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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주름잎
고광나무
주름잎
는쟁이
가래나무 두 그루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가시박
털별꽃아재비
도씨삼형제
너는 너의 길을 가고
터주깨
그대가 정말 제비콩
비름나물
나는 울금입니다
혼의 소리
미스트
백운사 가는 길
월세는 얼마예요
신혼살림
목인동에서
선사초

제2부 인동
인동
갈참나무
살생부
거기까지
질마재를 넘으면
고구마는 구워야 제맛이다
만항재 연가
오늘도 숙면은 글렀다
잘 가라 아픈 오십
꽃무릇
인생의 쓴맛
봄은 오는 게 아니다
바람처럼
낡은 기계 사용법
상사화
탑평리 막국수
베고니아 붉은 꽃잎
용천사 꽃무릇길
곰배령
파종
둘이었으면

제3부 업경대
기천불종합상사
쇠전거리 해장국
업경대
옥수수밭의 정사
언어유희
감꽃
장국죽
광반사 재채기
봄술(2)
저이가 누구신가
안경잡이로 산다는 것은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나
겡기랍
만성변비
광고 천국
멸종위기종 1급
카피킬러
유전자 지도
까마중
예명 짓기
개미
홀딱 벗고
굼벵이 호의
설거지 천국
허공에 수북한 거짓말

제4부 땅콩조림
땅콩조림
사형 집행 5분 전
비문증
어정쩡한 수행자
죽기 살기
제 몸 별이 되어
기대 수명
처서모기
마당질
통새미로
살피꽃밭
홍매
서리꽃
완두콩전
망우초의 노래
김치 선호사
늦살이
밥보자기나물
구굴기
묵은지에 대한 묵상

해설/정우영
시인의 말

이용현황보기

묵은지에 대한 묵상 : 연규민 시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043161 811.15 -23-1931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3043162 811.15 -23-1931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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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 중요한 것은 뜻밖에도 그가 서 있는 자리이다. 그 자리에 따라 그의 시선이 열리고 그 열린 시선으로 사물을 보고 느끼거나 만지게 되기 때문이다. 시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그의 시선이 어디에 놓이는가가 시의 몸과 맘을 결정한다. 이성이냐, 감성이냐, 관념이냐, 현실이냐 하는 시적 태도도 시선에 따라 갈린다. 머리를 먼저 보는 사람은 머릴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고 발을 주로 보는 이는 발을 중심에 놓고 쓰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가급적 시를 쓰는 사람의 자리가 낮은 곳에 위치하길 바란다. 그래야 아주 하찮은 미물에서부터 저 광활한 우주까지 다 그의 시선에 잡아둘 수 있다. 이렇게 그의 시야에 포착된 시는 언어적 호흡과 사물과의 호흡 두 가지로 숨을 쉬게 된다. 언어적 호흡이 언어와의 호응을 문장으로 드러낸다면 사물과의 호흡은 대상과의 긴장을 감응으로 표현한다. 이중 어느 것 하나만 잘 선취해도 시는 곧잘 쓰여지나, 보다 나은 시는 이 둘의 조합을 한결 돈독하고 유려하게 그려낸다.
이런 점에서 나는 연규민이 ‘시인의 말’에 적은 발언을 주목한다. 그는 여기에, “내가 젤이라는 생각, 사람이 젤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우주 속에 한 구성원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건져 올린 생각입니다. 그래서 작은 것들에 눈길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쓴다. 이로 보건대 연규민은, 나를 버리고 우주 속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고자 하며 작은 것들에도 눈길을 주고자 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생각하는 그이므로, 나는 그가 자기 자리를 세계의 맨 아래쪽에 두지 않을까 짐작한다. 그렇지 않다면 저와 같은 자기 생각들을 구현하기란 좀체 쉽지 않을 터인 까닭에. 실제 작품들을 둘러보면 그의 시선은 매번 작고 하찮은 것들에 가서 얹힌다. 거의 평교(平交)에 가깝다. 앉거나 눕지 않으면 잘 드러나지 않을 작은 꽃이나 잡풀들에게 그는 그의 마음을 내어준다. 하지만 그 마음은 연민이거나 동정이 아니다. 이 작고 하찮은 것들을 ‘우주 속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존재감을 나눌 뿐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 점에 안도하며 그가 이들 생명체를 동류자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적잖은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는 한갓 잡풀에 불과한 존재를 우주적 유기체로 인식한다는 것은, 그가 사물과의 호흡에 감응함을 드러내는 명백한 징표 아닌가. -정우영 해설 중에서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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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뽕에
팔꿈치를 밖으로 크게 휘젓고
다리는 쩍 벌려서
몸집을 부풀려 깡패를 의태(擬態)하는 인간도 있는데
두메고추나물이란 고상한 별호를 가진 털보 별꽃 아저씨가
들깨 좀 흉내 내면 어떠리

세상 만물 제 살 방도 하나씩은 있는 법
열두 가지 재주에 저녁거리도 없는 인사가
들깨 흉내 하나로 살아남아 꽃 피워보려는
쓰레기꽃이란 이름조차 마다않는 그댈 탓하랴
<털별꽃아재비> 부분
예쁘장해서 멋모르고 만지면
온통 잔가시를 묻혀놓는 넌
도둑놈의갈고리
사랑의 기쁨일까
실연의 아픔일까

밭고랑 도씨삼형제를 뽑으며
내 마음의 삼독형제도 함께 뽑으며 중얼거린다
세상 미운 게 도둑놈이라지만
너희를 보고 지퍼도 만들고 찍찍이도 만들고
마음수행도 하니
가만 보면 너희들도 이쁜 구석이 있긴 있구나
<도씨삼형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