것을 챙길 줄 아는데 나는 뭐든 줄줄 흘리고 다녔다. 감정마저 소금기가 빠져 울음보를 터트리기 일쑤였다. 어머니는 모두를 소금에 비유했다. 손끝이 야무진 친척 언니네 집을 다녀오면 매번 “아이고, 살림이 어찌나 짭질밧던지!” 감탄을 연발했다. 예쁘고 똑똑한 내 친구들을 만나면 간이 쫀득하다고 부러워했다. 웃음을 실실 흘리고 다니는 언덕 위에 사는 노총각을 밍밍한 싱건지 같다고 마땅치 않게 여겼다. 제한식을 하는 동안 나도 김칫국물 속에서 푹 익은 무처럼 힘을 잃고 말았다.
[P. 38] 글쎄 골목길을 돌다가 모퉁이에 부딪쳤어. 얼마나 아픈지.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참느라 온몸을 뒤틀었지 뭐야. 무릎이 움푹 패 피가 나고 어깨도 아려서 주저앉아 울고 말았단다. 지나친 내 참을성에 대해 지독하다며 네가 자주 눈을 흘겼잖아. 그런데 이번엔 아니야. 산고만큼 참기 힘들었다니까. 하마터면 얼굴까지 다칠 뻔했어. 이 나이에 험하게 다치면 그건 치명적이잖아. 그래서 왈칵 무섬증이 들더라. 어린 날, 앞도 안 보고 달리다 건물 모퉁이에 부딪혀 얼굴에 상처가 났었거든. 아직도 희미하게 자국이 남아 있단 말이야. 그 쓰린 기억이 떠올라 종일 우울했어. 빨간약인 머큐로크롬 대신 연고를 덕지덕지 바르고 그래도 모른다며 옆지기에게 등 떠밀려 병원 가서 주사도 맞았단다.
[P. 48] 넘실대는 붉덩물이 흐르고 아버지는 나를 안고 다리 위에서 무심히 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겨우 다섯 살이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편도선이 심하게 부어 전날 나는 입원을 했었다. 밤새 고열로 보채다 아침이 되자 열이 조금 떨어졌고 아버지는 나를 안고 병원 근처 강으로 갔다. 새벽까지 내린 비로 강물은 엄청 불어나 물살이 거셌다. 잠도 못 자고 찡얼대던 내가 순하게 강물을 보더라고 아버지는 자주 그 말을 했다. 내가 고개를 갸웃하게 빼고 강물을 내려다보던 장면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다른 기억들은 다 지워지고 없는데 그날 아침은 너무 또렷해 하나하나 그려 낼 수도 있다. 특히 젊은 아버지의 표정은 더욱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