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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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별 속에 숨겨 놓고 밤이면 보겠어요 ─ 노래는 기억의 창고
1장▶▶추억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 산울림의 〈안녕〉 잊을 수는 없을 거야 # 패티김의 〈이별〉 언덕 밑 정동길에 눈 덮인 교회당 #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이름 모를 거리로 떠나갈 거에요, 하! # 혜은이의 〈제3한강교〉 사랑이란 작은 배 하나 # 심수봉의 〈비나리〉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 동물원의 〈혜화동〉
2장▶▶ 청춘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또다시 누군가를 만나서 #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떠날 임이 불러 준 노래 # 윤시내의 〈열애〉 물거품처럼 깨져 버린 사랑 # 조덕배의 〈꿈에〉 이제 나는 알았어 내가 죽는 날까지 #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 다시〉 소리 없는 그대의 노래 # 브루크너의 잔향, 김동률의 〈잔향〉 너와 나 사이에 물이 흐르고 있구나 # 이상은의 〈삼도천〉 저녁교회 종소리 노을에 퍼지고 # 윤종신의 〈이층집 소녀〉
3장▶▶ 시절 돌아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 정훈희의 〈안개〉 가황歌皇이 되다 # 우리 인생 속 나훈아의 노래들 내 인생에 영원히 남을 화려한 축제여 #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 어쩌다 마주친 구창모와 배철수 #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멈춰진 시간 속에서 # 박정운의 〈오늘 같은 밤이면〉 코리아의 천하 명물 김치 깍두기 # 한류의 원조 김씨스터즈의 〈김치 깍두기〉 별빛 같은 당신의 노래 # 오래도록 함께 익어 가요, 임영웅 어버이날에 부르는 두 개의 노래 # 〈엄마의 노래〉와 〈가족사진〉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 임희숙의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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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새긴 끝없는 이야기 : 누구나 기억 속에 넣어둔 노래가 있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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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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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000097138
781.630951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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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노래는 기억의 창고다 누구나 기억 속에 넣어둔 노래가 있다. 시대를 사로잡은 노래도 있다. 노래에 새긴 이야기는 한 개인을 넘어 가족, 시대의 이야기로 대물림되며 우리의 기억 한편에 자리 잡는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모리스 알박스(Maurice Halbwachs)는 ‘기억은 개인적이지만 사회적인 것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공동체 속에 함께 살다 보면 집단의 기억이 생긴다. 전쟁과 피난, 가난과 굶주림의 기억, 그런가 하면 도약과 비상의 기억들을 공유한다. 그 기억은 사회 안에서 유산으로 대물림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집단적 기억을 저장하는 창고 중 하나로 노래를 꼽았다. 노래, 특히 대중가요에는 개인의 사랑과 이별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통의 기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 개인을 넘어 시대와 사회를 사로잡은 우리 대중가요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펼쳐 놓는다. ‘아침 이슬’과 ‘광화문 정동길’, ‘서른’으로 청춘의 아이콘이 된 양희은과 이문세, 김광석, 시대를 앞서간 독창적 음악을 선보인 산울림과 송골매, 수많은 명곡을 발표하며 대중과 함께한 나훈아와 조용필, 폭발적인 가창력과 특별한 무대 매너로 청중을 사로잡은 패티김과 정훈희, 윤시내, 시대의 격랑에 휩쓸렸지만 다시 무대로 돌아와 원숙한 음악을 선보인 혜은이와 임희숙, 심수봉, 변신하는 김동률과 윤종신, 이상은, 한류의 선두가 된 김씨스터즈, 오래도록 함께 익어 가고 싶은 임영웅까지 대중가수 24명과 그들의 대표곡에 담긴 특별한 기억을 덧붙였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노래를 통해 나를 만나고 우리의 지난날과 조우하며. 개인의 추억을 넘어 사회 공통의 기억을 저장하고 대물림하기 위해서이다.
노래 속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근대 가요의 시조라 할 만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은 1935년 제1회 ‘향토 노래 현상 모집’에서 1등을 한 가사에 일본에서 클래식 음악 작곡을 공부한 손목인이 곡을 붙인 것이다. 오늘날에는 야구팀 응원가로 더 유명하지만 실은 일제에 저항하는 가사였다. 광복 뒤 1948년에 나온 <럭키서울>은 작사가 유호가 신문사에 재직하던 시절 사무실 창밖을 보다 조선호텔에서 외국인이 나오는 것을 보며 ‘우리도 이제 외국인이 찾아오는 활기찬 나라구나’ 하는 생각에 썼다. 이 노래는 유호뿐 아니라 해방 후 어렵고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다시 찾은 조국에 대한 희망이 가득했던 우리 사회의 공통의 기억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불과 2년 뒤 우리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는다. 고향을 등지고 떠나온 사람, 가족의 생사를 모르는 사람 등 수많은 이산가족을 낳았다. <굳세어라 금순아> <단장의 미아리고개> 등은 이런 슬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전후 우리 가요에는 전통적인 트로트 가수들과 미8군 쇼 출신의 팝 스타일의 가수들이 공존하며 전통 사회와 급속한 서구화의 양면이 보인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으로 진출해 한류의 원조가 되었다. 1970년대 들어 군사 정부의 경직된 분위기에 불만을 품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세시봉을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장희, 박인희, 양희은 등의 통기타 가수들과 록의 대부라는 신중현을 앞세운 당시로서는 전위적인 부류의 가수들이 인기를 얻었다. 1975년 연말 어느 날 불어 닥친 대대적인 대마초 단속으로 인해 연예계는 초토화되었다. 그 뒤로 사춘기 소년 소녀들과 청년층의 감성을 사로잡은 것은 우리의 가요가 아닌 팝송이었다. 그러다 1980년대 말부터 한국 음악계에는 사랑 노래 발라드 붐이 일었고, 같은 시기 운동권 저항 가요의 대표적 가수들이 속속 독집을 발표하며 주류 가수가 되어 갔으며, 아이돌 그룹이나 댄스 그룹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한류의 초석을 닦았다. 근래 들어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해서 그런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신곡보다는 가요의 고전이 된 예전의 노래들을 들고나와 자신의 성향대로 재해석하는 것이 주류이다. 이처럼 우리는 노래 한 곡으로 노래와 함께한 그 시절 나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리운 이를 추억하고 시대와 조우할 수 있다.
