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길 : 수현 시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032177
811.15 -23-1815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3032178
811.15 -23-1815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책속에서
포만과 허기의 변수
응달이 길어진 숲길 사이로 긴 양말을 신은 이끼들이 걷는다 새 두 마리가 햇빛을 모이처럼 쪼고, 비둘기는 떨어진 먹이에 눈알을 굴린다 쥐똥나무 울타리를 따라 나는 풍선 같은 배를 안고 발을 구른다 허기와 포만감은 채움과 비움을 변론하는 사이, 한 톨의 열매가 필요한 그들은 숲을 흔들어 경작한다 넘침이 불안한 내가 이곳을 찾기 전부터 실버카를 잡고 가는 할머니와 강아지 태운 유모차 밀고 가는 여인이 흘린 이야기 초롱이끼가 먹고 자라서 길을 붙잡았다 유모차는 아이를 잃어버렸고 그네는 허공을 민다 실(實)과 허(虛)의 이면에 깔린 깊이를 알 수 없는 통증이 나를 흔든다 허기의 울음은 눈썹이 밀어 올린 배고픔을 벗기며 데워진 햇살이 고단한 날개를 다독인다
수화
청송 막걸리 주전자에서 아코디언 소리가 난다 피워 문 이야기가 연기처럼 떠돌다가 담뱃재로 떨어진다 질펀한 하루 일상을 손짓으로 털어내는 테이블 건너편, 수화가 멈추고 푸른 밭을 싹둑 벤 부추전 위로 젓가락이 봄을 캔다 누구의 간섭과 모의 없이 발효된 언어, 알코올 도수만큼 익어가는 소리다 나의 언어와 다른 그들의 언어 탁자와 탁자 사이가 문처럼 닫혀 있다 소리로 뱉어낼 수 없는 날 선 비명이 굳어버린 퇴적층 손 위로 피어난 꽃으로 향기를 낸다 공손한 음률을 몸짓으로 알아낸 신통력은 서로를 찾아가는 길이 된다 목젖 빨갛게 소리치는 사람들 손에 걸려 넘어지는 음계가 잔 속에서 풀어지고 있었다 수화를 끓이는 주전자 뚜껑이 들썩이며 아코디언으로 접었다 펼쳐놓은 저녁이 걸어간다
소금 집
신발장 문을 열 때마다 소금꽃이 핀다
나뭇잎마저 숨을 멈춘 한낮 공사판 철골 짊어진 아들 어깨에 보랏빛 수국이 피었고
아르바이트로 버석거린 땀, 마른 꽃잎이 증발시킨 소금을 팔아 생일 선물을 했다
허리 휜 골목길 엉킨 전선을 끊는다 제각기 색깔이 다른 신발은 지구를 돌아 바닥으로 왔다 발들의 족쇄를 푼 안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