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표제: The Horologicon : a day's jaunt through the lost words of the English language 부록: 파랄리포메논-취객의 사전 참고문헌(p. 285)과 색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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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어사전 : 죽어버린 시간 속 단어들을 찾아 떠나는 하루의 여행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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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071751
420.9 -24-1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B000098605
420.9 -24-1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재담꾼 마크 포사이스, 먼지 틈으로 숨어버린 보석 같은 단어들과 ‘하팍스 레고메나’를 찾아서
“언제나 똑같은 책상, 언제나 똑같은 의자들, 똑같은 침대, 똑같은 사진이야. 그리고 나는 책상을 책상이라 부르고, 사진을 사진이라 부르고, 침대를 침대라고 부르지. 또, 의자는 의자라고 부른단 말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불러야 하는 거지?” -페터 빅셀, 「책상은 책상이다」 중에서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이야기일 것이다. 중학교 국어 시간, ‘언어의 사회성’을 배우며 한 번쯤은 읽었을 대목일 테니. 페터 빅셀이 본래 하고 싶었던 말 같은 건 제쳐놓자. 교과서에서 가르치려는 내용은 간단하다. ‘언어는 사회 구성원 간에 그 뜻이 합의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소개하는 단어들은 어쩌면 제대로 된 단어가 아닐 수도 있다. 오늘날에는 거의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트키어러며 웜블크롭트며 빙고 모트 따위의 낱말들을 살면서 한 번이라도 들어보았는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단어들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은 이미 예전에 단절되어 어긋났다. 한때 어떤 곳에서는 제 소임을 다하며 아낌을 받았지만, 이제는 먼지 쌓인 사전 틈으로 영영 숨어버렸다. 누군가 나타나 위에 쌓인 먼지를 훅 불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가, 언론인이자 편집인, 그리고 언어 고고학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우리의 ‘수다쟁이’ 마크 포사이스가 이번에는 죽은 말이 가득한 사전 더미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빅토리아 시대 농부들, 제2차세계대전 영국 해병들, 앤 여왕 시대 노상강도들, 옛 잉글랜드 수도사들의 점잖고 저속하고 망측하고 위대한 세계가 언제 저물었냐는 듯 화려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이 책을 어디에 쓰냐고? 옮긴이의 말을 빌자면 이 책의 쓸모란 이러하다.
“이 책의 쓸모없음이야말로 낱말 하나하나에 목숨을 거는 인문 취미를 갖춘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 이 책의 유일한 쓸모인 지식의 즐거움이 모쪼록 독자님과 함께하기를 바란다.” -‘역자 후기’ 중에서
※ 하팍스 레고메나(hapax legomena)는 하팍스 레고메논의 복수형이다. 하팍스 레고메논이란 그리스어로 ‘여태껏 단 한 번 문헌에 나타난 표현’을 뜻한다.
잊힌 낱말들을 쫓아 떠나는 재미있고 ‘쓸모 있는’ 시간여행
신실한 중세 사람들은 『성무일도서』, 즉 ‘시간의 책’을 옆에 끼고 살았다. 이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이 책을 펼쳐 그 시간에 알맞은 성인을 찾아 기도를 올렸다. 얼마나 유용한지!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알파벳 순으로 정렬된 사전의 쓸모없음을 한탄하며 이렇게 말한다.
“알파벳의 문제는 그 순서가 세상 사물과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알파벳 순서로 늘어놓으면 낱말끼리 멀리 떨어져 쓸모가 없다. (…) ‘이런 상황에 맞는 단어가 있긴 있을까’ 중얼거리며사전을 찾아봤자다. 어떤 양반이 최근에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통째로 읽었는데 한 해가 걸렸단다. 여러분이 필요할 때마다 딱 맞을 낱말을 찾더라도, 화제가 지나간 다음에 돌아오게 생겼다.” -‘프롤로그’ 중에서
앞서 이 책의 쓸모가 곧 쓸모없음이며, 오직 즐거움만이 유일한 쓸모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다소 가혹한 평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저자의 목표는 쓸모 있는 참고서적을 쓰는 것이었으니. 이 책은 독자가 제때 제 단어를 찾아 쓸 수 있도록 시간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른 아침부터 자정까지, 하루의 각 시간에 맞춰 쓸 만한 낱말들을 나열한다. 이 책의 원제가 『The Horologicon』, 즉 ‘시간의 책’인 이유이다. 저자의 의도가 이렇다면 어떻게든 쓸모를 찾아내는 것이 독자의 도리겠다. 몇 가지 사용법을 제안한다.
▲ 원치 않게 이른 새벽 눈을 뜬 순간의 심란한 기분, 이불을 몸에 돌돌 말고 아늑하게 누워 있는 상태, 구정물을 밟아 기껏 차려입은 옷을 망치는 현상, 의미 없는 말을 하며 회의를 질질 끄는 사람 등을 일컫는 적확하고 경제적인 단어를 찾고 있었다면 이 책이 유용할 것이다. 옛사람들이 훌륭한 표현을 여럿 마련해 놓았다.