당신도 기억하나요, 이 노래 노래 안에는 끝없이 많은 이야기가 있고, 시대에 따라 각각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20대에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그 시절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 노래가 이런 이야기였구나’ 할 때도 있다. 마치 수없이 들었던 오페라 속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인생을 살며 매번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나의 노래 속에 오래전의 기억이 살아 나오고 동시에 새 기억이 쌓인다. 저자는 패티김의 <이별>과 혜은이의 <제3한강교>, 정훈희의 <안개>에 스며든 지난날을 회고하고, 이문세의 <광화문연가> 속 정동길에서 역사의 현장과 조우하며, 동물원의 <혜화동> 가사처럼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대학로를 오간 청춘을 떠올리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 날들을 아쉬워한다. 오래전에 함께 듣던 그 노래, 김동률의 <잔향>처럼 오랜 잔향을 남기고, 때로는 조덕배의 <꿈에>처럼 물거품처럼 깨져 버린 사랑을 들추기도 하며, 임희숙의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처럼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전하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와 나훈아, 조용필, 임영웅의 노래처럼 별빛 같은 추억을 오래도록 전하는 노래에 울고 웃는 건 저자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노래의 거리에 기억의 불빛이 켜질 때, 정동길을 걸으며 광화문 연가를 듣던 나를, 그리고 시대의 영광이나 굴곡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 이는 시간이 노래 속에 머물고, 모든 날에 노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당신도 이 책을 덮으며 덜컹거리는 기차를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나 보길 권한다. 노래 속에 새겨진 나와 내 주변 사람들과 내가 살던 동네와 사회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는지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책속에서
[P.15]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집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던 어느 날 임영웅이 부르는 <서른 즈음에>를 텔레비전에서 봤다. 은은한 그의 목소리를 타고 꿈과 희망이 가득찼던 나의 젊은 시절이 밀려들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꽁꽁 얼어붙은 가슴에 커피 향처럼 퍼졌다. 며칠 뒤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한 조카가 나에게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 참 좋더라”고 했다. 나는 조카에게 “이 노래는 말이야 김광석이라고 노래 진짜 잘하는 가수가 있었는데……” 하고 그 시절 이야기를 해줬다. 누가 30년 후 또 그 노래를 부른다면 나의 조카 세대는 그다음 세대에게 “이 노래는 말이야 팬데믹 때문에 집안에 갇혀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하며 임영웅의 노래를 듣던 그 시절을 이야기할 것이다. 노래에 새기는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렇게 우리는 기억되고 기억하는 것이다.
[P. 25] 어느 날 인터넷에서 한국 뉴스를 보는데 <안녕>이 흘러나왔다. 어린이 합창이 끝나고 어린이 합창보다 더 해맑은 김창완의 목소리가 나왔다.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뉴스 틀어 놓고 이것저것 하던 내가 갑자기 턱 멎었다. 어린 시절 국기 강하식이라는 것이 있었다. 겨울철 오후 5시, 여름철 6시, 관공서에서 국기를 내리는 시간이면 어디에 스피커가 숨었는지 갑자기 길에 애국가가 울려 나오고 행인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서 애국가와 국기에 대한 맹세가 끝날 때까지 서 있었다. 뉴스 끝에 김창완의 <안녕>이 나오자 나는 국기 강하식처럼 그 자리에서 굳었다. 수없이 듣던 노래가 또 나를 울렸다.
[P. 56] 덕수궁 근처는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했다. 내 모교 건물들은 동관 하나 남고 가루가 되었다. 대법원은 이사 갔다. 정욱이는 대학 이후로 연락이 끊겼고 선생님은 돌아가셨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뒤를 이어 다른 사람 둘이 연인이란 이름으로 지나간다. 우리 모두 세월 따라 정동을 떠났다. 이영훈도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을 뒤로하고 그가 ‘사랑한 얘기’만 유언처럼 남긴 채 훌쩍 떠났다. 언젠가 이문세도, 그의 노래를 불렀던 모든 가수도 다 가고 나도 가고 1988년 <광화문 연가>를 함께 불렀던 모두가 떠나겠지만 노래는 그 시절 우리의 기억을 머금고 남아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