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미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가 평론집 『불면의 감촉:2016~2017 한국소설 읽기』(문학들 刊)를 출간했다. 이 책은 지난 2016~2017년 사이, 여러 문예지에 수록한 한국소설 비평을 엮은 것이다. 김경욱, 김숨, 김애란, 김엄지, 김영하, 박혜강, 백가흠, 손홍규, 오한기, 은희경, 이인휘, 윤대녕, 이기호, 조성기, 최수철, 편혜영, 한강 등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9개의 주제가 저자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얽혀 있다. 글을 쓸 당시에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광주 5·18과 세월호의 기억이 곳곳에 스며 있다.”고 저자는 밝혔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도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태도다. ‘책머리에’의 「없음의 있음」이라는 제목이 가리키듯 저자는 불합리한 현실의 이면, 그러니까 있으나 없는 것처럼 취급받는 우리 시대의 존재들(유령들)에 주목한다. 그는 쓴다. “무엇인가? 저기 서성거리는 무엇. 문장과 문장 사이를 스친다. 문장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는 그것이 낯설지 않다. 이제 유령은 보이지 않는 비실체적인 것이 아니라 문장을 짓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자리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실체인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글쓰기 태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소설 분석의 틀 밖으로, 소설이 담아 내고자 한 현실의 고통과 그 고통의 근원으로 비평의 시선을 치닫게 한다. 저자는 ‘말하기’ 곧 ‘글쓰기’ 이전과 이후의 근원적인 실체에 대한 표현의 불가능성에 괴로워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의 글쓰기는 고통, 실체, 진실에 다가가려는 몸짓의 글쓰기다. 이런 까닭에 저자는 ‘초고를 쓰던 당시의 한계를 그대로 살리고 싶어서, 오탈자와 문장을 간략히 수정하고 내용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믿기 어려운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이 비참한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 보이고 있는 소설책들에서 잠시 눈을 떼어 다른 생각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경지에 이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고 있다. 가상과 실상을 분별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곳에서 사물들, 장소들, 소리들, 풍경들을 지극 정성으로 옮겨 적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문학이 감당해야 할 역할 중의 하나는 삶을 왜곡하지 않고 곡진하게 그려내는 일이라는 것임에는 의심이 깃들 여지가 없다. (본문, 8쪽)
저자는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에서 <이청준 소설의 언어 인식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HK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근현대문학 및 문화, 한센병 역사문화 기록 연구를 비롯해 재난인문학, 트라우마의 재현과 치유, 소수자 타자의 서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