▲ 아무도 모르는 낱말을 현란하게 사용해 적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끔찍하게 출근하기 힘든 아침이라면, 회사에 전화를 걸어 ‘험 더전’에 걸렸다고 호소해보자. 상대가 낯선 병명에 말문이 막힌 사이, ‘우트키어러’ 상태라 아무래도 험 더전을 떨치기 어렵겠다고 진지한 목소리로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 이 단어들의 진정한 뜻은 1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시간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1944년 영국, 기세등등한 캡 캘러웨이의 시대로 나들이를 할 생각이라면 여러 상황에서 써먹을 유용한 표현들을 익힐 수 있다. 앤 여왕 시대, 밤마다 거리를 점령했던 노상강도 패거리 틈에 끼고 싶다면 두말할 것 없이 필수품이다.
‘인문 덕후’ 김태권의 번역과 그림으로 만나는 특별한 한국어판 『사어사전』
『김태권의 십자권 이야기』,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등의 작품으로 교양만화의 신기원을 열었던 김태권 작가가 이 책의 번역과 표지화를 맡았다. 김태권은 만화가이자 작가, 미학과 그리스어와 라틴어 고전문학을 전공한 ‘인문 덕후’이기도 하다. 영어 사용자에게도 낯선 그리스어, 라틴어 어원들을 놓치지 않고 살려 우리말로 옮겼다. 본문에서 밝히기 어려운 어원은 옮긴이주로 부연하고, 안 쓰는 우리말을 골라 안 쓰는 영어 낱말에 대치하여 한국어판 독자가 가능한 위화감 없이 원문을 즐길 수 있도록 번역에 공을 들였다. ‘끼우뚱’, ‘발록구니’, ‘개름뱅이’ 같은 생소한 우리말과의 만남은 오직 한국어판 독자만이 즐길 수 있는 재미다. 본문에 쓰인 낯선 우리말들은 부록 ‘옮긴이의 찾아보기’로 따로 정리해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표지에도 힘을 보탰다. 본문에 등장하는 재미난 단어들 몇 가지를 골라 그렸다. 특유의 유쾌하고 개성 있는 그림이 더해지며 독특한 매력의 한국어판 『사어사전』이 완성됐다.
사라진 세계와 사람들의 삶을 낱말들을 통해 들여다보다
“나는 빅토리아 시대의 시골말 사전을 본다. 어느 쓸쓸한 성직자가 모아놓은 재치 있는 낱말들이다. 작은 숲이며 덤불이며 길이며 말이 걸리는 병이며 장어의 종류를 가리키는 셀 수 없이 많은 표현이 있다. 그들은 삶의 물건에 이름을 주었고, 그네들 삶은 사전에 담겼다. 시시콜콜한 인생사며 농담이며 믿음이 말이다. 그네들 세계를 나는 탁자 위에 얹는다.” -‘에필로그’ 중에서
언어에는 세계가 담긴다. 어떤 현상을 언어화하여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언어 구사자의 세계가 구축되고, 저자는 그 규칙에 따라 탄생한 사소한 농담과 표현 들을 지팡이 삼아 낯선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앤 여왕 시절을 살았던 도둑들의 세계에는 칼과 여인과 교수형에 관한 표현이 백 가지나 됐다. 빅토리아 시대의 농부들은 다른 건 몰라도 말이 걸리는 병에 관한 단어라면 셀 수 없이 많이 갖고 있었다. 영국 공군 비행사들은 북해를 주스라고 부르고 대서양을 연못이라고 부르고 영국 해협은 술이라고 불렀단다. 저자가 돌리는 시곗바늘을 따라, 한때 의미 있던 단어들이 다시 한번 살아나 춤춘다. 익숙하던 세계가 겪어보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시공간으로 재구성되어 펼쳐진다. 하나의 단어에는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와 학문과 종교가 따라온다. 가로등이 위세를 떨치지 못하던 시절, 술 취한 행인들을 안내하며 달빛과 밥그릇 경쟁을 하던 ‘달빛 악담가’를 여러분은 아시는지? 한때 발을 두고 ‘벌레 부수개’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는? 저자는 잊힌 단어들을 통해 옛사람들의 말투와 목소리를 재현한다. 낯선 시대, 낯선 나라의 사람들이 쓰던 낯선 낱말들을 킬킬대며 읽다 보면 불현듯 그네들의 삶과 우리의 감정이 겹쳐지는 순간이 찾아든다. 그때 죽은 단어들은 다시 한번 살아나고, 우리는 잃은 줄도 몰랐던 말들을 되찾는다. 그 놀랍고 유쾌한 앎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